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기업들의 적자와 자본잠식 등 기업 부분의 부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계 기업, 또는 부실 징후가 뚜렷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이들 기업의 빠른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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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연구위원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골치가 아프지만, 아마도 조만간 우리 경제가 당면하게 될 최대의 현안과제는 부실해졌거나 부실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에 비해 2~3배 가량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또한 작년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의 약 90%도 기업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정상기업이 유동성위기에 몰려 도산하게 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경제의 총체적인 파국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만큼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본경제의 불황이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장기화된 결정적 요인도 바로 구조조정을 머뭇거린 나머지 ‘좀비기업’을 양산한 데 있다.
부실기업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여 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
법정관리는 채무를 동결시켜 채무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반면 채권도 동결시켜 기업경영을 사실상 곤란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워크아웃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채권자의 채권행사를 막을 수 없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상거래채권의 정상거래가 가능해 하청업체 등 기업의 연쇄도산 위험이 적고 유동성지원도 비교적 수월해 회생속도가 법정관리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제반 요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는 워크아웃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게 부각된다. 이는 워크아웃이 법정관리에 비해 기업의 연쇄도산과 같은 부정적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구조조정 수단이라는 점에 크게 기인한다.
하지만 경남기업 사태 이후 워크아웃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채권금융기관 간에 형성되어 가는 듯해 걱정이다. 만약 상당수 채권금융기관들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선호하게 된다면 부실채권과 담보부동산이 매물로 쏟아져 나와 시장을 경착륙(hard-landing)시키고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의 막을 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워크아웃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은 성장엔진이 식어가며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치닫는 한국경제를 재생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가지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최선은 대출채권의 출자(보통주) 전환을 통해 채권금융기관 스스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경영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부실을 떨어내고 클린기업으로 탈바꿈하여 새롭게 상장하는 일까지 완수하는 것이다.
또한 채권금융기관 협의로 부실채권시장(NPL시장) 차원에서 외부 전문경영인 풀을 구축하고전문경영인을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상시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의 워크아웃 채권을 자산건전성 분류나 대손충당금 설정시 우대하여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대한 원활한 유동성지원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무기업(특히 대기업)이나 협약 미가입 채권자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이 어느 정도 힘(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시적으로 도입된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나름대로 순기능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바, 당분간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여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양 제도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면, 장기적으로 기촉법은 통합도산법에 편입되면서 자동 폐기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 은행법학회 부회장, 언론중재위원회 자문위원 등
전) 금융학회 부회장, 금발심 위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등
서울대 경제학과, 동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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