[기자수첩] 이주열 총재 ‘예스맨 만들기’ 멈춰야

2018.09.19 09:01:58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44년만의 첫 연임 한국은행 총재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는 발언을 남겨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같은 날 ‘9.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당 발언은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에 통화정책을 맞추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지난 16일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이뤄진 금리 인하 정책으로 풀린 자금이 지금 부동산 폭등의 주원인 중 하나다”며 “좀비 기업을 양산해 한국 경제를 침체 늪으로 빠뜨렸다”고 밝혔다.

 


앞서 6일 JTBC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대통령의 인사 중 가장 잘못된 것이 이주열 총재 연임”이라며 “기준금리 동결하면서 돈을 계속 풀고 있는 정책만 쓰고 있어 부작용이 생기는 것도 손 못 대는 거 아닌가”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 2주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과정들은 한은 내부에 당혹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44년만에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에 성공하며 어느 때 보다 독립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그 동안 정부가 한은의 내부 정책이나 인사 등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던 만큼 그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 다음날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통화정책을 부동산 시장만을 겨냥해 할 수는 없다”고 수습하기도 했지만 이미 시장의 시선은 한 달 뒤 10월 18일 금융통화위원회와 이주열 총재를 향해 쏠려있다.

 

일부 한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낙연 총리가 오히려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8월 31일)에 따르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위원들의 수가 전월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 이미 이낙연 총리의 발언 이전에 자체적으로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이 총재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이른 바 ‘척하면 척’ 논란으로 정부의 금융정책에 순응하는 ‘예스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동일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한은이 물가상승률과 경제 성장률, 대외 불확실성, 가계부채 리스크, 고용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인상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한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금리동결을 결정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다행히 다음 금통위는 정확히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44년만의 연임 총재마저 정부 입김에 흔들리게 되면 차기 총재들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이 총재에 대한 ‘예스맨 만들기’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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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 gwle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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