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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①> 톡 튀는 아이디어로 재정 구한 국세공무원들

해외관할·재산은닉·거짓감면, 감춰진 숨은 세금 적발…거액징수 ‘쾌거’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징세행정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는 망하게 된다. 아무리 잘 만든 세법이라도 납세자들은 항상 빈틈을 찾아냈으며, 그 빈틈을 막지 못한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었다. 세법 집행기관의 책무는 어제의 일을 오늘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발견하지 못한 빈틈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고, 변화시켜, 나라를 계속 살아 숨 쉬게 하는 데 있다. <본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인 판단과 노력으로 우리나라 조세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무원들의 사례를 기획연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역외로 빠져나간 소득

‘역발상’으로 포착 


역외소득이전은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즐겨 쓰는 방법이다. 해외에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만들어두고 일감을 주어 국내에서 벌어둔 이익을 해외에 넘기는 수법이다. 

 

부산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1과 엄인성 6급 조사관이 포착한 기업은 외국기업으로서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1위를 점유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였다. 


이 업체는 국내 사업자에 기계장비를 공급해 얻은 수익을, 외국기업의 손자회사에 기술용역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국내 사업에서 얻은 막대한 이익을 세금 없이 외국으로 보내고 있었다.


세금은 수익이 발생한 곳에서 징수권한이 있는데, 우리 국세청은 외국으로 넘어간 소득에 대해선 국가 간 과세관할문제로 직접 손 쓸 수 없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외국에 있는 손자회사가 받아간 돈이 일한 만큼 받아가는 것인지 검증하면 되지만, 애초에 외국기업 과세자료 확보와 국내에 남기는 소득이 적정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였다.


엄 조사관이 택한 방법은 역발상이었다. 손자회사가 외국에 있어 문제가 된다면, 쟁점을 국내로 불러들이자는 것이었다. 


기술용역이 제공되는 장소는 손자회사가 아닌 외국 본사에 직접적인 통제권이 있었다. 엄 조사관의 아이디어는 그 장소를 외국법인의 국내 사업장으로 인식하게 해 외국법인을 직접 조사대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만일 국내 사업장이 되면, 외국법인이라도 각종 과세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아니었다. 


이 작전의 가장 핵심은 조사대상 기업과 관련된 국내 관련업체 3개 현장에서 ‘외국법인의 인력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들이 하는 업무는 전체 사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기술인력들은 외국법인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국내사업의 범위는 정확히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등 명목상 업무인지 아니면 진짜 필요해서 용역을 받는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확보였다. 


증거확보 다음에는 과세논리를 탄탄히 세우기 위한 외국사례 수집, OECD 조세 관련 정책 검색 등을 통한 과세논리 및 근거 법령 등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뒤따랐다. 


여기서 하나의 빈틈이라도 발생하면, 한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증거확보에만 장장 7개월이라는 조사기간이 투입됐다.  


엄 조사관은 외국기업의 국내사업에 대한 전체 영업이익은 국내-국외 역할에 따라 정당하게 나뉘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 해당 외국기업의 경우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설득했고, 글로벌 업체조차 엄 조사관과 국세청이 제시하는 법리 앞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당 외국기업은 국내사업의 수익은 외국본사와 국내 손자회사가 함께 이루어낸 영업이익이므로 손자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외국본사의 영업이익률과 동일해야 한다는 데 국세청과 합의했다. 


국외로 이전된 수천억원의 수익이 국내 소득에 귀속됐고, 1억 달러의 외화가 국내로 입금됐다. 현금징수액만 무려 770억원에 달했다.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외국기업은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5년간 예상되는 세수만도 수백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 조사사례를 우수사례로 선정해 각 지방국세청에 전파했다. 


정부는 이러한 업무성과에 대하여 부산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1과 엄인성 6급 조사관과 그와 같은 조사팀원 이동규 6급 조사관, 김영란 7급 조사관에게 예산성과금 1000만원을 지급했다. 


과세사각의 리스보증금, 양지로 드러나다

 

고액상습체납자가 악질인 것은 그가 거액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체납하고도 가족명의로 빼돌려 둔 재산으로 초호화 생활을 즐기기 때문이다. 


세금은 상속세와 증여세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에 연대책임을 물리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보통 악질 고액상습체납자는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데 이 고가의 외제차도 통상 리스차량인 경우가 많아서 압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중부지방국세청 징세과 박혜기 8급 조사관은 바로 그 외제차 리스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정자산 리스는 리스회사에 보증금과 매월 일정금액의 리스료를 납부하면서 일정기간 자산을 유용하는 계약형태다. 임차 기간의 보험경력이 인정되고 리스자산의 유지관리를 리스회사가 대신해준다. 


