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세금환급’ 인간 필요없다? 로봇 손 들어준 검찰…세무사회, 즉각 항고 방침

2023.11.06 18:40:03

전문자격사 판단을 전제로 한 대리업무…수임계약이 원천
수백~수천만건을 겨우 수십명 세무사 이름으로 처리
삼쩜삼 프로그램이 세금환급액 판단, 사람은 이름만 빌려줘
정부 개인정보위는 삼쩜삼 환급대행 인정
세무사회, 법률대리라면 이렇게 할 수 있겠나…고검 판단 받을 것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가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삼쩜삼 불법 세무대리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에 대해 즉각 항고 방침을 밝혔다.

 

이날 세무사회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삼쩜삼이 직접 홈택스 로그인과 환급신고를 하였다’는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처분과 상반된 것”이라며 “삼쩜삼이 직접 환급대행을 한다고 한 내용의 광고 증거와 사실관계가 명백한데 검찰의 판단은 삼쩜삼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쩜삼은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위법 수집하고, 세금환급대행을 해주다가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업체”라며 “검찰이 아무런 근거없이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법과 정의’라는 검찰의 사명과 역할에 비춰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환급유도 광고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환급금을 확인하게끔 유도하고, 환급 대행을 해주는 방법으로 불법적인 세무대리를 일삼아 왔다며 삼쩜삼을 고발한 바 있다.

 


◇ 로봇의 판단, 검찰은 믿을 수 있나

 

근본적 쟁점은 세금환급 인공지능 봇의 판단을 인간 판단 없이도 믿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세무대리는 제아무리 간단한 업무라도 반드시 전문가 수임 계약을 요구한다.

 

대리란 일은 ‘전문가 인간의 판단’을 거쳐야 믿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회계사법, 세무사법, 변리사법 등 모든 전문 자격사 법들도 그러하며, 검찰이나 판사들도 퇴직 후 적용받게 될 변호사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삼쩜삼은 세금환급 계산은 삼쩜삼 계산기가 알아서 하고, 세무대리인은 이름만 빌려주는 식이다.

 

회원 약관에 자동 수임 조항이 있어 회원들은 약관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자신이 삼쩜삼 환급 신청과 더불어 자동으로 세무대리 계약을 맺어진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설령 약관을 읽어도 누구랑 세무대리 계약을 맺는지도 모른다.

 

검찰은 간단한 세금환급 계산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고, 세무대리 계약을 형식적으로 맺었다고 해도 현행 자격사법상 법이 현실을 뒤따르지 못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세무사회는 대리란 업무는 전문가 인간의 판단을 전제로 하고, 당사자는 누구의 개입도 없이 자유로이 전문가 인간을 선택하여야 하고, 이를 법에서는 수임 계약이란 절차로 보장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변호사나 세무사나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인공지능을 법률 해석에 적용한 실사례가 있지만, 아직은 인간의 판단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소액민사사건 심리는 인공지능이 맡기지만, 최종 판단(선고)은 인간 판사가 맡지 프로그램에게 맡기지 않는다.

 

◇ 삼쩜삼 가입만 했을 뿐인데

내가 세무사와 계약맺었다고?

 

법적으로 조금 깊게 들어가면 삼쩜삼 세무대리계약에는 위법 소지가 있다.

 

삼쩜삼은 약관을 통해 회원간 제휴 세무대리인간 수임계약을 맺도록 강제하는데 수임계약 성사 시점에서 별도의 동의-확인-계약절차가 없다. 세무사회가 고발한 범위 내에서 그러하다. 

 

삼쩜삼 측은 약관 등에 세무대리인 수임 조항이 있다고 하고 있지만, 최초 계약의 경우 계약 당시 당사자 간 동의절차가 없으면, 성립 자체가 무효일 수 있다.

 

계약 성립의 핵심은 계약 성사시점에의 당사자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다.

 

세무대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그 누구에게든 소개‧알선을 받으면 안 되는데 삼쩜삼이 세무사와 회원을 임의로 연결해주고 있다.

 

다만 세무사회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무대리 계약 자체의 위법성은 민사사항이기에 회원 당사자-삼쩜삼 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무사회에서는 삼쩜삼이 세무사법 회피를 위해 임의로 무작위 세무사와 회원들간 세무대리 계약을 맺게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삼쩜삼 계산기를 통해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전제로 하는 불법환급대행 업무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고등검찰에 항고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6월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삼쩜삼이 회원으로부터 받은 주민번호 및 홈택스 로그인 정보를 제휴 세무사에게 전달해 홈택스 환급대행업무를 했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민감정보를 위법수집했다는 이유로 8억6000여만원의 과태료 및 과징금,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삼쩜삼은 이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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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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