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직후의 인체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도시와 같다. 외부의 강한 물리적 타격은 근육과 인대를 뒤흔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혈(氣血)의 통로도 차단한다. 이때 정체된 기운은 한자리에 머물며 마찰열을 일으킨다. 이것이 ‘울열(鬱熱)’ 혹은 ‘열독(熱毒)’ 상태다. 사고 부위의 부어오름, 화끈거리는 열감, 욱신거리는 통증의 원인이다.
만성 후유증의 핵심은 해결되지 못한 염증, 즉 열독에 있다. 열은 흐름을 방해하고 조직을 딱딱하게 굳히며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 불길을 잡지 않은 채 진행하는 물리 치료나 단순한 진통 처방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것과 다름이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긴요하게 쓰이는 약재가 금은화(金銀花)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단 금은화는 동의보감에 “열독을 제거하고 종창(부기)을 가라앉히며, 소갈과 이질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외상으로 발생한 비정상적 열성 반응과 조직 부종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금은화의 탁월함은 ‘청열해독(淸熱解毒)’에 있다. 사고의 충격으로 기혈 순환이 자유롭지 못하면 주변 조직에는 고인 피인 어혈(瘀血)과 함께 탁한 액체인 담음(痰飮)이 쌓인다.
이로 인해 열독이 발생한다. 금은화는 독소의 사기(邪氣)를 맑게 씻어내어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시킨다. 현대적 시각에서는 천연 항생제이자 항염증제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루테올린(Luteolin)과 같은 유효 성분들이 염증 매개 물질의 분비를 조절하여, 급성 염증이 만성 신경통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금은화는 특히 사고 부위의 발적과 심한 부기, 통증 부위 열감이 느껴지는 급성기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과열된 회복 반응을 적절히 제어하여 조직 재생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순한 통증 차단이 아닌 통증이 발생하는 병리적 환경을 정화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몸의 이상 열기를 부드럽게 가라앉히는 금은화는 단독 보다는 황금 등과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