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비록 52회]'격변 국세청' 60년 굴곡을 보듬다<6>

2020.10.10 06:00:00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국부유출 역외탈세 공격적 조세회피에 탈세조사로 맞불 ‘철퇴’

 

나라 곳간지기 국세청사람들. 국세청 개청 반세기 동안 굴곡진 우여곡절과 헤아릴 수 없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결과, 지하경제는 물론 역외탈세를 뿌리 뽑기 위한 과세 인프라를 쉼 없이 구축해왔다.

 

국세청은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위용의 탈세 잡기 칼날을 시시각각 꼿꼿하게 세웠다.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과세망 좁히기에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지시각서가 세무사찰 일원화 시도에 불을 붙여왔고 세무조사와 세무사찰 업무의 집행에 새로운 반석을 깔았다. 개청 첫 해인 1966년부터 본격 가동됐고 대형법인 세무조사와 관련된 세무사찰 칼날을 제대로 휘두르게 분위기가 확 바뀌어 버렸다.

 

이 초대청장, 세수 확보용 세무사찰 행정으로 조사 포커스 맞춰

오 2대청장, 떼어먹고 감춰진 세원 정상화 구축 세수 극대화 방점

 

탈세는 거짓행위가 전제돼야 하지만, 정상적인 소득신고를 통해 성실신고 납세자들이 탈세행위자들을 보는 시각이 망국병자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겠다는 되새김질이 서슴지 않게 되짚어 진다. 같은 해 7월 전국 세무서에 조사과를 신설, 세원의 적기포착, 근거과세 확대 등 국세행정의 기반구축에 올인했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 시기에는 세수 확보 행정에 포커스를 맞춘 세무사찰 행정을 전면에 배치했다면, 오정근 2대 국세청장 때부터는 떼어 먹는 세원 등 감춰진 세원을 정상화해서 세수증대 프로젝트를 구축했던 점이 다르다. 국세청 본청에 외국인세과를 최초로 신설, 조사공무원의 사찰권을 더욱 강화해 나갔던 것도 따지고 보면 세수 극대화 일환임을 지울 수가 없다.

 

1970년대 초 무렵, 세수 증대행정이 극치를 달리고 있을 즈음이다.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고 국세청 본청 조사국장을 두 차례나 지냈던 이철성 당시 조사국장이 아무개 조사과장과 업무협의 중에 그때 그 당시의 조사국 상황을 이렇게 주고받았다.

 

“국장님, 요즘 사찰과에서는 탈세혐의와 관계없이 기업체를 막 털려고 설쳐서 골치가 아파 죽겠어요.”

“이 국장, 그럼, 탈세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성실신고회원제에 따른 조합이다. 세무간섭은 물론이려니와 근거과세 기틀마련이 한발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대량실업과 빈부격차 확대 등 사회적 고통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호화사치 및 과소비 행위자의 변칙탈세행위는 구석구석에서 범람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외국 세무당국과 공조를 통해 불로소득자의 국부유출 차단에도 탈세조사망을 촘촘히 짜나갔다.

 

1996년 OECD 가입 이후 외환거래가 완전 자유화됨에 따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세금탈루 현상이 점점 심화되어 갔다. 35개 조세피난처 국가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외화불법유출을 현지 확인출장을 통해서 강화해 나가기도 했다.

 

이현동 제19대 청장은 과세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국제거래를 통한 역외탈세 뿌리 뽑기 선언을 하고 TF팀을 역외탈세담당관실로 정식 직제에 편입시켰다. 2011년 한 해 동안 1조원 세수 만들기를 선언, 역외탈세 잡기에 그야말로 열공했다.

 

특히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도입, 2011년 1월부터 시행한 이 청장은 미국과의 범칙조사 약정체결, 7개국 국제탈세 정보교환센터 정회원 가입 등 역외탈세 관련된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이 청장은 2011년을 ‘역외탈세 차단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리고서는 해외금융계좌신고 TF팀을 출범시켰고, 2011년 1월부터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10억원 이상인 해외계좌를 단 한 건이라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과세청에 신고하게 해서 역외탈세 루트를 원천 봉쇄하여 나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 중의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 방안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4대 중점분야를 확정하기에 이른다. ▲역외탈세자를 비롯 ▲대기업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세법질서, 민생침해 사범 등이 양성화 대상이다. 신종 재산은닉 행위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하고 사해행위 취소소송 제기 등 법적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했다.

 

2014년부터는 관리자 중심 조사체계 구축방안을 시행했다. 정확하고 치밀한 사전분석 시스템과 현장 중심의 관리자 주도의 조사 집행체계를 만들어 갔다. 일선 세무서 조사과에 ‘과장 조사팀장제’를 시범실시, 현장중심의 조사체계를 확립시켰다. 또 이밖에도 세무서에 국제조사팀, 역외탈세정보팀을 각각 신설하여 일선관서의 조사기능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3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13만 여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뉴스타파가 발표한 한국인 추정 245명도 바로 이때다. 이로써 전 세계 사회적 이슈가 됐던 것처럼 역외탈세는 정보의 비대칭, 금융비밀주의라는 여건 속에서 더욱 지능적이고 은밀하게 진화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역외탈세 조사 추징액 6조 2천억 돌파

2017년부터 세계 77개국과 역외금융정보 네트워크 연결 정보교환

 

