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공영감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아파트 회계감사가 불법 행위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20일 오후 여의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파트 회계감사와 관련 “상장사만 해도 주주총회, 소액주주 운동가, 이사회 등 여러 견제기능이 있지만, 아파트 회계감사는 셀프선임을 하는 데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다”라며 “셀프선임으로 면죄부 주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입주민 대표 등이 집행한 관리비 등에 대해 회계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회계감사를 맡을 감사인을 입주민 대표가 뽑는 ‘셀프선임’으로 인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14년 배우 김부선씨의 폭로로 아파트 부녀회 회원들이 회계를 조작해 난방비를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같은 셀프선임의 폐해가 조명된 바 있다.
그러나 비용 등을 이유로 여전히 입주민 대표회의체가 아파트 회계감사인 선임권한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아파트 단지가 500세대라고 보면 한 세대당 부담하는 회계감사 비용은 하루에 6원, 한 달에 200원에 불과하다”라며 “입주자 대표회의체도 견제받지 않으면 셀프선임이란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지자체 장 또는 감독관청에서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4차산업혁명을 맞이해 회계사를 단순한 회계장부 감사인에서 산업경제 전문가이자 종합 컨설턴트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및 기술발달로 회계부문 전수조사가 가능하게 되면, 시기별·세대별·성별, 심지어 날씨에 따른 매출 변화까지 분석이 가능하다”라며 “회계사들이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로 무장하게 되면, 많은 먹거리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 분석은 금융기관도 하지만, 금융은 보다 거시적인 반면 회계사는 기업별로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며 “회계사들이 (컨설팅 분야에서) 차별성을 갖거나, 또는 같은 일을 하면서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해서 회계전문가들이 관측한 기업경기실사지수인 CPA BSI를 반기별에서 분기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회계 업계 내부 투명성 강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행동강령을 개정해 접대, 선물 관행을 근절하는 등 공정감사 수행을 저해하는 어떠한 것도 거부하도록 할 것”이라며 “위반 시 징계위를 통해 제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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