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공동구매·투자’ 등 한·일 협력 방안 논의하나

2025.09.08 15:23:58

日 기업 LNG EPC 핵심 공정 기술과 韓 기업 플랜트 설비 기술 간 시너지 기대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미국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최대 수요처인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일본이 해당 프로젝트에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즉 해외 여러 국가에서 LNG 등 에너지 사업에 대해 풍부한 노하우를 보유한 한·일 양국이 공동구매 및 공동개발 형식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향후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정부의 정책 지속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기에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 2023년 한국가스공사(KOGAS)와 일본 JERA는 LNG 공동구매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KOGAS와 JERA는 아직까지는 LNG 공동구매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추후 에너지 시장 내 불확실성이 급증할 경우 협약을 기반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세금융신문’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하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일 양국 간 공동대응 시 어떤 점이 유리한지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국제가스연맹(IGU)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중국의 LNG 수입량은 7,864만 톤(시장점유율 19.1%)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은 6,772만 톤(16.5%)으로 2위를, 한국은 4,701만 톤(11.4%)으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일 두 나라의 수입량을 더하면 시장 점유율은 27.9%로 전체 LNG 시장에서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인해 최근 한·일 양국은 미국산 LNG 수입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JERA는 올해 6월 NextDecade Corporation 등 미국 4개 사와 향후 20년간 최대 5.5Mtpa(Million Tonnes Per Annum, 1Mtpa=연간 백만 톤) 규모의 미국산 LNG를 구매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와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JV(조인트벤처) 방식을 통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시사했다.

 


한국은 미국산 LNG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한국의 LNG 수입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4월 말 KOGAS 이사회에서는 미국산 LNG 도입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을 열고 “LNG를 포함한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방안이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KOGAS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 등과 함께 미국산 LNG를 2028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매년 330만톤씩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KOGAS가 현지 업체들과 체결한 장기 계약 물량은 미국 LNG 수출기업인 쉐니에르가 운영하는 미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를 포함한 LNG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국가별 LNG 수입 비중(민·관 합계)은 호주가 2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카타르 19.2%, 말레이시아 13.2%, 미국은 12.7%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KOGAS의 국가권역별 LNG 수입 현황은 중동 1,366만 톤, 오세아니아 842만 톤, 동남아 593만 톤, 미국 386만 톤, 기타 421만 톤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LNG 3대 큰 손’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공동개발 및 공동구매에 나선다고 하면 반길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한·일 양국이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한다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단독 참여할 때보다 더 많은 요구 조건을 내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이 공동투자·공동구매에 나선다면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격협상력이 대폭 상승하며 LNG 저장 시설 등을 공동 이용함에 따라 각종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면서 “여기에 공급 차질 시 상호 간 비상 물량 융통을 통한 리스크 완화, 한·미·일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日 EPC 업체, 액화플랜트 핵심 공정 기술 특화

 

업계 내에서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일 양국 간 협력이 현실화된다면 일본이 보유한 LNG 액화플랜트 핵심 공정 기술력과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현재 글로벌 LNG EPC(설계·시공·조달) 시장은 Air Product, ConocoPhilips, Shell, Linde 등 4개의 LNG Licensor(라이선서, 지식재산권 보유 주체)와 미국·유럽·일본의 소수 EPC 업체가 2000년부터 카르텔(Kartell)을 형성해 사실상 독과점 형식으로 고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대우건설 등 일부 기업이 LNG EPC 카르텔에 신규 진입하긴 했으나 열교환기, 압축기, 액화·정제 등 액화플랜트의 핵심 공정은 여전히 기존 카르텔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LNG EPC 카르텔에는 일본 EPC 업체인 JGC와 Chiyoda도 속해 있다.

 

1928년 설립된 JGC는 1973년 브루나이 LNG 프로젝트를 처음 수주한 이후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하면서 2000년대 글로벌 LNG EPC Contractor(일괄 계약수행자)로 성장했다.

 

특히 LNG 플랜트 분야에서 JGC는 전 세계 LNG 생산량 기준 30% 이상의 액화설비를 수주하는 데 이르렀다. 또한 러시아 Yamal LNG와 같은 극지방 프로젝트를 성공하는 등 복잡한 환경에서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JGC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Tangguh LNG 프로젝트의 CCS(탄소포집·저장) EPC를 수주하는 등 저탄소 LNG 생산을 위한 친환경 솔루션에도 집중하고 있다.

 

22개 국가에서 32개의 지사를 두고 있는 JGC는 작년 3월 기준 총 8,86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중 6,904명이 엔지니어링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1948년 설립된 Chiyoda는 13개 국가에서 15개의 지사를 운영 중이며 작년 3월 말 기준 총 3,496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Chiyoda는 1976년 첫 LNG 프로젝트인 UAE Das Island LNG 사업을 수주한 뒤 작년 3월 기준 26개 프로젝트, 47개 Trains, 220Mtpa 규모의 LNG 액화프로젝트 EPC를 수행하는 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전 세계 LNG 생산량 기준 40% 이상의 액화설비를 수주한 Chiyoda는 주요 LNG EPC 카르텔인 JGC, Technip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하는 추세다.

 

다만 Chiyoda는 2000년대 초 및 2010년대 후반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후 프로젝트 추진 시 대주주 승인 하에 입찰을 추진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매출 감소 및 사업 규모 축소 영향으로 인해 회사가 강점을 보유한 지역이나 고객을 상대로 선별적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LNG Value Chain(가치사슬)’은 크게 상류부문(Upstream), 중류부문(Midstream), 하류부문(Downstream)으로 구분한다”며 “이 중 중류부문은 생산된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이송해 LNG 수출기지(액화플랜트)에서 액화한 뒤 LNG 수송선(LNG Carrier)을 활용한 수입국으로의 이송과 최종 수입국 인수기지에서의 LNG 하역·저장·기화·송출까지 이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류부문에 속한 LNG 액화 플랜트 등의 설비는 전체 사업비의 약 30~4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사업비를 요구한다”며 “만약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일 양국이 협력한다면 LNG 액화 플랜트 주변 기반 설비는 한국 기업이, 핵심 공정은 일본 기업이 담당하는 식의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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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주 기자 sierr3@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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