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사] ② 두 번째 승진 인사의 갈림길, 생존 또는 성장

2023.01.16 06:06:11

행시 네 자리 중 세 자리 배정, 인사적체 푸는 것이 목적
비고시 한 자리 두고 한끗 경쟁…조직에 필요한 역량이 승부처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이뤄질 일이 일어났고, 설마 하던 일은 현실이 됐다. 김동일 국장에 대한 김창기 국세청장의 배려는 보답받지 못했다. 손을 든 상대를 때리는 건 보복이 아닌 정당방위란 의식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자유와 복수를 외친 사람들은 보답받았으나, 묵묵히 노력한 사람은 보답받는다는 전통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전통은 현실에 맞춰 늘 바뀐다. 하지만 중국 문화대혁명이 보여주듯 모든 것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자칫 파괴를 낳을 수도 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1월 6일 전현직 고위직 사교모임에서 국세청의 훌륭한 전통을 잇겠다고 말했다. 그 전통은 지금, 위기에 처했다.

 

 

◇ 행정고시들의 정류장

 

윗물의 상황이 어찌됐든 아랫물도 본류를 따라 흘러야 한다.

 


현재 고위공무원 승진 관련해서는 4개의 자리가 있고, 이중 세 자리는 행정고시에게 배정될 가능성이 월등하다. 행시 인사적체는 심각하다. 41회에만 11명이 있어 42, 43, 44회까지 줄줄이 승진이 미뤄지고 있다.

 

한창목 부이사관은 꼭 고위공무원 승진을 해야 할 때가 됐다. 그는 윤종건 국장과 같이 2019년 4월 부이사관에 승진했는데 4년이 달하도록 별을 못 달았다.

 

최영준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도 승진 시기가 임박했다. 부이사관 승진 군번은 2020년 11월이긴 하지만, 나이가 68년생으로 시간이 없다.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에 간 행정고시들은 유력한 승진후보다.

 

행시 44회 공석룡, 윤승출 부이사관들은 각각 승진군번이 2020년 6월, 2020년 11월이다. 이들도 꽤 오랜 기간 기다렸다.

 

지성 부이사관(행시 44회)은 73년생, 2021년 2월 승진으로 승진 군번은 다소 늦지만, 이번 고위공무원 승진에서 상당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산 창신고 출신이다.

 

부이사관 승진군번을 말하자면 2019년 11월에 승진한 윤창복 부이사관을 빼놓기 어렵다. 74년 하반기생이란 이유로 고위공 입성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빨리 고위공무원에 승진하면 은퇴시기도 앞당겨 질 수 있기에 확고한 기반이 있지 않으면 조기 발탁이 늘 유리한 것은 아니다.

 

 

◇ 비고시들의 종착역

 

이번 고위공무원 승진은 행정고시에게 인사적체를 푸는 인사지만, 명예퇴직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비고시 후보자들에서는 치열한 한끗차이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둘 다 TK인사며, 서로 다른 영역에서 또렷한 윤곽을 드러내왔다.

 

박수복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경북 청도 출생, 모계고, 세무대 5기로 보수 정당의 심장인 대구에서 주로 근무했다. 보수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을 통해 서기관 승진에 이르렀다. 예나 지금이나 대통령실은 개인적 역량과 배경없이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이사관 승진을 위해 2017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 올라와 2019년부터 세종시 국세청 본부 과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2년만에 본부 생활을 마치고 2021년부터 연고지인 대구로 내려와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을 맡았다. 이는 보수 정당 민도에 발을 걸쳐두기 위한 국세청의 포석이었다.

 

지방 전보 불과 1개월만에 부이사관에 승진했는데, 당시 해당 업무에 박수복 부이사관만한 인재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그는 조정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 고위공무원 승진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김길용 중부지방국세청 감사관.

 

경북 김천 출생, 김천고, 세무대 5기, 일하면서 법학 석사까지 딴 노련한 행정가다. 청와대 경험은 없으나, 사람 보는 눈이 각별했던 제21대 임환수 국세청장이 보좌관으로 둔 바 있다.

 

기획수립, 타 부처간 조정, 예산확보, 집행, 사후관리 등 제대로 행정을 해본 인물로 다양한 영역에서 쓰였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정책수립 경험을 쌓았으며, 조세심판원에서 행정심판조사도 해봤다. 이 경험을 살려 국세청에서 탈세신고‧제보 관련 체계를 만들었고, 2021년 부동산 대란 당시 기재부와 행안부 등을 설득해 모든 부동산 세금을 아우르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했다. 안전지대에 안주하지 않고, 낯선 기재부-행안부-국회 등과 발을 맞춰본 확장성이 장점이다.

 

 

◇ 생존 그리고 성장

 

최근 고위공무원 가‧나급에 승진한 비고시들도 서로 상반된 인물들이 올라왔다.

 

장일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보수 정권에서 발탁된 인물이긴 했지만, 어느 정권에서나 일을 열심히 했으며, 딱히 특례라고 할 만한 걸 누린 적은 없다. 국세청이 인사발표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한 ‘묵묵’히 일 잘 하는 인물이다.

 

윤종건 국세청 복지세정관리단장은 말없는 장일현 부산지방국세청장과 달리 주관을 말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으며,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의욕적 인물로 호평받는다.

 

66년생이란 나이 때문에 그랬겠지만, 지난해 상반기 고위공무원으로 승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에 배치된 후 불과 6개월 만에 본부 국장으로 올라서는 특례를 받았다. 6개월 후 대구지방국세청장 이상 중부지방국세청장 이하까지 거론된다.

 

2022년 5월 10일 9개월여 동안 사람들은 많은 사건을 겪었다.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생존의 정치를 했으며, 반대파를 밀어내고 자리잡기 위한 싸움을 했다.

 

주도권 조기 확보를 위해 측근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생존의 정치는 언젠가 성장의 정치로 넘어가야 한다.

 

생존의 정치는 필연적으로 적을 상정하게 되는데, 외부의 적마저 없을 때는 아군마저 적으로 삼게 되기 때문이다.

 

성장의 첫걸음은 인사에서 시작된다. 성장을 위한 이정표는 다양성이다.

 

그리고 국세청의 전통은 안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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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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