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국회 소득세 인하 ‘생색내기’ 경쟁...연봉 7000만원 이하는 혜택 ‘미미’

2022.07.14 06:40:03

연봉 8000만원 이상도 서민이라는 국민의힘
소득세 물가연동해 임금인상 억제하자는 전경련
전경련 논리 따라가는 민주당
당해도, 알고 당하는 게 낫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근 정부와 거대 양당, 대기업들이 일치단결해서 소득세 인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너무 진행돼서 소득세 따위 인하해봤자 서민들은 별로 영향이 없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과세표준을 어떤 형식으로 바꿔도 전 국민의 80% 이상이 세율 6%, 15%를 단계적으로 적용받는 과세표준 4600만원 이하(약 연봉 7000만원 이하)라는 것은 바꿀 수 없다. 

 

2020년 기준 근로자 87.43%가 과세표준 4600만원 이하인데 국민의힘은 과세표준 4600만원 초과부터 인하폭을 크게 가져가고 있다. 그 수준은 연봉 8000만원 정도 넘겨야 세금 인하로 소고기 한 번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연봉=과세표준+소득공제).

 

 


전경련, 경총 등 기업계에서는 한 술 더 뜬다. 이들은 매년 물가상승에 따른 소득세 자동인하를 주장한다. 여기에 민주당도 한 다리 걸쳤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흔들리면 대다수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중소기업, 파견,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피해를 입는다. 알바 뛰는 청년들도 운다.

 

중소기업들은 경상순이익에 캡을 씌우거나, 가족회사를 만들고 거래를 통해 이익을 몰아줘서 회사 이익을 줄여 연봉상승을 압박한다. 직원들 임금의 최후 마지노 선이 최저임금 상승률인데, 세금이 물가연동되면 최저임금 상승률도 흔들린다.

 

정부 재정은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OECD 평균(8.3%)보다 개인소득세 비중이 40% 정도(5.4%) 더 낮다.

 

기업 소득비중은 1990년 17.0%에서 2017년 24.5%로 늘었고, 가계소득은 70.1%에서 61.3%로 줄었다.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드는동안 근로자들은 올해 1월을 기준으로 300인 이상 기업은 연봉 1억1100만원, 300인 미만 기업 종사자는 연봉 4600만원으로 양극화됐다. 

 

근로자 숫자는 연봉 4600만원 이하가 월등히 많지만, 세금은 연봉 4600만원 초과자들이 더 많이 부담한다. 이 마당에 소득세 재원을 줄이면 점차 늘어나는 공공서비스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세금 법안을 만든 국회의원실 직원들이나 기재부 직원들조차 소득세 인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국회의원실은 대다수, 기재부 세제실은 상당수가 연봉 7000만원(과세표준 약 4600만원)을 못 넘기는 걸로 알려졌다.

 

 

◇ 국민의힘에 국민 없고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가 없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세율 15% 구간시작점을 1200만원→1400만원, 세율 24% 구간시작점을 4600만원→5600만원, 세율 35% 구간시작점을 8800만원→1억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소득세 과세표준 변경은 윤석열 정부의 추경호-최상목 경제팀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주제다.

 

그런데 이 법안은 서민들한테는 거의 혜택이 없다. 

 

세율 15% 시작구간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올리면 그 동안 15%로 과세되던 구간이 6%로 바뀌니까. 200*(15%-6%)으로 18만원의 세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대로 18만원 세금이익을 보지 못한다. 세금 공제를 통해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 세금조정 때문에 과세표준 1200만원 사람들이 내는 세금은 1인당 72만원이 아니라 9만5000원이다. 과세표준 1200만원~3000만원 구간 사람들은 86만9000원을 세금으로 낸다. 실효세율은 0.5%와 2.2%다.

 

따라서 세금 절감 효과를 보려면 실효세율로 적용해야 하며 과세표준 1200~3000만원 구간의 경우 18만원 절감이 아니라 3만4000원 정도 효과가 난다. 과세표준 3000만원 정도면 연봉 4000만원을 넘는 사람들이다. 

 

세금 인하효과가 삼겹살에서 소고기급으로 높아지는 것은 과세표준 4600만원 구간부터인데 과세표준 4600만원~6000만원 구간의 평균 연봉은 2020년 기준 8175만원 된다. 이쯤되면 서민이 아니다. 

 

이 구간의 실효세율은 7.2%, 그 전 구간인 4000~4600만원은 실효세율이 5.7% 나온다.

 

강대식 의원 안을 기준으로 세율 24% 시작구간을 4600만원에서 5400만원으로 밀어 버리면 800*(7.2%-5.7%)에 따라 1인당 평균 12만원 세금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음식점에서 소고기 2인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요약하자면, 국민의힘의 서민 정책은 연봉 7000만원 이하 서민들은 3만원 정도 혜택 보고, 연봉 8000만원 정도 되면 15만원 정도 혜택을 보는 제도란 뜻이다.

 

'서민을 더 두텁게'라는 윤석열 정부 선별복지 이념에도 맞지 않고, 이게 서민 지원이라면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에도 더불어가 없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물가와 연동해 소득세율 구간을 조정하는 발의했다.

