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망각은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가
어제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가? 그저께는? 분명히 내가 보낸 시간들인데 그때 무엇을 했는지 단번에 기억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로 하루 전에 일어난 일일지라도 한참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어떤 일들은 끝끝내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늘 망각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망각에 대해 이야기하며 “잘 떠올랐던 것이 점차 희미해진다”고 말하곤 한다. 과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기억과는 별개의 기제가 망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암호화하는 뉴런들 간의 연결이 점차 끊어지거나 뉴런들이 수명을 다해서 자연적으로 망각이 일어난다고 말이다. 이는 망각 과정을 기존의 기억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는 수동적인 과정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망각이 일어나는 기제를 연구한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적극적으로 기억을 지우거나 숨긴다고 말한다. 내재된 망각: 우리 뇌는 항상 기억을 지워나간다 2016년 스크립스 연구소의 로날드 데이비스(Ronald Davis) 연구팀은 초파리에게 특정 기억을 학습시킨 뒤 그 기억이 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지워지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망각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도파민이 ‘버섯체뉴런(mu
- 이보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 2018-09-1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