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벌여온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취소 절차가 2년여 만에 막바지에 도달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양측이 제기한 취소 신청에 대한 결정을 18일(현지시간) 선고한다. 시차를 고려하면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께 확인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18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가 정부와 론스타 양측의 취소 신청에 대한 결정을 18일(미국 동부시 기준) 선고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선고 결과가 나오면 면밀히 분석 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신속하게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론스타 모두 취소 신청…분쟁 2라운드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매각가격이 하락했고, 매각 시점도 늦어졌다며 약 46억8000만 달러(한화 기준 약 6조원)의 손해를 청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이에 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론스타 청구의 일부를 인정해 우리 정부가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와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의 약 4.6% 수준이다.
정부는 이후 판정 금액 산정 과정에 오류가 있다며 정정 신청을 냈고, ICSID 중재판정부는 약 6억원 가량을 감액한 수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판정에 대해 정부와 론스타 모두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2023년 7월 “한-벨기에 BIT 적용 범위와 관할 판단에 오류가 있다”며 취소 신청을 냈고, 우리 정부도 같은 해 8월 “ICSID 협약상 취소 사유가 존재한다”며 별도의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제기한 취소 사유는 월권(권한유월), 중대한 절차 위반, 이유 불기재 등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월권과 관련해 정부는 판정부가 국제법상 국가책임 판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채 배상 의무를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국제법상 국가책임의 인정요건인 금융위원회의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전혀 특정하지 않은 채 만연히 정부의 배상의무를 인정해 국제법 법리에 반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지연은 론스타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지 정부 조치가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판정부는 국제관습법상 인과관계까 인정되지 않는데도 정부 측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는 중대한 절차 위반과 관련해 하나금융과 론스타 사이에 진행된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이 정부 반대신문의 기회 없이 증거로 채택된 점을 문제 삼았다. 판정부가 사건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ICC 상사 중재 판정문을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변론권 및 반대신문권을 박탈했고, 이는 절차 규칙의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정부는 판정부가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히면서도 정부 책임을 인정한 점이 위법 요소라고 봤다. 이는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기본 원칙을 간과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유 불기재에 대해 판정부가 론스타의 ‘합리적 기대’가 무엇인지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판단을 내렸고, 매각가격 인하 책임과 관련해서도 모순된 설명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 판정 유지·부분 취소·전면 취소 3가지 시나리오
정부가 취소 절차를 제기한 이후 ICSID 판정의 강제 집행은 중단돼 있는 상태다.
판정이 그대로 유지되면 정부는 약 2800억원과 상당 규모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취소위원회의 결정은 원 판정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취소 결정이 나오면 사건은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 재심리에 들어갈 수 있다.
정부와 론스타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2012년부터 이어진 외환은행 매각 분쟁의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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