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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부 묵인 속 부동산 구매자 ‘바보’ 만드는 국민주택채권

할인율 부풀리기는 기본, 고객의 중요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사례] 올해 단독주택 소유권 이전(매매) 등기를 법무사를 통해 해결한 A씨는 영수증 공과금 항목 가운데 ‘채권할인금’이란 낯선 항목을 발견했다. 25만원이란 꽤 큰 액수임에도 A씨는 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설명 듣지 못했다.


A씨가 담당 법무사에게 해당 채권에 대해 문의하자 그는 “소유권 이전 시 꼭 사야하는 채권이라 구매 대행한 것”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에 A씨는 그보다 먼저 주택을 구입한 이들에게 해당 채권에 관해 물었으나 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다른 경로를 통해 ‘국민주택채권’임을 알아낸 A씨는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에서 본인부담금을 확인해봤다.


그 결과 실거래가 3억원 상당인 주택(시가표준액 1억원 가량)을 구입한 A씨의 실질적인 부담액은 5만원 수준이었다. 담당 법무사가 실 부담금보다 5배에 달하는 금액을 과다 청구한 것이다. 만약 A씨가 의문을 갖고 알아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문제다.


뿐만 아니라 법무사는 채권 매입을 A씨의 동의 없이 채권 대행업체에게 위임했다. 현행 제도상 매입 당사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국민주택채권을 대리 발급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주민등록번호와 부동산 매매 내역이라는 중요한 개인정보가 A씨 모르게 유출된 것이다.


사정을 알게 된 A씨는 “주택 구입 이후로 각종 대출을 권유하는 연락이 갑자기 늘었다”며 “채권대행업체에서 내 개인정보를 유출해서 그런 것 같다”며 분노를 표했다.


(조세금융신문=박소현 기자) 위 사례처럼 소비자가 관련 지식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법무사와 채권대행업체 등이 국민주택채권 본인부담금을 부풀리거나 중요한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정부에서는 관계부처끼리 서로 책임만 미루는 실정이다.


국민주택채권(이하 주택채권)은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5년 만기 국채다. 주택·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는 해당 부동산 가격(시가표준액 기준)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매입 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이율이 1.75% 수준이라 실익이 적다.


일반적으로 해당 채권은 은행에서 매입 즉시 매도하게 되는데, 이 경우 매일 공시되는 할인율에 따른 차액만 부담하면 된다. 주택채권 할인율은 전국 전 지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민주택채권 이용해 정해진 보수보다 과다 청구하는 것이 업계 관행

대표적인 강제성 채권임에도 부동산 구입자 가운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현재 관련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부동산 등기 업무를 법무사에게 위임해 처리한다. 하지만 법무사에게는 국민주택채권에 대해 고지할 의무가 없다.  


법무사 업계 관계자는 “국민주택채권에 대해 알 정도면 직접 등기하지 법무사에게 위임할 이유가 없다”며 “다들 몇백만원에 달하는 취득세는 꼼꼼히 따져보지만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은 항목은 그냥 넘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국민주택채권은 공과금 명목으로 과다청구해도 고객이 알기 어렵다”며 “이를 통해 원래 받아야할 보수보다 더 챙기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변호사와 법무사 명의를 빌려 부동산 등기 3만건을 싹쓸이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국민주택채권 등을 정해진 금액보다 25배 가량 높게 책정하거나, 아예 정상적인 등기 보수가 아닌 항목을 만들어 청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수법을 통해 정상 보수보다 1건당 평균 35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의 소비자 피해액만 최소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무사, 고객 동의 없이 채권대행업체 위임…중요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높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중요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무기명 실물채권으로 발행되던 국민주택채권은 지난 2004년 이후 전자발행 방식으로 변경됐다.


과거 일반 소비자로부터 실물채권을 수집해 시세차익을 누리던 채권중개상들은 법무사와 은행을 상대로 한 채권 대행업체로 모습을 바꿨다.



