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서울 강남구 아파트 시장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단 5일 동안 폭발적으로 달아올랐다. 규제 시행을 앞둔 막바지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이른바 ‘막차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단기간의 급등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서 성사된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116건이었다. 이 중 40건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74건 중 31건(약 42%)이 최고가로 거래되며 가장 뜨거운 시장 반응을 보였다.
압구정 신현대 11차(183.41㎡)는 92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 대비 8억원 상승했고, 신현대 12차(155.52㎡)는 6억5000만원 오른 78억원을 기록했다. 대치동 한보맨션2(190.47㎡)도 58억5000만원에 계약되며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 상승세를 견인했다. 용산구에서도 한강맨숀(101.95㎡)이 43억894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양지영 전문위원은 “삼성·대치·청담동 등 강남구 내 주요 지역이 이미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어 거래가 억제되어 왔던 상황에서, 누적된 매수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의 이 같은 급등 현상은 두 가지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월 셋째 주에만 1.2% 상승하며 최근 1년 내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양 전문위원은 “토허제 시행 직전 매수 심리가 폭발하며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토허제 재지정 이후 갭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몰려들었다.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규제 시행 전에 매입을 완료하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 급등이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신고가를 기록한 단지의 상당수는 기존 거래 대비 수억 원이 상승한 가격으로 매매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공시가격 상승과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양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또 토허제 시행 이후 거래량이 급감할 경우 단기간 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21년 강남구 일부 지역이 토허제 대상으로 포함된 직후 거래량이 급감했고, 이후 몇 개월간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다 점진적으로 하락한 사례가 있다.
양 전문위원은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패닉 바잉’ 현상이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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