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엑스퍼트컨설팅 마케팅 팀장) “여기, 짜장면으로 통일이요!”
어느 회사의 점심시간. 사장님을 비롯한 스무 명 정도의 직원들이 중국집에 들어섰습니다. 저마다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사장님이 “나는 짜장면”이라고 주문한 순간 모든 메뉴가 통일되어 버립니다. 주문하기 위해 김 대리가 외칩니다. “여기, 짜장면으로 통일이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이지만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만큼은 거짓말처럼 통일이 이뤄집니다. 제일 윗사람이 시킨 음식과 같은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죠. 다른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동료들의 눈총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획일성의 강요’는 식당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일할 때에도, 회의할 때에도 ‘다름’은 용서받지 못합니다. 특히 그 자리에서의 최고 리더와 다른 의견을 낼 때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냉전 시대 레이건은 공산주의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인정된다. 다만 표현한 이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을 뿐이다.”
촌철살인과 같은 레이건의 말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상사 또는 동료가 생각하는 ‘대세적인 의견’과 다른 표현을 할 자유는 있지만, 그런 표현을 한 이후에는 ‘조직 부적응자’라는 주홍글씨를 각오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화합’이라는 신기루
이처럼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되는 것만을 추구하는 획일성의 강요는 효율성이 강조되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획일화된 컨베이어 벨트에서 더욱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기업의 최고 경쟁력이던 시절에는 ‘다른 의견’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우리는 ‘화합’이라는 신기루를 좇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최대치의 생산량을 내기 위해서는 다른 행동, 다른 의견은 필요 없었는데, 이런 획일화된 상태를 우리는 ‘화합’이라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화목하게 어울리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화합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습니다.
화합을 방해하는 요소인 ‘갈등’이 언제나 화합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수많은 회사가 ‘화합’을 사훈으로 내걸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회사 내에서 정말로 화합이 이뤄지고 있는지.
조직의 규모를 불문하고 조직 내에는 수많은 갈등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업무 방식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물론이고 이해관계의 충돌 등 셀 수 없이 많은 갈등이 조직 내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획일화의 강요’를 통해 억지로 화합을 추구할수록 이러한 내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갑니다.
다양성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세
넷플릭스나 구글 등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기업들, 특히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면서 이들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이들 기업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사내에 갖춰진 훌륭하고 멋진 휴식 공간, 직급을 폐지하고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게 하는 등의 노력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그러한 외형적인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그중에서 제일 나은 방법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앞서 말한 외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조직 안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고 수렴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아직도 ‘다름’에 익숙하지 않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세상은 ‘다양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획일성은 창의성의 적으로 간주되며 새로운 발상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름의 존중’을 위해 필요한 일
이처럼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존중’이 필요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서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서슴없이 말하지만 누군가는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하여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방식만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다양성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습니다.
서로 간의 소통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는 심리진단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버크만 진단’이 기업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1)
1) 버크만 진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버크만코리아 홈페이지 또는 본 칼럼의 저자가 쓴 ‘직원존중 주식회사’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입장’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부분 갈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입장’을 버리지 못해서 발생합니다. 서로가 자기의 입장만 생각할 뿐 상대의 입장은 헤아리지 않는 것이죠. 자신의 입장을 미리 정하지 않고 회의에 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버리고 유연하게 생각할 때 비로소 창의적인 해결 방법이 보일 것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프로필] 김 철 영
• 엑스퍼트컨설팅 마케팅 팀장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KBS 2TV “회사가기 싫어” 조직문화 관련 자문 및 출연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LH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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