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은행 빚 등을 갚지 못해 잇달아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가운데, 시중 은행보다 금리가 두 배가량 높은 제2 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에 제2금융 고금리 부담까지 더해지면 중소기업 생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비은행)에 빌린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은 76조5723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2%(18조2180억원) 증가한 것이고, 전달과 비교해도 2%(1조4863억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비은행에는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다수다. 올 10월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기업 자금 대출 가중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45%로 시중 은행보다 4%포인트 이상 높을 정도로 2금융의 금리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상호금융에서 빌린 대출금 잔액이 35조15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호저축은행(22조3555억원), 신용협동조합(8조2343억원), 새마을금고(6조767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 10월 기준 중소기업의 예금은행 대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예금은행 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기준으로 비은행보다 25%포인트가량 적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은행 대출이 어려워져 비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한쪽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비은행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조선업과 철강업 등 취약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시중 은행이 최근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하반기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변화에 대해 273개사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중소기업의 42.8%가 '엄격해졌다'고 답했다고 최근 밝혔다.
금리 부담 등으로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가 힘들어진 중소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소기업 176곳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닥쳤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없어 사실상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은 105곳이나 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은 완벽한 담보가 없으면 대출 허용이 안 되고 신용보증기금 등도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평가 등의 심사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사실상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아니면 손 벌릴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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