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시 집주인의 반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해 전세대출 보증비율 하향 카드와 함께 전세대출의 과도한 공급을 억누르는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 실행 시 임대인 상환 능력과 관련한 은행권 신용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은행권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활용해 임대인의 전세자금 반환 능력을 확인한 뒤 대출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대인은 직접적인 대출 당사자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대출액을 지급받는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임대인에 대한 심사나 평가가 없다 보니 '그레이존'(회색지대)에 놓여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정상적으로 임대차 계약이 끝났을 때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보자는 것"이라며 "과거에 (전세 사기 등) 사고를 일으켰던 이력 등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세자금 대출은 임차인의 보증금 마련을 도우며 서민 주거 안정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전세 사기'와 '역전세' 사례에서처럼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돼왔다.
아울러 전세대출은 대출 전액까지 보증해주고 규제마저 적용되지 않아 쉽게 내주는 구조가 굳어져, 관련 자금이 시중에 과도하게 풀려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전셋값 상승→갭투자 증가→집값 상승'의 악순환 고리로 작용하기도 했다.
임대인 반환 능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경우 '깡통 전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대출 공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비슷한 맥락에서 전세자금 대출 보증비율 하향도 논의 중이다. 현재 90~100%에 달하는 보증비율을 80% 이하로 낮춰 은행들의 대출 심사를 현실화한다면 과도한 전세대출을 막고 가계부채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이러한 논의 바탕에는 전세대출 공급 규모가 적정 수준을 벗어났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6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19년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2021년 말에는 180조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90조원대로 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전세대출의 적정한 규모를 따져보는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의 연간 보증 공급 계획이 사실상 전세대출의 신규 공급량 총액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들 3사의 연간 공급 계획과 적정 보증 규모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전세대출 관리 강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한 가계부채 추가 대책 시기와 강도도 조율 중인데, 금융권에서는 연내 추가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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