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한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품 납품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한 중소기업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작년 9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이하 '기술유용 근절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 적발 사례로 발표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부품 '에어 컴프레서'를 납부해온 중소기업 A사에 납품단가 18% 인하를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A사의 기술이 담긴 부품 도면 31장을 빼돌려 B사에 넘겼다. 이후 B사가 부품 생산에 성공하며 에어 컴프레서 납품단가를 10% 낮춘 두산인프라코어는 A사와의 거래를 끊어버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자산총액 30조5000억원으로 재계순위 13위 두산그룹 계열사로 국내 굴삭기 생산 1위 업체다. 이번 혐의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보복성 납품거래 종료 등 전형적인 '대기업 갑질' 행태로 보이는 이유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적발 사례를 발표하며 "하도급 업체들은 대기업 심기를 건드릴까 봐 대기업 요구로 기술자료를 제출하면서도 '비밀'이라는 표시조차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 갑질 행위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에 따르면 기술유출을 신고한 중소기업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총 527곳으로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공정위가 밝힌 기술유용 첫 적발시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기술유용 손해배상 범위를 손해액 3배에서 10배로 확대하는 법개정 추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탈취 등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는 중소기업의 열매를 정당한 대가 없이 가로채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제재를 시발점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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