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앞서 지난 인터뷰<‘에너지 전문가’ 임종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다각적 시각서 검토해야” [인터뷰 ①]>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로 인한 긍정적 요인과 고려해야 할 불안 요인 등을 언급한 임종순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이사는 우리나라가 LNG 등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수급·공급하려면 규제개선, 정책 및 제도 정비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LNG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하려는 신재생에너지와 AI 산업에 상호 보완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 수급 안정성 최우선 고려해 시장 개편해야
최근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 기존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변경하고 해당 부처가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전환 관련 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임종순 이사는 “천연가스 업무는 아직 산업통상부에 남아있지만 발전용 에너지원으로서 차지하는 천연가스의 비중(설비용량 기준 : 30%, 발전량 기준 : 28%)을 감안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며 “우선 전력 수급 계획과 가스 수요예측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력 수급 기본계획을 담당하고 산업통상부가 천연가스 수급 계획을 담당한다면 이들 각 부처가 수립한 계획간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때 유의할 사항은 발전용 가스 수요예측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탈(脫)탄소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고려해 발전용 LNG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며 “LNG 수요를 낮게 잡을 경우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해야 하는 LNG의 단기적인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가스 수요 계획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를 지양하고 실제 전력 계통 운영 수요와 LNG 조달 능력을 면밀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순 이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 발전의 역할 변화와 함께 가스 시장 개방 및 경쟁 도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면서 “단 이 때 논의될 시장 개방 및 배관망 중립성 확대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천연가스 비축 의무 및 공익적 기능(에너지 안보)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에너지 부처는 무엇보다 수급 안정성을 최우선 고려해 시장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기에 유연성 전원의 보상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가스 발전소의 운전 빈도 및 유연성이 높아질 텐데 이에 대한 합리적인 시장 보상 체계를 설계해 발전사들이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LNG, 이재명 정부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진 과정서 상호보완 역할 가능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에서 LNG가 상호 보완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임종순 이사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될수록 LNG 발전의 역할은 ‘주요 발전원’에서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백업 및 유연성 전원’으로 변화하게 된다”며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의 보완성은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인 ‘간헐성’을 LNG 발전의 ‘유연성(Flexibility)’이 보완해주는 데서 나온다. 태양광·풍력은 날씨·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하게 변동하는데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은 전력 수요·공급의 균형을 깨뜨려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NG 발전소가 유연성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LNG 복합화력발전소는 출력 조절이 용이해 발전량을 빠르게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이 급감하는 저녁 시간대나 바람이 멈춰 풍력 발전이 어려울 때 신속 가동돼 전력 공급 공백을 메워주는 ‘대기 백업 전원’ 역할을 수행한다. 이로인해 LNG 발전은 탄소중립 과정에서 ‘가교(Bridge) 에너지원’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 KOGAS 부채 문제 ‘요금 현실화’ 필요…시장 허점 이용한 민간기업 불법 행위 근절해야
임종순 이사는 공기업인 관계로 채권발행 한도 확대 규제 등으로 인해 부채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한국가스공사(KOGAS)의 경우 요금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부 민간기업의 경우 한국가스공사와 달리 해외로부터 산업용 가스를 싸게 구매한 뒤 추후 이를 더 비싼 가격이 적용된 주택용으로 판매하는 사례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순 이사는 “부채 문제 해결은 에너지 공기업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는 이해당사자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미수금 회수 방안을 강구하고 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에너지의 시장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뒤이어 “에너지 공기업도 불필요한 사업 재조정, 투자 우선순위 재설정,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효율화 등 경영 합리화를 통해 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해야 한다”며 “더불어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신사업을 통해 수익 다각화하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재무구조를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시장의 허점을 이용해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의 에너지 규제가 심해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국내 에너지 시장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은 소비되는 에너지 전량을 해외에서 의존하는 섬과 같은 나라”라며 “에너지 수급의 안정과 최종 소비자 보호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시장의 허점을 이용해 일부 사업자가 보는 이익은 곧 누군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 AI산업 급성장으로 美 LNG 시장 개편 전망…한국서도 LNG 중요성 확대 가능성 커
최근 AI산업 급성장으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전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종순 이사는 LNG 시장이 AI산업 여파로 구조적 개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오랫동안 에너지 산업에 몸담은 종사자로서 향후 LNG가 AI산업에 어떻게 기여할 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라며 “최근 발표된 매킨지의 ‘2050 에너지 전망 보고서’, 엑슨모빌의 ‘JP 모건 연례 에너지 인터뷰’, ‘DNV 보고서’ 등에 따르면 당분간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LNG가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중 제가 관심을 보고 살펴본 부분은 BP의 전략적 전환이다. BP는 2000년부터 원래 회사명 ‘British Petroleum’ 대신 ‘Beyond Petroleum’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해 친환경 전략을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서 전략을 전환했다”며 “그 배경에는 BP의 중요 시장인 미국의 LNG의 수요 증가 추세가 있다”고 분석했다.
임종순 이사는 미국 LNG 시장이 상반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추후 개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첫 번째는 지난 10년간 정체되었던 미국 내 전력 수요가 AI 애플리케이션 지원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힘입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종순 이사에 의하면 BP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간 0.5% 수준이었던 미국의 전력 부하 증가율이 2022년부터 2035년 사이에 연간 2~3%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LNG 수출 수요 급증 추세다. 최근 들어서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현재 건설 중이거나 최종 투자 결정이 내려진 LNG 수출 시설을 기반으로 2024년 대비 2035년까지 미국의 글로벌 LNG 수출량은 절반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글로벌 LNG 수출 증가분의 약 3분의 2를 미국과 중동이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임종순 이사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 수요는 우리나라 연간 전력 수요의 절반인 40테라와트시(Twh)에 이르지만 앞으로 더욱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LNG의 역할과 중요성은 추후에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50% 시대’를 목표로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 중심의 에너지 믹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LNG 중심의 사업 모델도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하며 신재생 연계형 수소 인프라 및 AI 기반 에너지 운영체계 구축을 통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때 단기적 재무안정뿐만 아니라 디지털 효율화·AI 예측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형 경영구조 혁신이 요구된다”면서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탄소국경조정제 등 국제 에너지 질서 변화는 LNG 조달·투자 전략에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 판단된다”며 말을 맺었다.

임종순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이사는 2010년 12월 한국가스공사 아카스 B.V.(관리이사)를 맡으며 이라크 가스전 개발을 담당했다. 2021년 1월에는 한국가스공사 경영관리처장직을 수행했고 이어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는 한국가스공사 경영관리부사장에 오르는 등 한국가스공사 내에서 다수의 에너지 관련 사업에 참여한 이력을 보유한 에너지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내 공기업평가분석위원회 및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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