역외탈세 세무조사는 베일에 숨겨져 있는 사업실체와 역외금융거래까지 철저히 추적하여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조사보다도 강도가 세다. 탈세 탈루유형은 ▲기업자금 편법 해외유출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부의 대물림 ▲ 해외소득 신고누락 등으로 나뉜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역외탈세 조사 추징세액은 6조 20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는 전 세계 77개국과 역외금융정보네트워크를 연결해서 상대국 거주자의 금융정보와 교환하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더 이상 역외에 소득과 재산을 은닉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발붙일 곳이 사실상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과연 그럴까. 2020년 8월 27일자로 국세청이 밝힌 역외탈세혐의자 및 다국적기업 43명을 세무조사에 착수한 내용을 보면 발붙여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역외탈세에 의한 국부유출이 세분화, 분산화 그리고 자금유출 등 다양화 추세로 일부 대재산가의 비밀계좌 은닉이나 편법·증여 등의 역외탈세 혐의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비단 국가적 차원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계·기업·정부 등 각계각층에서 고통분담하며 역량집중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이 시점에 국부유출인 역외탈세를 자행했다니, 가히 파렴치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대못을 치는 이유다.

 

납세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느 때와는 영판 달리 탈세혐의 입증자료 사전확보에도 만전을 기했다는 점이 진취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세청이 밝힌 국부유출 역외탈세자, 다국적기업 조사대상자의 주요 탈루유형을 보면 ▲해외자산 은닉 ▲비거주자 위장 납세의무 회피 ▲ 해외현지법인 자금유출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등으로 집약된다.

 

김 국세청장, “과세주권 지키는 소비·투자로 쓰여야할 역외탈세 엄단”

법인 자금 부당유출 혐의, 반출자금 사용처 등 정밀검증 도마에 올라

 

김대지 국세청장은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에서 소비·투자에 활용되어야 할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탈세 행위의 엄단을 위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조사배경 설명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역외탈세 조사 주요사례를 케이스별로 살펴보았다. 먼저 국내재산을 반출하여 해외에서 편법으로 증여한 비거주자 조사사례다. 외국영주권자인 내국법인 사주가 수십억대의 국내 재산을 국외로 반출하고 해외에서 배우자·자녀에게 편법증여하여 증여세를 회피한 사례이다.

 

내국법인 갑의 사주 아무개는 외국 영주권자인데, 정당한 세금 납부 없이 배우자와 자녀에게 편법증여하기 위해 사주의 재산 수십억원을 외국에 있는 본인 명의 계좌로 일단 송금했다. 외국 거주 중인 배우자와 자녀가 그 자금을 인출하여 미국 비벌리 힐스·라스베이거스의 고급주택을 사고, 일부 자금은 국내로 다시 들여와서 한강변 20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증여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배우자와 자녀는 내국법인 갑(甲)으로부터 수억원의 가공급여를 지급받았고 비벌리 힐스 고급주택에 내국법인의 해외영업소를 설치, 영업소의 유지·운영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자금을 송금하여 사주 일가의 해외 생활비로 유용한 혐의를 받게 된 사례이다. 따라서 국내재산 반출 자금의 사용처, 사주 일가의 근로제공 여부, 법인자금 부당 유출 혐의 등 정밀 검증 도마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친인척 계좌를 이용한 해외소득을 탈루, 이른바 역외탈세 사례이다.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고령의 친인척 10여명의 계좌에 수차례에 걸쳐 송금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은 케이스다.

 

주요 탈루혐의를 보면 중개무역업자 갑은 외국 거래처(A국)에서 제작한 의류를 또 다른 외국 거래처(B국)에 알선 중개하는 자인데,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중개무역 업무를 수행하였으면서도 소득을 은폐할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C국)가 중개무역을 한 것으로 위장했다.

 

따라서 갑은 페이퍼컴퍼니의 명의로 벌어들인 미신고 소득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 80대 부모 등 고령이면서 소득이 없는 일가친척 10여명의 계좌를 빌려 여러 번에 걸쳐 국내로 송금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은 사례이다.

 

이밖에도 과세관청의 자금 추적을 더욱 어렵게 할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의 회사명을 주기적으로 변경했다. 또 기존 페이퍼컴퍼니를 청산하고 새로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기도 해서 이른바 모자바꿔쓰기 수법을 써왔다. 사주 일가 등 해외소득 탈루 여부와 외환거래내역 등 정밀검증 대상이 된 조사사례이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본다. 외국법인에게 주식을 양도하면서 일부만 신고하고, 추가로 받은 대가는 신고누락, 국내주식 매각대금을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한 사례이다. 내국법인을 운영해오던 사주 아무개는 내국법인 갑의 주식을 외국법인 A에게 매가하면서 매가대금 중 1차로 수취한 금액(수백 억원 상당)만 주식 양도소득으로 신고한 후, 외국법인 A와 비밀리에 수익연계 보너스(Earn-out Bonus)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사주 아무개는 이후 약정 조건이 충족되어 수십 억원의 보너스를 추가로 받게 되자, 이를 신고하지 않고 홍콩에 개설한 본인의 비밀 해외금융계좌로 수취·은닉한 혐의를 받은 사례이다.

 

[프로필] 김종규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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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jkkim@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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