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건설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업계 전략의 무게중심이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이동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다만 각 사의 상황에 따라 전략의 ‘속도와 온도’는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요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표면적으로는 큰 이슈 없이 마무리됐지만, 각 사의 경영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현재 건설업의 구조적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 현대는 ‘성장 유지’…에너지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현대건설은 세 건설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유지했다. 올해 수주 33조4000억원, 매출 27조4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하며 업계 최상위 수준의 외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에도 연결 기준 수주 33조4000억원, 매출 31조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 653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연간 수주 1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했다.
사업 전략은 명확하다. 원전, 태양광, 해상풍력 등 에너지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SMR(소형모듈원전)과 수소·재생에너지 플랜트를 아우르는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전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 수주 확대를 넘어 장기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처럼 외형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검증된 핵심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했다.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배당 규모를 900억원으로 확대하고 보통주 8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 대우는 ‘위기 인정’…외형 1위 뒤에 숨은 리스크 정면 돌파
대우건설은 가장 대비가 뚜렷한 메시지를 내놨다. 건축 부문에서 2년 연속 주택공급 1위를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지만, 동시에 연결 기준 91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을 직접 언급했다.
외형은 유지했지만 수익성이 흔들린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코로나 시기 수주한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과 시장 양극화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대우건설은 이를 ‘정리 국면’으로 규정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사업, 체코 원전 등 대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으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원가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체코 원전을 비롯해 해외 거점 시장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외형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원가 부담을 해외 사업을 통해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이미 약 470만주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으며, 향후 배당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 HDC는 ‘침묵 전략’…리스크 관리에 집중
HDC현대산업개발은 큰 변수 없이 주총을 마무리했다.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별도의 공격적인 경영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상호 변경이 포함된 정관 개정이 이뤄졌지만, 사업 전략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사고 이후 이어져 온 신뢰 회복 국면에서, 불필요한 메시지보다 안정적 운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 등 대형 자체 사업의 안정적 추진 여부가 향후 수익성 회복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확장 대신 주요 프로젝트의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국면이라는 평가다.
◇ 같은 방향, 다른 속도…“체력”이 경쟁력
세 건설사의 전략은 겉으로 보면 상이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하게 일치한다.
현대건설은 성장과 수익성의 균형, 대우건설은 리스크 해소와 회복, HDC현산은 안정과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췄지만, 결국 모두 ‘수익성 중심 경영’이라는 공통된 축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는 PF 부실 우려, 미분양 증가, 공사비 상승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과거와 같은 외형 확대 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결과로 풀이된다.
수주잔고라는 ‘덩치’보다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이라는 ‘체력’이 건설사의 생존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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