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지난 5월 104년만에 서울시금고 운영 은행이 변경됐다.
기존에 서울시금고를 운영해왔던 우리은행은 2조원 규모의 2금고 운영자로 선정됐고 32조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1금고는 신한은행이 맡게 됐다.
104년만의 사업자 교체보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입찰 과정에서 제시된 출연금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사업제안서에 1금고 3050억원, 2금고 1200억원, 총 4250억원의 출연금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4년간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를 운영하며 출연했던 1400억원의 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1금고만 따져봤을 때도 4년 동안 출연금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KB국민은행 역시 1금고와 2금고에 각각 2400억원, 600억원의 대규모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의 과도한 상승은 출혈경쟁 논란으로 이어졌다. 32조원에 달하는 금고 규모와 수익성, 상징성 등을 고려해 봐도 출연금 규모가 과도하게 많다는 비판이다. 기관영업을 위한 은행들의 출혈 경쟁은 과거 경찰공무원 대출(참수리 대출) 사업권,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경쟁 등에서 수차례 지적돼온 사안이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관영업의 부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증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 새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출연금 두 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4년 후에도 서울시금고 사업자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올해 제시했던 3050억원을 크게 웃도는 출연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머지않아 출연금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단지 ‘뺏고’ ‘지키는’ 경쟁 과정에서 부풀려진 출연금이 큰 미래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출연금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 재선정 주기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만큼 은행권 내부에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기관영업으로 인한 비용이 소비자에게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출혈경쟁을 한 은행들은 고금리를 적용받는 저신용자, 서민에게서 본전을 뽑으려고 할 것”이라며 “과당경쟁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서울 구금고 사업자 경쟁에 한창이다. 대부분의 구금고를 운영 중인 우리은행과 새롭게 서울시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도 모든 구에 빠짐없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인천시금고 경쟁에도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뺏거나 지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은행들은 기관 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비용을 계산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풀려진 출연금은 되돌릴 수 없으며 이는 미래 은행업계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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