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유럽연합(EU) 등이 법망을 공격하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의무보고제도’의 국내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무사나 회계사 등이 세법상 허점을 이용해 공격적 조세 전략을 짜면, 이를 실행하기 전 국세청 등 과세관청에 그 설계도를 보고하고, 미보고 시 과태료나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김무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7일 월간 재정포럼 최신호에 담긴 ‘공격적 조세 전략에 관한 의무보고제도의 도입에 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공격적 조세 전략(ATP·Aggressive Tax Planning)이란 세무사나 회계사 등 법망을 악용해 짠 조세회피 전략을 말한다.
특히 디지털 경제환경 구축으로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되면서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익을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BEPS(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에 의무보고제도를 권고하고 있고, EU는 지난해 이를 도입했다.
보고했다고 해서 해당 조세 전략을 합법으로 인정하거나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아니다.
EU는 ▲잠재적으로 공격적 조세 전략 모델을 계획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저지하는 억제 효과 ▲법률의 흠결을 조기에 발견해 개정이나 폐지할 수 있는 법 정책적 목적 달성 ▲회원국 간 수집 정보 공유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EU는 기획자나 납세의무자가 해당 조세 전략이 실행됐거나 실행할 수 있게 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과세당국에 보고토록 했다.
이는 신고 납부 기한보다 빠른 것으로 기한을 넘기면 과태료나 가산세 등을 부과한다.
김 초빙연구위원은 캐나다·폴란드·포르투갈·영국·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조세회피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국내의 경우 국제조세조정법 11조(국제거래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가 이 제도와 유사하지만, 의무보고제도는 세제 혜택 가능성이 핵심이기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초빙연구위원은 국제거래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과세행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무보고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경우 국내거래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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