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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피해자만 발 동동, 국회서 잠자는 집단소송제 입법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돼…연내처리 불투명
정부여당, '미국식 집단소송제' 단계적 도입 추진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라돈침대, KT화재 등 연이은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집단소송제 입법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법안발의까지는 나갔지만, 정작 입법부에서 소위에서 계류된 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가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이번 임시 국회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편집자 주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단체 회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사실상 배상을 받을 길이 없는 탓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임보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KT화재,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매년 피해가 반복되지만, 무엇하나 해결된 게 없고, 피해자들은 방치되고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이 미뤄지는 틈을 타 기업만 이익을 얻는다.”

 

집단소송제 공약 선거 끝나면 ‘냉랭’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뭉쳐 대표 대리인을 내세워 대기업을 상대하는 집단소송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부담을 십시일반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표자가 승소하면, 그 혜택이 소송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된다.

 

반면, 국내는 증권분야라는 극히 한정된 분야에만 허용하고 있다. 그 외의 분야에선 개인이 홀로 거대한 기업에 맞서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선진국, 특히 미국식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정치권에 요구해 왔다. 18대 대선, 19대 대선 당시 당색을 막론하고 주요 대선후보들은 모두 공약사항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국회의 온도는 뜨뜻미지근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한 집단소송법안은 10개나 되지만, 모두 소관위 심사 문턱 앞에 멈춰 섰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여당이 함께 집단소송제 법안을 발의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9월 27일 법무부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대표발의의 형태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 제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밀려났다.

 

지난 17일 기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1126건에 달한다. 사법개혁 등 주요 이슈에서 여야 간 입장차가 첨예했던 탓이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집단소송제 법안도 962건의 소위원회 계류법안과 함께 잠들어 있다.

 

정부표 집단소송제 완전판 아니라 절충안

 

다만, 정부안에는 문제가 있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집단소송제 법안은 현재 증권분야로 한정된 집단소송제의 범위를 ▲제조물 책임 ▲부당공동행위·재판매가격 유지 ▲부당 표시·광고 ▲개인정보침해 ▲식품안전 금융소비자보호법 ▲신용정보법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기업 측이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차일피일 재판을 늦추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측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법원에서 바로 재판날짜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 안에는 집단소송제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요건이 빠져 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장점은 대표자 소송을 통한 천문학적인 배상이다.

 

대표자 소송에서 기업 책임으로 결론나면, 법원은 해당 제품을 산 구매자가 전원 피해를 입었다고 간주해 판매실적에 비례해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책정한다.

 

법원 판결로 인한 효력은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모두에게 미친다.

 

지난 2016년 6월 연비를 조작한 폭스바겐의 2000cc 디젤모델에 대해 미 연방법원이 한국 돈으로 16조5220억원(146억달러)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한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이 나려면, 기업이 소비자들의 증거자료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기업제품이 피해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입증을 하려면 증거가 필요한데, 그 증거는 모두 기업에 있고, 기업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증거제출을 거부한다. 그리고 법원은 기업의 증거제출 거부를 수용하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 국내에서 피해배상이 거의 불가능한 핵심 이유다.

 

미국 법원에서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기업이 피해자가 요구하는 증거제출을 거부하면, 법원은 양측을 불러 조정과정을 거친다. 그래도 기업이 영업비밀 운운하며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간주한다. 기업이 떳떳함을 주장하고 싶으면, 증거를 내놓으라는 의도다.

 

정부 법안에는 이 대목이 빠져 있다.

 

'여소야대, 재계 반발' 단계적 해결 추진

 

정부여당 측은 부족한 점에 대해서 인정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제인총연합회, 대한상의 등 경제계는 집단소송제에 대해 극렬 반대하는 입장이다.

 

야당은 비록 지난 대선에서 집단소송제 도입 공약을 냈기는 했지만,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야당 모두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라며 “경제단체의 반발이 거센 데 야당들은 표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호응도 하지 않고 있어 법안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미국식 기업 증거제출 의무도입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이 조항을 법안에 넣으면 자칫 큰 틀에서의 집단소송제 확대조차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증거제출의무는 반발이 매우 크고, 이를 법안에 넣으면 제도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제도를 급진적으로 추진하면, 부작용도 큰 만큼 법무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정부여당의 노력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임보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국장은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정부의 집단소송제 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라며 “그간 도입 자체가 안 되고 있었지만,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은 어느 강한 집단이 우격다짐으로 밀어 붙일 수 없고, 단계적으로 처리해나가야 할 사안이란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첫발부터 내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부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란 것이다.

 

다만, 도입 후에는 기업의 증거제출의무 외에도 미국식 집단소송제도의 단점인 개인의 소송청구권 침해 문제 등 다른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는 대표자가 이기면 모두 이기지만, 지면 모두 지는 구조다. 재판에 앞서 소비자가 집단소송에서 빠지면, 대표자가 지더라도 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법 절차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이를 대리해 줄 소비자 권익 단체 등 전문화된 조직이 필요하다.”

 

여권 관계자는 집단소송제 법안 통과 외에도 향후 개선작업까지 나아가려면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미국식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법안은 미비하고, 개선점도 많다. 소비자와 경제계의 목소리도 꼼꼼히 듣겠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도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등 소비자 피해의 주된 유형은 불특정 다수에서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정부여당도 노력하겠지만, 이것은 나의 일이라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채이배, 한국형 집단소송제는 미국식+독일·일본식>

피해자 범위 특정 가능할 때는 미국식, 아닐 땐 독일·일본식 적용

 

최근 국회 일각에서는 정부안 보다 선명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야당 내부에서도 집단소송제의 전문가로 꼽힌다. 경제개혁연대 연구원 출신이자 미국 회계사 자격이 있으며,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했을 때부터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채 의원은 정부안은 도입에만 신경쓰다보니 개선사항이 너무 많고, 언젠가 개선할 것이라면, 첫 단추를 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정부안에서 부족했던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도입, 기업 증거자료 제출의무 외에도 보완방법까지 함께 담은 내용의 집단소송제 법을 최근 발의했다.

 

채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발의한 법안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약점은 대표자가 패소 시 다른 소비자들이 소송으로 구제될 방법이 전혀 없다. 피해자 범위가 특정될 때에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로 가되,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경우에는 독일, 일본식 집단소송제도를 일부 도입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대표자가 소송을 걸면 자동으로 다른 피해자들에게까지 판결 효력이 미친다. 이기면 다 이기는 거고, 지면 다 함께 진다. 그래서 피해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뛴다.

 

반면, 독일, 일본식 집단소송제는 일단 대표자가 소송해서 이기는 것을 보고, 그 다음에 소비자들이 개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독일, 일본식은 미국식처럼 대박은 터지지 않고, 소비자가 앉아서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그러나 대표자가 질 경우에도 개별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소송청구권)를 주장할 수 있다.

 

채 의원은 “미국식을 기본 골조로 피해자들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을 때만, 개별 피해자들의 소송청구권을 보장하는 독일, 일본식 집단소송제를 접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러자면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정수인 기업의 증거제출의무를 반드시 제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국장은 독일, 일본식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는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장점이 소비자가 직접 재판에 참여하지 않아도 배상받을 길이 열린다는 것”이라며, “일본식 집단소송제는 대표자가 이겨도 개별 소비자가 또 소송을 해야 해 사실상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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