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등 ‘핀셋 규제’가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수요를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풍선효과’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규제가 가격을 누르는 동안 수요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24일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강원대 부동산학 박사)은 서울 사례 분석을 통해 “규제는 가격을 누를 수는 있지만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며 “결국 수요는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는 구조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 규제 지역은 눌렸지만…비규제 지역은 더 올랐다
양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규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규제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격 대비 평균 9.6% 낮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격 자료를 기반으로 동(洞) 단위 분석을 수행했으며, 합성대조군법(SCM)을 활용해 ‘규제가 없었을 경우의 가격 경로’를 추정한 뒤 실제 가격과의 격차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측정했다.
이는 단순한 상승률 비교를 넘어, 정책이 없었을 경우의 가상 시나리오와 실제를 비교한 ‘반사실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양 박사는 “이 수치는 실제 가격이 아니라 정책이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과의 차이를 의미한다”며 “규제 효과를 보다 정교하게 확인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규제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확인됐다. 성수동1가는 규제가 없었을 경우보다 가격이 26.86%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고, 반포동(8.92%), 신사동(5.92%) 등에서도 유사한 상승 흐름이 관측됐다.
여기서 제시된 수치는 실제 집값 상승률이 아니라, ‘규제가 없었을 경우 예상되는 가격’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높거나 낮게 형성됐는지를 나타낸 값이다.
쉽게 말해, 규제가 없었을 때보다 덜 오르면 ‘억제 효과’, 더 오르면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 집값이 실제로 10% 올랐더라도, 규제가 없었다면 20% 올랐을 것으로 보이면 “규제가 집값 상승을 절반 정도 막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성수동의 26.86%는 단순한 상승률이 아니라, 원래 예상되는 상승폭보다 그만큼 더 크게 오른 ‘추가 상승분’을 의미한다. 이는 규제 지역에서 이동한 수요가 유입되면서 집값이 예상보다 더 크게 뛰었다는 뜻이다.
성수동1가의 경우 이러한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난 사례로, 규제는 집값을 억제하기보다 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풍선효과’가 실제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 서울은 하나의 ‘투자 네트워크’…규제가 수요를 재배치
이 같은 흐름은 규제가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재배치’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주택시장은 강남, 성수, 용산 등 주요 지역이 하나의 투자 네트워크로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어, 특정 지역만 규제할 경우 수요는 인접 지역이나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양 박사는 “풍선효과는 단순히 가까운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입지 프리미엄과 개발 기대가 결합된 지역으로 선택적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수동은 서울숲 인접 입지와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개발 기대가 맞물리며 강남권 외 대체 투자처로 부상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반포·신사동은 규제 지역과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규제는 적용되지 않은 ‘대체 투자처’로 기능하며 수요 유입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분석은 규제가 수요를 제거하기보다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효과는 길어야 4년…토허제, ‘유통기한 있는 규제’
연구는 규제 효과가 일정 기간 이후 약화되는 구조도 함께 제시했다.
분석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의 가격 억제 효과는 약 2~4년 이후 점차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에는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수요 흐름을 근본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 박사는 “규제 효과는 일정 기간 동안 유지되지만, 수요 자체를 억제하지 못하는 이상 결국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권 거래가 둔화되는 시기에도 성수동과 마포, 용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증가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로 억눌린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주택시장이 개별 지역이 아닌 하나의 연결된 시장으로 작동하는 만큼, 특정 지역만을 겨냥한 규제로는 수요 이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핀셋 규제 한계”…정책 설계 방식 바꿔야
이번 분석은 규제 효과의 유무를 넘어 정책 설계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특정 지역만을 겨냥한 ‘핀셋 규제’는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이동을 유발하며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 박사는 이에 대해 “규제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을 공급 확대의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서울·경기·인천을 포괄하는 광역적 규제 체계와 금융·조세·공급 정책이 결합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풍선효과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2025년 1월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재지정 등 최근 정책 변화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시기의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등 거시 변수의 영향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석이 규제의 효과 여부를 넘어 ‘수요 이동 관리’라는 새로운 정책 과제를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특정 지역의 가격을 억제하는 접근을 넘어, 이동하는 수요를 어떻게 흡수하고 분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설계가 향후 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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