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형자산에 대한 세금산정 문제가 종종 이슈화되는 것 같이 이에 대해 필자가 얼마 전에 겪은 일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알고 보니 전화를 주신 분은 세무사이신데, 직무발명보상금과 관련하여 특허가치평가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필자와는 일면식도 없으나 평소 조세와 세무에 기고한 내 글을 보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말씀드리고 약속 날짜를 잡았다.
세무사님을 만나 경과를 들어보니, 그분이 기장관리를 맡고 있는 모 회사의 대표(A씨)가 가지급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자로 기재되어 있는 특허에 대해 직무발명보상금을 산정한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직무발명보상금 산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모 회사는 2007년 A씨를 발명자로 하여 특허를 등록받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직무발명보상금을 산정함에 있어 2007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특정 제품 매출의 20%를 직무발명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하여 2016년에 일시불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세무사님의 말대로 보고서를 읽다보니 큰 논리적 오류가 있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먼저, 직무발명보상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특허제품 판매에 따른 매출은 2009년부터 발생했는데, 2007년부터 보상금이 지급되었다는 점,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직무발명의 기여도가 높다는 점,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2017년부터 2027년까지의 매출을 추정함에 있어 근거가 부족하고 비약이 심하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발견되었으며, 특히 가장 큰 문제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직무발명보상규정 자체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직무발명보상규정도 없는데 회사가, 그것도 대표이사에게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했다면 이는 자칫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대표님을 뵙고 전반적인 문제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결국 세무사님과 함께 모 회사의 A대표님을 만나, 현재의 보고서를 근거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며, 평가보고서를 다시 작성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는 의견을 드렸다. A대표님께서는 본인도 모 컨설팅업체에서 연락을 받고 아무생각 없이 보고서 작성을 했고, 감정평가 법인에서 보고서 작성이 이루어져 믿고 진행했다는 말씀하시면서 보고서를 재작성하는 것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내비치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추어 보았을때 평가보고서대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 담당세무서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추후 문제가 되는 경우 평가기관이 세무서에 출석하여 평가타당성을 설명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더니 평가를 진행한 감정평가법인에서도 재평가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변리사법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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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가치평가가 재산권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무형재산 가치 평가는 누가 전문가이며, 누구의 업무인가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관련하여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평가를 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변리사와 감정평가사의 경우 해당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변리사법과 감정평가사법에 다음과 같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감정업무를 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분야의 전문가인지 여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이미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듯이, 특허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특허권이 해당 기술을 유효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 특히 제품에 특허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경우 특허권이 제품에 기여하는 바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가치평가 보고서의 경우 제3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적, 법리적, 그리고 경험적 근거가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특허, 그리고 지식재산권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가에게 평가를 의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재평가를 해보니 모 회사 A대표님이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직무발명보상금은 당초 산정된 금액보다 훨씬 적었다. 애초 가지급금과 상계하려고 했던 액수만큼 보상금이 산정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특허의 기술적 특징과 권리범위의 한정내용, 그리고 해당 기술이 제품에 기여하는 정도와 관련된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종합할 때 이 정도의 금액이 적정한 금액임이라는 견해를 말씀드렸다.
물론 제도적인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만, 무형자산은 토지와 같이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이 아니기에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지재권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경우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프로필] 오세일
• 특허법률사무소 인벤투스 대표변리사
• 단국대학교 정보지식대학원 겸임교수
• 대한변리사회 상임이사/사단법인 지식재산포럼 기획이사
•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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