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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똑같은 매장에서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누구는 대박 나고 누구는 쪽박 난다

  • 등록 2015.06.04 16:19:42

(조세금융신문)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대박집 노하우를 그대로 베껴 장사하면 잘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잘되는 집 장사노하우를 배워 똑같이 장사하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박집의 숨겨진 영업노하우를 그대로 옮겨놓는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매장에서 같은 상품을 팔아도 누구는 대박 나고 누구는 쪽박 난다. 


남대문시장은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다. 각종 의류에서부터 농수산물, 가전제품, 식품, 잡화까지 없는 게 없다.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릴 만큼 희한한 물건도 많다. 최근에는 중국·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수도 부쩍 늘었다.


그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보석전문 도매상가가 있다. 상가 안은 한 평도 안 되는 수십 개의 작은 매장들이 층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매장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 똑같이 보인다. 판매하는 상품도 거기서 거기다. 가게 크기도 자로 잰 듯 정확히 동일한 면적으로 나눠져 있다.


매장을 구분하는 칸막이도 없다. 단지 상호와 호수를 알려주는 이름표가 매장마다 천장에 달랑 매달려 있을 뿐이다. 그런 구조 때문에 옆 가게에서 무엇을 팔고, 얼마에 팔며, 어떻게 파는지 다 공개된다. 어차피 서로 다 공개된 환경이라 특별한 판매 비법이란 게 없어 보인다.


그렇다 보니 누가 더 싸게 팔거나 비싸게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손님도 대부분 도매상이라 대량주문·대량납품 체계로 이루어지고 있어 특별한 판매기술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렇듯 동일한 상황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해도 누구는 돈 벌고 누구는 실패한다. 서로 붙어있는 매장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옆 매장과 평균 매출이 3~4배나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똑같은 환경에서 왜 누구는 흥하고 누구는 망하는 것일까? 같은 환경, 같은 조건에서 장사를 해도 되는 가게와 안 되는 가게의 차이는 무엇일까?


진정으로 일을 즐기다


박 사장은 남대문시장 도매상가에서 액세서리 도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7년 동안 직원으로 일하던 중 괜찮은 가게가 매물로 나와 인수했다고 한다. 남대문 도매상가는 빈자리가 잘 나오지 않고 자리가 나와도 대번에 누군가 들어가기 때문에 빈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박 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매출이 꽤 괜찮았다. 직원으로 일하면서 관리해온 거래처도 있었고 장사 수완이 좋아서 신규고객도 순조롭게 늘려갔다. 박 사장 매장은 남대문 도매상가에서도 매출이 좋은 가게에 속한다. 장사가 잘되는 이유를 박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남대문 액세서리 도매 상가는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등 외국인 바이어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과 물건을 사고팔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외국어 회화는 기본이에요. 그리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 제작을 의뢰할 수 있는 실력 있고 믿을 만한 거래처 확보가 중요하죠. 초보자는 그런 거래처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문이 들어와도 좋은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아요. 믿을 만한 거래처는 오랜 기간 이 업종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되는 거래처와의 신뢰관계에서 출발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샘플 제작 능력이에요. 외국인 바이어들은 샘플을 보고 주문을 하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과 정교한 샘플 제작이 관건이에요.”


요컨대 고객응대 능력과 거래처 관리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샘플 제작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샘플 제작이라는 것이 가만히 보면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다. 남대문 액세서리 상가에 가보면 매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모두 하루 종일 조그만 책상 앞에 앉아 샘플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반지, 머리핀, 팔지, 목걸이 등 여성용 액세서리에 깨알 같은 큐빅 알을 핀셋으로 집어 접착제를 발라 붙이고 만든다. 그렇게 만든 샘플을 작은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물건이 워낙 많아 내가 보기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샘플인데, 그게 그렇지 않은가 보다.

물건을 직접 고르고 주문하는 바이어들은 제대로 된 샘플을 단박에 알아본다는 것이다. 제품 좋고 신뢰가 가면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결국 보석전문가의 눈을 잡아당기는 샘플 제작이 매출로 연결되어 단골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샘플 만들고 있으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박 사장은 웃으면서 말한다.


“괜찮아요. 하루 종일 샘플을 만들면 눈이 좀 아프긴 한데 그래도 재밌어요. 손님들이 제가 만든 샘플을 보고 좋아하는 거 보면 저도 좋고요. 근데 옆 가게 언니는 재미없나 봐요. 한 시간을 못 앉아 있더라고요.”


어떤 일이건 누구에게는 즐거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박 사장과 옆 가게 언니와의 차이점이다. 박 사장에게 머리핀 샘플과 팔찌 샘플을 제작하는 일은 고객을 생각하며 이리저리 디자인하고 완성해서 평가받는 즐거운 작업이지만, 옆 가게 언니에게는 지루하고 고된 노동일 뿐이다.


그런 작은 보이 지 않는 차이를 고객이 알아보는 것 아닐까. 박 사장은 고객에게 평가받는 과정이 즐겁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에서 돈이 벌린다. 한마디로 박 사장은 그 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즐기며 일하는 것! 이것이 베낄 수 없는 대박집의 노하우다.

남대문창업 400.png

 

김준호 : 서울신용보증재단 컨설턴트 kimjunho98@hanmail.net
전) 아이엠경영컨설팅 대표 

소상공인진흥원 수준평가심사위원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석사,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학사
저서 《작아도 크게 버는 골목가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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