국세체납자라도 리스계약 체결과 이용에 별 제약은 없다. 


리스를 하려면 리스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만일 이 리스보증금이 체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고,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체납처분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행 국세청 차세대시스템의 재산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이 리스보증금에 대한 자료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서 금융정보 수집 및 일괄조회 업무를 하고 있긴 하나, 조회대상 금융기관에 리스금융회사는 빠져있어 리스보증금은 체납징수의 사각지대로 숨어 있는 세원이었다. 국세청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에 따라 이러한 정보를 리스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박 조사관의 문제제기에 따라 중부지방국세청 징세과는 매출액 규모 상위 5개 리스업체에게 사전업무협의를 거쳐 관내 법인사업자 중 체납액 1000만원 이상 체납자를 대상으로 리스보증금 잔액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그렇게 악질 고액상습체납자들의 리스보증금 정보가 중부지방국세청에 확보됐고, 즉각 과세당국은 해당 리스보증금을 압류·추심했다.


리스보증금 체납처분으로 징수한 현금액만 59억원에 달했으며, 이를 통한 향후 재정개선효과는 25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세청도 이를 교훈으로 삼아 지난해부터 리스보증금을 본점일괄조회 대상에 포함해 체납처분에 활용하고 있다. 박 조사관 등이 리스업체를 금융조회대상 금융기관에 포함하도록 국세청 징세과에 건의한 결과다. 


정부는 중부지방국세청 징세과 박혜기 8급 조사관, 윤혜진 7급 조사관, 안양세무서 이상민 7급 조사관에 대해 1000만원의 예산성과금을 지급했다. 


7년간 사라졌던 세금, 국고로…


자동전자용접면을 제조하는 기업 A는 2002년 서울에서 문을 열었으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B사에 해당사업장을 넘겨주고, 2007년 경기도 화성시로 사업장을 이전했다.


수도권 등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중소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세액감면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제도를 이용해 A사는 2007년 7월부터 2014년 6월 기간까지 총 95억49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3조에 따라 이전 전 수도권에서 2년 이상 공장시설을 갖추고 계속 운영한 중소기업이 수도권 외 지역으로 공장을 전부 이전한 후에야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업종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A사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형식상 감면요건을 충족하는 듯 서류를 제출해 보여 법인세 사무처리규정 상 세원관리 과정에선 지적이 되지 않았으며, 세무조사 초기에도 적정감면이었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김재호 6급 조사관을 포함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 조사1과 조사반이 조사에 나서자 이상한 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이사와 면담에서 서울 거주 직원들이 공장 이전을 기피하여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과 화성으로 이전한 공장 생산라인의 인적 구성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사실 등이 드러난 것이었다. 


근로자 구성원이 대거 바뀔 경우 기존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만일 외국인 근로자로 대거 교체했다면, 보다 단순한 업종으로 전환했을 수 있다. 그리하여 중부청 조사팀은 실제 감면요건을 충족하는지 비밀리 확인에 나섰다.


감면을 인정하기 위해선 이전 전 서울공장과 이전 후 화성공장의 업종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8~9년 전 이전 후 공장에서 실제 이루어진 제조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필요했다.


하지만 A사가 제출한 서류, 장부만으로는 감면의 부당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했고, 생산부서의 이직률이 높아 장기근속직원도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A사에 직접 소명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눈치를 챈 A사가 사실관계를 은폐·왜곡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조사관 등 중부청 조사팀은 일시보관조사의 장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일시보관한 회사 서류와 전산파일을 수차례 반복분석을 통해 공장 이전 당시 근무했던 생산직원이 지금도 일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암행출장 끝에 해당 직원으로부터 A사가 부당하게 세액감면을 받은 사실과 근거에 대한 명확한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A사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기술이 집약된 제조공정은 서울에 소재한 B사에 용역을 맡기고, A사에선 소수의 외국인 근로자 등을 이용해 핵심기술과 무관한 기타 안경류 등 단순 조립만 했다. 


A사는 기업 실체를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B사에 넘겨두고 핵심 업무와 관계없는 껍데기만 지방으로 가지고 내려와 마치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개발에 기여하는 척하고 세금을 빼먹고 있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 이전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의 취지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제정돼 주 업무 등 기업의 실체가 이동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A사는 주 업무는 가족회사에 넘겨두고 형식적 요건만 충족해 7년간 무려 95억원의 세금을 빼돌렸다. 결국, 감면의 부당성을 입증돼 62억원의 세액을 전액 현금으로 추징됐다. 


이러한 사실은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 1과 김재호 6급 조사관과 그의 동료 중부지방국세청 김덕진 7급 조사관, 국세청 김요수 7급 조사관의 노력으로 드러나게 됐으며, 정부는 이들에게 300만원의 예산성과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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