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2022년 대한민국 경제는 혼돈 그 자체였다. 검은 호랑이해(임인년, 壬寅年)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19를 종식하고 내실을 다지며 앞으로 성장할 것이란 희망은 미처 피어나지 못했다. 1년 내 사계절의 변화에도 대한민국 경제는 혹독한 겨울에 머물렀다.
2023년 계묘년의 한국 경제는 어떨까. 각계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내년 역시 올해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지속될 예정이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얼어붙으면서 내년 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이란 암울한 관측이 나온다.
연간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경우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시기 연간 성장률이 –0.7%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0.8%) 이후 첫 사례로 남게 된다. 나아가 내년 대한민국 경제는 역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경제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효율적인 재정 지출과 세 부담 및 규제 완화 등이 적절한 시기에 실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내년 성장률 암울…소름돋는 1.7% 전망
조세금융신문이 총 8개 국내‧외 주요 기관이 최근 제시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단순 계산, 평균을 내본 결과 1.73%로 확인됐다.
국내 4개 기관 한국은행(1.7%), KDI(1.8%), 한국금융연구원(1.7%), 한국경제연구원(1.9%)과 국외 기관 OECD(1.8%), IMF(2%), ADB(1.5%), 골드만삭스(1.4%)의 전망치 평균이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JP모간, HSBC, 모무라, UBS 등 9개 주요 외국계 IB가 전월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2023년 대한민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 역시 1%대인 1.1%였다. 한 달 전 기준인 10월 말 전망치 평균 1.4%보다 0.3%p 하락한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내년 대한민국 경제 상장률로 2%를 전망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다음으로 HSBC가 1.5%, 크레이디트‧골드만삭스‧JP모간이 각각 1.4%를 예상했다. 이외 씨티는 1%를 노무라증권은 –1.3%의 역성장을 기록하리라 예측했다.
가장 낮은 성장률을 예측한 노무라증권은 그 이유에 대해 내년 주택가격 하락과 금융여건 악화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의 공통점은 내년 국내 소비 위축을 우려했다는 점이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라 소비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띠었으나, 계속된 기준금리 상승에 이자부담이 늘고 고물가로 인해 실질 임금이 축소되면서 결국 내년 소비 증가율이 올해보다 더 얼어붙을 것이란 의견이다.
◇ 복합위기 태풍 분다…유동성 공급 카드 꺼내는 정부
내년 대한민국 경제 전망을 요약하면 그야말로 ‘복합 위기’다.
소비 침체는 물론 그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이어지며 집값 폭락, 건설사 줄도산도 우려된다.
전반적인 시장 경색에 취업자 수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KDI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22년 79만명에서 2023년 8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같은 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82만명에서 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같은 복합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예산의 상반기 집행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단 방침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집행관계차관의에서 “상반기 신속 집행 기조 아래 내년도 재정집행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앙재정의 상반기 신속집행 목표를 올해보다 다소 상향할 것”이라며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도 중앙의 신속 집행 기조에 맞춰 적극적 집행계획을 수립해줄 것으로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재정 상반기 집행 목표는 2021년과 2022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2023년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미래세대가 책임져야 할 재정 부담이 큰 만큼 이를 고려해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로런스 코틀리코프(Laurence J. Kotlikoff)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KDI가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인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에 참석해 “세대 간 회계 분석에 따르면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고령화와 더불어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재정 부담이 심각하다”라며 “한국에서도 미래세대의 막대한 재정 부담이 전망된 바 있으므로 재정 격차와 세대 간 회계 분석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집값폭락→건설사 줄도산→대출 부실’ 고리 끊어야 산다
내년 한국경제를 지탱할 힘을 키우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 연착률 방안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자 주택가격이 떨어졌고 급기야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인해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줄도산을 피하지 못할 경우 가계부채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화를 피하기 어렵고, 이는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현재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를 막겠다는 의지가 선명하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하게 오른 주택 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나,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 진단 개선,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 한미 금리 역전폭 최대…고민 깊은 한국은행
내년 대한민국 경제를 전망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한은이 언제 금리인하에 나설지다.
현재 한은은 물가 안정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월 금통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가 목표수준에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하게 확인된 이후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를 하는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결과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2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인 1.25%p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 역전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 단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가 여전하고 부동산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지속으로 한국도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5%까지 달성한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3분기 한은이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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