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게임회사들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시절 IT 붐에 따라 수 많은 게임회사들이 설립됐고 현재는 대형 게임회사로 성장한 곳도 등장했다. 하지만 첨단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게임회사들의 노동현실은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10월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게임회사인 ‘N’사 옥상에서 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측은 자살 직원이 회사 재화를 무단 취득해 징계를 받은 바 있었고 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 같은 해 7월 ‘N’사 소속 30대 근로자가 사우나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정확한 사망사유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들의 사망소식에 게임 업계에서는 업무과다가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N’사의 경우 ‘구로의 등대’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로 게임 업계에서는 유명했다. ‘구로의 등대’ 별칭은 직원들의 업무가 많아 야근이 잦아 항상 불이 꺼지지 않는 점을 빗대어 업계에서 지어진 별칭이다.
이런 소문을 의식해서 인지 ‘N’사는 야근시 블라인드를 치고 일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 주체로 ‘N’사를 사례로 든 게임산업 노동현실 개선에 대한 토론회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다.
이 의원 토론자료 중 전현직 ‘N’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유발언 내용에는 ‘구로의 등대’라는 말을 듣고 블라인드 내리는 짓보다는 제대로 퇴근시켜달라는 직원들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살인적인 업무량에 대한 불만, 정해진 날짜에 비해 무리한 개발범위, 집에 제시간에 보내달라는 의견, 업무 과다로 인한 대상포진 발생, 정신과 상담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진술을 확인할 수 있다.
‘N’사 전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재직자와 퇴직자간 하루 동안 노동시간 차이가 발생했다. 하루 8시간 근무한다는 응답은 재직자는 19.5%였으나 퇴직자는 0.4%에 불과했다. 반면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비율은 재직자는 14.8%였으나 퇴직자는 무려 41.0%나 됐다.
10시간 초과 근무자를 합칠 경우 퇴직자는 72.7%가, 재직자는 37.5%가 하루 1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나 근무량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야근 횟수 또한 하루 근무시간과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퇴직자는 일주일 1회 미만 야근자는 2%였고 주 5회 이상 야근자는 38.1%로 나타났으며, 재직자의 경우 주 1회 미만 야근자는 21.7%로, 1주일 3회 이상 야근자는 47.3%로 조사돼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는 표현이 과장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N’사는 오는 13일부터 야근‧주말근무 금지와 메신저‧전화‧이메일 등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9일 발표해 게임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번 개선안은 적법한 인원과 근로시간 지키기 등 총 노동시간을 줄이는 근본 대책이 빠져 있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대증처방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또 ‘개발자를 갈아 넣는다’는 업계 표현처럼 사람을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제작환경과 노동환경을 넘어선 노동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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