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정부가 16일 2025년 세법 시행을 위한 후속 시행령을 내놨다. 개정 세법에 담겼던 원칙을 집행 규정으로 옮겼다. 과세요건과 적용 범위, 산식과 절차를 구체화했다. 소득 구분과 공제 기준, 국제조세 계산 체계도 시행령 차원에서 정비했다.
조세법률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개정의 가장 분명한 성과는 과세 기준의 명확화와 집행 가능성 제고다. 현장에서 반복되던 해석 혼선을 제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행정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도 개선됐다.
정책적 메시지도 읽힌다. 민생 분야에서는 육아휴직수당 비과세 확대, 생산직 야간근로수당 요건 완화, 초등 저학년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가 도입됐다. 조세지출을 활용한 전형적인 소득보완형 조세정책이다.
기업 세제는 국가전략기술·R&D 세액공제 범위 구체화, 콘텐츠 산업 지원, 통합고용세액공제 개편,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지방이전 기업 지원, 가상자산·보험자산 평가기준 정비로 이어진다. 조세특례의 집행 기준을 촘촘히 정비해 투자 유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금융·자본시장에서는 IMA 소득구분 명확화,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 마련, 금융상품 세제지원 확대가 담겼고, 국제조세 분야에서는 글로벌최저한세와 내국추가세 시행 체계가 구축됐다. 국제 규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를 제도권에 올려놨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까지가 이번 시행령의 정책적 성과다. 세제는 한층 촘촘해졌고, 조세지출은 확대됐으며, 집행 체계는 국제 기준에 맞춰 정렬됐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은 성과만큼이나 한계도 분명하다. 전반적인 방향은 세금 구조를 손보기보다, 감면과 예외를 확대하는 데 기울어져 있다.
민생 세제는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출산율·돌봄 공백·장시간 노동·여성 경력단절 같은 구조적 문제와 직접 맞닿은 설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조세가 ‘구조를 바꾸는 정책수단’이라기보다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재’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남긴다.
기업 세제도 유사하다. 조세특례는 확대되고 집행 기준은 정교해졌지만, 조세지출의 성과관리 구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투자·R&D·전략기술 세제지원이 고용 창출, 기술 내재화, 산업 파급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조건부 설계는 제한적이다. 이는 조세정책이 산업정책과 충분히 접합되지 못한 지점이다.
금융세제는 정책 목표 간 긴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배당 활성화와 자본시장 기능 강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금융소득에 유리한 과세 구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형평성과 공정성 논쟁을 함께 키울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세제 역시 합산배제 요건과 적용 기준을 손보는 데 그쳤다. 보유과세를 통해 조세형평과 자산 분배, 시장 안정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세제는 ‘감면의 기술’에서 ‘구조 설계의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투자·연구개발·배당에 대한 조세지원은 규모보다 조건과 연계 구조가 핵심이 돼야 한다.
고용과 기술 축적,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로 성과가 환류되는 구조가 분명하지 않다면, 조세특례는 결국 재정지출의 또 다른 이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민생 세제 역시 비과세 항목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노동·돌봄·주거 정책과 맞물려 사람과 기업의 선택을 바꾸는 조세 설계로 진화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이 조세체계의 집행 기반을 다졌다면, 다음 단계는 어떤 경제 구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조세정책 차원의 분명한 선택이어야 한다. 그 선택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세제개편은 정비의 반복에 그치고 조세정책은 끝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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