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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전문가 칼럼]사전적 금융감독을 통한 자본세탁을 막을 수 없는가?

자본은 상품을 유통시키면서 화폐로 전환되고 다시 화폐가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소비자의 상품 구매로 판매자의 상품이 화폐로 바뀌고 판매자의 상품 판매로 소비자의 화폐가 상품으로 바뀌는 순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금세탁은 불법적인 자금의 합법화나 탈세, 증여 등의 목적으로 이와 같은 정상적인 화폐의 유통과정을 따르지 않고 국내와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화폐가 거래이다. 국가간 자본거래와 외환거래의 자유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면서 그 수법이 교묘해져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 들고 있다.


자금세탁은 1단계 자금배치(placement)로 금융시스템에 불법으로 취득한 자금을 안착시키고, 2단계 자금계층화(layering)는 불법으로 취득한 자금을 변환시키거나 이동시켜서 자금의 원천에서 멀어지게 하며, 그리고 3단계 자금통합(integration)에서 자금을 부동산 구입, 사치품 구입, 벤처나 주식 투자 등으로 합법적으로 만든다.


불법 자금거래를 ‘자금세탁’이라고 하지만 외환거래 중심의 역외거래와 자본거래 중심의 역내거래를 구분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선 역외거래를 ‘자금세탁’, 역내거래를 ‘자본세탁’으로 구분한다.

자본세탁은 국내에서 파생상품시장과 자본시장을 통하여 주로 이루어진다.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기초자산이 이동하지 않아서 대차대조표에 기입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며(부외거래), 회계상으로 자산 및 부채의 변동 없이도 금융거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옵션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매매조건을 결정한 후 옵션매수자가 손실을 보고 옵션 매도자가 이익을 얻으면서 자금을 이전할 수 있다.


파생상품 거래는 거래규모의 제한과 예측 불가능한 시장변화로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수한 목적으로 거래 규모가 큰 경우 자본시장에서 대기업이나 대주주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유형은 이익관리, 주가관리,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악용하여 세금을 축소하면서 경영권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이익관리는 A기업이 그 기업의 경영자 또는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있는 B기업에 거래를 통하여 이익을 몰아주고, 결국 B기업의 성장으로 주주가치도 상승하여 해당 주주는 막대한 자본이득을 얻는다. 대기업의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s)는 회사의 경영 및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품인 사무용품부터 시설물의 유지 보수에 사용되는 자재, 소모성 자재, 설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기업은 eNtoB, KeP, GTWed코리아, i마켓코리아, MRO코리아, LG mart 내 ORM코너 등을 설립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소속의 시스템통합(SI) 부분은 계열사에 대한 컨설팅, 시스템 설계, 시스템요소의 개발, 시험 및 설치, 그리고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익을 얻는다.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현대오토에버 한화S&C, 노틸러스효성, 롯데정보통신 등으로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소유하고 있다.


특히 내부거래로 이익을 얻어 기업가치가 상승한 삼성SDS와 현대글로비스는 대주주의 이윤추구와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둘째, 주가관리는 상장주식의 가격을 높여서 이익을 얻고 상대적으로 지분 확보가 필요한 종목의 주가를 낮춰서 지분율을 높인다.


1949년 6월 30일 파리증권거래소의 4개 회사(리오틴 징크, 로열더치셀, 르니켈, 드비어스)의 주가가 기 드 로스차일드의 부친인 에두아르의 사망으로 일제히 폭락하였다. 유산상속은 보유 주식의 과세를 사망시점의 시가로 결정하기 때문에 로스차일드 관련주식의 폭락으로 상속세를 줄이면서 다음날 주가가 회복되면서 평가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편, 2014년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되던 시점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 7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하였는데 계열회사의 상장시점을 전후로 다시 주가가 회복되는 현상을 나타냈다. 국내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주력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셋째,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악용하여 정상적인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을 낮추는 경우이다. 1996년 에버랜드는 실제 기업가치보다 저가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는데 이 때 다른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특정 참여자들이 실권한 증권을 모두 인수하였다.


전환일에 공정가치가 1주당 8만 5천원대였던 에버랜드 주식은 전환가격인 1주당 7,700원에 전환되었고, 전환권 행사자들은 발행주식의 62.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인수하였다. 투자자가 정상 거래를 통하여 62.5%의 지분을 매입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였지만 해당 내부자들간의 거래로 막대한 이익과 경영권을 특정인들에게 이전시킬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대기업이나 대주주가 합법을 가장하면서 국가질서를 어지럽게 만들기 때문에 법률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을 보면 규제완화로 대기업은 이익을 얻지만 언제나 소비자는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1997년 거평그룹은 부실 계열회사에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을 계열 금융회사인 한남투자신탁에 매각하였다.


그러나 발행 계열회사가 부도나면서 어음에 투자한 고객 펀드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였다. 또한 2006년 말 동양그룹도 부실 계열회사의 기업어음(CP)을 동양투자증권을 통하여 판매하였다. 일반 투자자는 발행 기업의 부도로 대규모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자본시장과 파생상품시장에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고 교묘한 자본세탁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렇지만 대부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대응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시장의 자율성 침해라는 역공을 당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의한 사전 감시기능, 사물인터넷의 실시간 감시기능이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 당국은 시스템을 개선하고 금융시장 전반의 감시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공정한 사회는 상품거래와 금융거래에서 투명성을 가질 때 이루어 질 수 있다.


[구기동 프로필]

•현)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민감시단.
•덕수상업고등학교, 경희대 경영학과, 경희대 경영학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영국 리버풀대 MBA, 서강대 경영학박사
•국민투자신탁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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