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의 연예인 1인 기획사 과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1인 기획사의 법인 실체를 부인할 수준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부당과세가 되는 만큼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석환 강원대 로스쿨 교수는 10일 포스코센터 4층 아트홀에서 열린 ‘연예인 1인 기획사 과세 논란 세미나’에서 “1인 기획사의 실체를 부인할 수 없다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은 곤란하다”라며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성격상 그 요건의 확장 또는 유추 적용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 1인 기획사가 탈세 의심을 받는 이유는 연예인이 매니지먼트사에서 직접 보수를 받으면, 최고 45%의 소득세율을 부담해야 하는데, 연예인이 높은 소득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매니지먼트와 연예인 사이에 형식적으로 연예인 본인 또는 가족이 지분 100% 보유한 법인(1인 기획사)을 세워 최고세율 25%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려고 한다는 혐의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 부당행위계산부인: 사적계약 부인 가능하나
김 교수는 과세관청은 1인 기획사 소득을 연예인의 사업소득으로 보아 부당행위계산부인 요건으로 과세할 수 있지만, 넘어야 할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연예인 1인 기획사 과세는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인 개인에게 줄 돈을 중간에 형식적으로 법인을 끼워 넣어 세금을 줄인다는 발상인데,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표면적 목적은 연예인이 일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반 업무를 수행하고, 때문에 상법상 설립 및 운용이 허용돼 있다.
과세관청이 이를 형식적 법인으로 보아 과세하려면, 1인 기획사 실체를 부인하고, 연예인이 1인 기획사와 맺은 근로계약도 허위로 판단해 완전히 1인 기획사를 걷어내는 한편, 연예활동으로부터 번 돈의 흐름이 제작사 내지 매니지먼트 사와 사실상 직거래로 재구성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는 과세관청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았다. 부당행위계산부인 요건을 걸려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인정돼야 하는데, 매니지먼트사와 1인 기획사 간 거래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인정하는 건 법리적으로 형성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같은 논지에서 1인 기획사를 도관 업체로 보려면, 연예인이 매니지먼트사에서 받는 소득을 1인 기획사에 무상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매니지먼트사와 1인 기획사간 맺은 전속계약을 무효로 봐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연예인이 직접 받으나, 중간에 1인 기획사를 끼고 받으나, 세금 상으로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1인 기획사를 중간에 있어 소득세→법인세 전환으로 인한 세금 절감 이익이 있다고 해도, 1인 기획사는 법인세를 내고, 연예인에게 수익을 지급한 경우 연예인은 소득세(근로소득·배당·주식양도)도 낸다. 1인 기획사 법인세와 연예인 소득세를 모두 더하면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연예인이 직접 받을 때와 세금 수준이 크게 차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 실질과세원칙: 입증책임 부담
실질과세 원칙으로 1인 기획사를 과세한다고 할 때, 현재는 1인 기획사라는 이유만으로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1인 기획사가 세금 회피를 위한 형식적 도관업체라고 판단하려면, 법인 자체의 인적·물적 설비의 유무, 법인 명의의 거래활동, 수입과 지출 등의 구분 경리, 법인 설립 전후의 매출 및 수익 구조의 변화, 법인의 이익 대비 급여지급 규모, 유보·배당 비율, 유보금액의 활용 형태, 유보율과 소득지급률 등 따져야 할 것이 많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선 과세관청의 입증책임 부담으로 작용하며,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개별 사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미실현 유보소득 과세, 왜 1인 기획사만?
김 교수는 매니지먼트사에서 연예인으로 가지 않고, 중간에 1인 기획사로 돈이 들어간 것을 과세하는 것은 미실현 유보소득 과세 문제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이든 실질과세 원칙이든 과세를 하려면, 1인 기획사 미실현 유보소득을 연예인의 사업소득으로 바꿔야 하는데, 1인 기획사 법인의 미실현 유보소득을 1인 기획사 주주의 소득으로 과세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문제는 연예인 1인 기획사만이 아니라 모든 1인 법인에 대한 문제로써 국내에선 개인유사법인 과세 문제를 가지고 논의는 있었으나,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진 바는 없다.
1인 법인 미실현 유보소득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연예인 1인 기획사에 대해서만 부당행위계산부인이나 실질과세 원칙으로 과세하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는 미국의 개인인적용역법인의 소득 분산·회피 방지 규정 (IRC §269A) 관련 Sargent v. C.I.R. 판례를 소개했다.
해당 법규정은 연예인, 운동선수가 1인 회사를 세워서 소득세율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인데, 어떤 경우에 개인 소득세의 부당한 감소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요건임과 동시에 과세관청이 과도한 과세논리로 부당한 과세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김 교수는 Sargent v. C.I.R. 판례에서 미 국세청은 하키 선수들이 하키 팀(클럽)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중간에 경영지원회사를 만드는 방법으로 소득세를 부당하게 낮추었다고 보았고, 조세법원에서는 미 국세청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에서는 계약에 의한 권리 소유 관계로 하키 선수 경영지원회사 손을 들어주었다.
조세법원은 하키 선수들 활동 및 연봉 지급 등을 지시 통제하는 쪽은 하키 팀(연예인으로 치면 매니지먼트)이라고 보았으나, 항소법원은 하키 선수들이 하키 팀 소속인 건 맞는데, 경영지원회사에서 하키 팀에 선수를 공급한, 일종의 용역 직원들로 보았다.
항소심은 경영지원회사가 하키 선수들과 맺은 근로계약은 적법하며, 그 계약에 따라 회사는 하키 선수들의 통제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굳이 하키 선수들에 대해 지시·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미국은 1인 기획사 설립 및 계약상 사적 자치를 보장하면서 조세회피 목적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 있지만, ‘통제’의 의미를 법률상 권리의 유무로 판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과세관청의 자의적 해석을 엄격하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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