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소현 기자) 산업은행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가 납득하기 힘든 운영‧관리로 인해 2600억원에 달하는 커다란 평가손실을 불러 온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한 해외자원개발투자펀드는 손실을 줄이거나 만회할 기회를 방치해서 ‘깡통펀드’로 전락했다.
지난 2009년 5월 지식경제부는 산업은행(GP)을 내세워 SK에너지, 삼천리자산운용과 함께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이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는 2011년 12월 MMBtu당 4달러선에서 미국 텍사스 가스정 490개를 3000억원을 투자해서 인수했다. 그 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폭락을 거듭해 2012년 5월 2달러선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2014년 5달러까지 상승했다. 만약 이 때 매각했다면 손실을 줄이거나 만회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2013년 말 해당 사모펀드의 평가손실은 159억원 수준이었다.
가스정 인수 초기에 급격한 국제 천연가스가격 하락을 겪었음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운용사들은 적정 매각시기를 방치했다. 결국 2016년 5월 2달러 선으로 추락한 후에야 2호를 매각해서 손실 1084억원을 감수해야 했다.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매각이 완료된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 2호와 같은 조건으로 남은 1호와 3호를 모두 매각했다 가정했을 때 손실이 약 2600억원"이라며 "남은 1호와 3호를 오는 2019년까지 마저 매각할 경우 총 손실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막대한 손실은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공기업 등 투자기관들도 함께 짊어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당시 MB정부의 자원외교 일환인 해당 사모펀드에 대해 ‘묻지마 투자’를 강요당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해당 사모펀드는 집합투자기구 조성 후 투자대상을 정하는 블라인드 펀드 형태로 조성됐다. 이로 인해 한국수출입은행은 투자 타당성 평가를 할 수 없었다.
특히 MB정부 시절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유한책임사원(단순투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은 투자 타당성 평가는 물론이고, 투자 심사와 투자 대상 선정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출입은행 지난 2009년 12월 사모펀드에 334억원을 투입했으며, 이에 따른 손실 규모는 319억원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년간 산업은행을 비롯한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펀드 운용사들은 운용보수 179억원을 챙겼다.
김현권 의원은 “최근 해외자원개발펀드의 손실 규모가 공개되면서 납득하기 힘든 가스 개발 펀드 조성과 투자, 그리고 운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MB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부친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성 금융기관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는 점에서 관치금융 폐해를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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