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의 좋은 稅上]이즈음 긴 호흡으로

2019.10.21 06:00:00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지난 8월 26일 기획재정부에서 입법예고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세무사들의 입장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과연 정당한 일일까요?”라는 주제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로펌에서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변호사들과 함께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세무법인을 운영하면서 변호사를 영입하여 도움을 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일을 함에 있어 변호사, 세무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역의 전문가들 모두 한결같은 마음이다.

 

물론 국민청원의 사례는 몸소 경험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다만,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국민적 시각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고, 최종적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관심 밖의 일로 멀어져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

 

이번 국민청원의 이해당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국민청원에 동참하면서 현재의 상황이 결코 갈등의 종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여전히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 보장 등 세무사회와 변호사회간 업역에 관한 이슈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에서는 “이 세상의 눈물의 양은 정해져 있다.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누군가는 울음을 멈추겠지. 웃음도 마찬가지야”라며 ‘포조’를 통해 세상 이치가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일 듯하지만, 실상은 무질서와 부조리한 틀이 존재함을 은연중 드러낸다. 애타게 기다리는 고도는 영영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자격사 단체간 상호불신이 끊이지 않고 분쟁의 대상이 제 식구 이익챙기기라는 비난으로 이어진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견해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요인이 뭐든지 간에 맹목적으로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비하하는 등의 태도는 새로운 갈등만을 부추기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전문자격사로서 기업경제와 개인의 일상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추 자격사 단체간의 불협화음은 국가적 손실이다.

사회역학 구조상 특정단체가 분쟁의 결과 일시적으로 이익을 얻게 된다면 다른 여타의 단체는 상응한 손실을 부담해야만 한다. 때론 법의 판단과 다른 ‘국민정서법’이 있기도 하다.

 

현재 세무사로는 약 1만 3000여 명, 변호사는 2만여 명이 넘게 전문자격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매년 신규로 배출되는 인원 또한 적지 않다. 두 단체간 이 시대의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관심과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무사와 변호사가 대립의 대상은 아니지 않는가.

 

그간, 법조 유사직역 자격사간 통폐합에서부터 비전문자격사의 경영 참여 등 법률시장 규제 완화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변호사법과 세무사법을 개정하여 양 자격사간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재의 다툼은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행 변호사법 제34조(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 등)의 개정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 규정에 의해 변호사와 세무사가 동업으로 조세전문로펌을 설립·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법조항이 만들어질 당시와는 그 사정(전문자격사 수의 급증, 공공성의 일반화, 업무의 복잡·다양성, 경쟁력 강화, 다양한 국민 권익 등)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도 로펌이 세무법인과 밀접한 업무협업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조세전문로펌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개인 그리고 개인 유사 로펌의 변호사와 세무법인의 세무사에겐 비현실적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우리 모두 이즈음 긴 호흡으로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다수의 변호사와 세무사의 생각이 궁금하다.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참여자가 아니라 시장구조다. 시장구조만 올바르다면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더라도 시장은 제대로 작동한다”고 했던 나심 탈레브의 이야기(Skin in the Game)에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보자.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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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jbkim@oktheta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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