 

노웅래 의원은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표준 1억 5000만원 이하 구간은 2010년 이후 12년간 같은 과세표준과 같은 세율이 적용돼 왔다며 이 기간 물가상승률이 약 3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과표가 고정되어 있어 명목소득 증가만으로 실질적 증세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의 논리는 정확히 전경련이 지난 2월 6일자로 뿌린 보도자료 논리와 똑같다.

 

전경련은 5년간 임금은 17.6% 올랐는데,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 금액이 39.4% 올랐다며 세금 내려라를 시전했다.

 

이것은 우리나라 양극화를 고의로 무시한 발상이다.

 

세금, 사회보험료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누진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있다. 

 

세금, 사회보험료 상승률이 평균 임금 상승률을 초과했다는 이야기는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저소득자들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양극화는 심각하다.

 

‘2022년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상용직(정규직이나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 근로자의 지난 1월 임금은 924만8000원이다(연봉 1억1100만원수준).

 

반면 300인 미만 기업 근로자의 지난 1월 임금은 382만2000원이다. 고용부가 쉬쉬해서 그렇지 우리나라 근로자 절대다수가 일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훨씬 낮다.

 

2020년 기준 전체 근로자 76.86%, 1330만9743명이 연봉 4000만원대 이하였다. 국세통계로 보면 여기에 속하는 구간이 과세표준 3000만원 이하 자들이다. 

 

과세표준 0~1200만원 구간의 평균 연봉 1911만원, 월급 159만원이고, 과세표준 1200~3000만원은 연봉 3898만원, 월 325만원 받는다.

 

이들의 연봉이 2년간 20% 오르면 각각 월 191.1만원, 389.8만원이 되겠지만, 이들의 평균 연봉은 10%도 오르지 못했다.

 

물가연동을 해서 소득세를 깎아주겠다는 이야기는 누진체계가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에서 누진체계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구간이 과세표준 4600만원 초과, 연봉 약 8000만원대 이상 근로자들이다. 

 

이 사람들의 숫자는 전체 근로자의 17.76%이지만,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25%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처럼 더불어 살아가려면 공공서비스 재원이 풍족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세금을 적게 내면 소득세 재원이 줄고, 소득세 재원이 줄면 공공서비스 재원도 준다.

 

한국은 물가연동제를 쓰는 유럽와 동일하게 보기도 어렵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하려면 최소한의 전제가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는 순수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금융소득간 과세가 공평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산소득에 세금을 거의 안 매기고, 사업소득에 쬐금 매기고, 근로소득에 조금 매기고 있다.

이 가운데 소득세를 물가연동해버리면 순수 근로소득자일수록 차별 받게 된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진 박사는 과거 이러한 이유에서 물가연동제를 반대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기업계가 물가연동을 가져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인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순수히 임금인상 억제 때문이다. 물가상승이 억제되면 저소득 근로자 임금이 억제되고, 임금이 전체적으로 억제되면 물가도 억제된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 경제수석을 하던 안종범 박사가 물가연동제 주장자였다. 

 

 

 

◇ 세금 올라 억울하세요

아니면 연봉 1억인 게 억울하세요

 

한 마디 덧붙이자면, 재계는 회장님들 퇴직금 줄 때는 물가상승분까지 꼬박꼬박 계산해서 주면서 열심히 일한 임직원들에게 돈 많이 준 걸 가지고 물가 탓을 하시면 안 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구간은 과세표준 7000만원 초과부터인데 이 구간 사람들의 급여총액은 142조531억원 정도, 세금은 24조1052억원 정도다.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723만원 정도 되고, 세금은 2779만원, 실효세율은 17.67% 정도다. 

 

다시 전경련 주장을 떠올려보자.

 

임금이 17.6% 올랐는데,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39.4%.

 

실효세율 5.7%인 연봉 7000만원(과세표준 4000~4600만원) 벌던 사람이 연봉 1억5000만원 돼서 '아니 실효세율이 5.7%였는데 세 배 뛰어서 17.67%라고?'라고 억울해 한다면 뭐라 답할 방법이 없다. 참고로 유럽이나 미국 가면 우리나라보다 세금 더 낸다. 

 

 

◇ 소득세 인하, 간 보기

 

고물가가 시작되면 먹고 사는 게 타격을 받는다. 연봉 7000만원 이하 전체 80%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워낙 양극화가 심화돼 소득세 감세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누진체계만 약화시킨다. 잘해봐야 저소득자는 삼겹살 먹고, 고소득자는 소고기 먹는 수준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중 저소득자와 서민의 돈을 뺏어다가 고소득자에게 주는 꼴이다. 

 

EU 일부 국가들은 고물가 시대 수혜업종, 대표적으로 정유업계에 횡재세같은 것을 물려서 에너지 바우처 등 서민 직접 지원 재원으로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정책 라인들은 절대 이런 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

 

돈 안들이고 뭔가 티 내려다보니 자꾸 거시정책에 손을 대는데 그러면서 슬쩍 대기업과 고소득자 이익을 챙겨주는 방안을 끼워넣으려 한다. 

 

유럽처럼 직접 지원(미시정책)을 하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는 이익이 안 된다. 

 

사람들은 30년 일하고, 50년을 백수로 살다 죽는다. 복지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세금이 사라지면 복지도 없다.

 

한국의 OECD 노인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요즘 국회에서 질병 존엄사를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적 존엄사도 고민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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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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