A씨 사례처럼 법무사가 채권대행업체에 채권 발행을 위임할 경우 기본적으로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요 자산인 부동산 거래가액이 전해진다. 거기에 연락처까지 더해지면 대출업자에게 팔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가치 있는 개인정보가 된다. 당연히 고객은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이를 직접 겪은 피해자 A씨는 “채권대행업체가 발행자(고객) 개인정보를 매매하거나 악용할 수도 있다”며 “고객 동의 없이 채권대행업체에게 국민주택채권 발행을 위임한 행위는 법무사가 등기 대리인으로서의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 비판 했다.


현재 대행업체는 은행의 암묵적인 비호 아래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결국 관리자 의무를 다해야 할 은행과 신의성실 의무를 가진 법무사가 채권대행업체와 결탁해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키는 셈이다.


근본적인 원인, 결국 비정상적인 등기 수임구조 탓

업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의 발생 원인으로 비정상적인 부동산 등기업무 수임구조를 지목했다. 국내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만큼 부동산 등기가 주 수입처인 법무사들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확실한 고객을 소개받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사는 그 대가로 공인중개사에게 소개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주택채권 대리 발행이 주 업무인 채권대행업체는 해당 채권 발행을 위임받는 대신 법무사에게 알선료를 지급한다. 마찬가지로 채권대행업체는 국민주택채권 위탁 은행 가운데 일부에게 리베이트를 받고 발행 실적을 몰아준다.


채권대행업체 관계자는 “법무사나 일반 고객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주택채권 발행을 맡기면 자사와 연계된 은행에서 발급한 후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 주택채권은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6개 은행(KB국민, IBK기업,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에서 발행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정부로부터 국민주택채권 발행 건수당 위탁 수수료 3140원을 받는다. 


부동산 거래정보를 독점한 공인중개사부터 시작해 법무사, 채권대행업체, 은행에 이르는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다. 이 속에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은행 측에서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국민주택채권은 매입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 확인되면 특별한 위임서류 없이도 대리 발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은행이 채권대행업체에게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은 아니다.


관계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바쁜 정부… 소비자 피해 해결은 뒷전

선의의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이다. 조세금융신문 취재 결과 한 은행에서는 “우리는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따를 뿐”이라며 “이는 정부가 해결할 문제지 은행에서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란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도 “국민주택채권 발행 업무가 은행에서 이뤄지긴 하지만 이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채권 발행 관리를 맡은 기획재정부나 주무부처인 국토부로 문의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12월 국민주택채권을 국고채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던 기재부는 “국토부 반발로 관련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정작 실질적인 핵심 관할부처인 국토부 국민주택채권 담당자는 “해당 업무를 맡게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바가 없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물론 정부가 국민주택채권 제도를 개선한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토부는 국민주택채권 위탁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도록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의무 매입대상 1건에 대해 국민주택채권을 2건 이상 발행하더라도 그에 따른 위탁수수료는 1건으로 산정해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은행과 결탁한 채권중개인이나 법무사들은 건당 리베이트를 더 받기위해 국민주택채권을 여러 개로 쪼개서 발행해왔다. 개정을 통해 이러한 꼼수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에 대해 “그간 누누이 지적되던 국민주택채권으로 인한 문제는 아직 지지부진한데 정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은 해결이 빠르다”며 “소비자 피해는 무시한 채 정부 지출만 줄이면 그만인 것처럼 보인다” 는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시급… 은행에서 대리인 확인 절차 강화해야

결국 이 같은 국민주택채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민주택채권 대리인 발행 절차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너무 허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 또한 엄연한 금융거래인 만큼 은행에서 매입당사 자에게 위임받은 대리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해 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국민주택채권 대리 발행권을 두고 법무사-채권대행 업체-은행으로 이어지는 비합법적인 리베이트 구조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지급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한 후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하게 처 벌해야 한다”며 “국민주택채권 매입 절차가 매우 간단해진 만큼 채권매입자가 직접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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