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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심각' 공감했지만 협력구호만 남긴 채 막 내린 다보스포럼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 물건너가" 지적…구체적 해법 부재
올해 저성장 예고 불구 美·EU 'IRA 공방'만 부각
우크라 전쟁 핵심 의제로 부각…불평등·양극화 등 논의는 관심 못 얻어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올해 전 세계가 맞닥뜨릴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할 해법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위기심각'은 공감했지만 협력구호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다보스포럼은 20일(현지시간) 오전 스위스 다보스포럼 대회의장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경제 전망 토론회를 열고 폐막 오찬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뵈르게 브렌데 다보스포럼 총재는 이날 폐회사를 통해 "올해 행사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균형 있는 성장, 첨단기술 증진 등의 현안을 푸는 데 우리는 진전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세계가 분열돼 있지만 내일도 그럴 필요는 없다"면서 "도전을 맞은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료하다. 균형 있고 회복력 있으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그건 우리가 함께할 때 얻을 수 있다"고 폐회사를 끝맺었다.

 

3년 만에 1월 대면행사로 재개된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전 세계 정·재계와 학계 유명 인사 2천7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 52명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유행 등 위기 상황이 한꺼번에 발생한 세계의 현실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몰두할 게 아니라 힘을 모아 위기에 대응할 처방을 찾아내기 위해 모였다.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라는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이런 행사 취지를 축약한 말이었다. 그러나 '분열된 세계'에 대한 우려가 공유됐을 뿐 '협력' 방안에 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지난 16일 4박5일 일정으로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느슨해지면서 재앙적 상황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지난 17일 기후변화 토론 현장에서 "이대로라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어렵다. 지구에는 파괴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시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이튿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연설을 통해 기후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5급(최고 강도) 허리케인'에 비유하며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2.8도 상승'으로 돌진 중"이라며 "기후위기 싸움은 지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지경에 온 데에는 각국이 모호한 탄소배출량 기준으로 감축 목표량을 고무줄처럼 바꾸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 주된 배경이라고 보고 투명한 탄소 감축 계획을 올해 안에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의 말처럼 투명하게 탄소 감축 기준을 만들려면 각국의 예민한 이해관계부터 정밀하게 조율해야 하지만,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녹색 투자를 유도하는 기후위기 해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보조금으로 자국 친환경 산업만 키우려는 불공정 조치라는 비판이 다보스포럼 대회의장에서 잇따랐다.

 

IRA는 미국의 보호주의 경제 정책이라는 비판 속에 이번 다보스포럼 기간 내내 공방 거리가 됐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17일 포럼 세션에서 미국의 IRA 입법에 대해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기후 협정"이라며 옹호론을 펴자 유럽연합(EU) 진영의 비판이 뒤따랐다.

 

같은 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특별연설에서 "보조금 등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IRA를 깎아내렸다. 다음 날 EU는 IRA에 대응해 역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할 입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이 포럼에서 보호주의가 글로벌 무역을 위축시키고 저성장을 재촉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EU의 신경전 속에 저성장 타개책을 세울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성장이 유력시된다는 다보스포럼의 보고서는 개막일인 16일부터 나와 있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50명의 경제학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올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진다고 예상한 내용이었지만 시선은 'IRA 공방'으로 쏠렸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저성장 우려 속에서도 올해 자국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올 것이 확실시된다며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요청하는 특별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보호주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멍든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을 복원하자는 한국 정부의 목소리는 논의에 균형감을 제공하는 데 일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특별연설 연단에 올라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는 자유와 연대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튼튼한 연대를 통해 복원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세계시민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보스에 온 리더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건 우크라이나 지원이었다. 전쟁의 한쪽 당사자인 러시아는 회의에 불참했고 '우군' 역할을 해온 중국이 전쟁에 관해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전쟁 장기화 속에 끊이지 않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참혹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호소력 있는 특별연설은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온라인 연설로 다보스에 모인 리더들에게 "자유세계가 생각하는 시간을 테러국가는 살인하는 데 이용한다"면서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서방국 리더들은 즉각 화답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절대로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180억 유로(약 24조 7천억원)를 장기 차관 형태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안보 관련 포럼에 참석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독일제 탱크를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기후변화와 경기침체 등의 여파에 더욱 취약한 저소득국을 지원하는 문제나 양극화,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 세션도 열렸다.

 

가뭄 등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아프리카의 민간 경제를 성장하게 할 방안을 토론하는 세션, 보호무역주의와 세계 각국의 긴축 정책 속에 경제 상황이 취약해진 신흥국 투자 방안 등이 다뤄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과 달리 저소득국에서는 저조한 현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조성되는 민간 영역의 기금에 저소득 국가들이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토론하는 세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은 다보스의 시선이 유력 인사의 연설이나 첨예한 외교 쟁점 등에 쏠린 탓에 부각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2000년대 들어 다보스포럼이 부자들의 공허한 말 잔치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난민과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논의 주제에 포함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반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거듭돼왔다.

 

스위스 휴양지를 찾은 유력 인사들이 겉으론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소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다보스포럼 비판론은 올해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과 중국,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이 불참한 점도 다보스포럼이 점차 권위를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탈세계화 경향이 짙어지면서 국제기구가 조율 기능을 잃고 있다는 분석과도 맥이 닿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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