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올해 서울 정비사업 가운데 비교적 빠른 흐름을 보이던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가 시공사 선정 절차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였다. 조합과 시공사 간 해석이 충돌하며 사업은 제동이 걸렸고, 판단이 늦어질수록 갈등 비용은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사업장 분쟁을 넘어 서울시 공공지원 ‘내역입찰’ 체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낸 장면에 가깝다.
내역입찰의 본질은 분명하다. 공사비를 세부 산출내역과 설계 근거를 통해 검증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총액만 제시하는 방식과 달리 어떤 공법과 자재가 적용되는지까지 비교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향후 공사비 증액 분쟁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수4지구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뒤늦게 논쟁이 됐다. 설계도면은 어디까지 제출해야 하는가. 산출내역만으로 검증이 가능한가. 대안설계의 제출 범위는 무엇인가.
기준의 모호함은 해석 경쟁을 낳고, 해석 경쟁은 곧 소모적인 갈등으로 이어진다. 필수 제출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주체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면 분쟁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조합은 서류 하자를 근거로 유찰을 결정했고, 시공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맞섰다. 행정기관은 절차 준수를 강조하면서도 입찰 유효 여부는 조합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 결과 사업의 중대 갈림길에서 정작 책임 있는 판단 주체는 보이지 않게 됐다.
공공이 제도를 설계해놓고 해석과 책임을 현장에 맡긴다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공지원은 이름만 공공이고 판단은 민간에 맡기는 구조라면, 그것은 지원이라기보다 방치에 가까워질 위험이 있다.
특히 성수 일대는 물론 압구정과 여의도 등 초고층 대형 정비사업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성수4지구는 사건이 아니라 신호일 수 있다. 기준이 모호할수록 해석 경쟁은 격화되고, 그 비용은 사업 지연과 금융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성수4지구 논란은 개별 사업장의 갈등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내역입찰이라는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공공이 어디까지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 셈이다.
서울시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치기보다 공공지원 제도를 설계한 주체로서 최소한의 해석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어떤 설계도서와 산출 근거가 필수 제출 대상인지, 검증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해질 때 비로소 현장의 혼선도 줄어들 수 있다.
성수4지구가 던진 질문에 서울시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그 답은 단지 한 사업장의 향방을 넘어 향후 서울 정비사업 전반의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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