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은 지난 1월 25일 연임이 확정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임원인사까지는 기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동수 배분을 유지하고, 12월부터는 공정한 인사기준에 따라 임원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3일 부문장 1명, 부행장 6명, 상무 8명 등 15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는데, 부행장 승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각각 3명으로 구성됐고 상무 승진자 8명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사이좋게 4명씩이었다.
이날 부행장으로 신규 선임된 6명 중 한일은행 출신은 장안호 기업그룹장, 김선규 여신지원그룹장, 박성일 준법감시인이며 상업은행 출신은 조운행 기관그룹장, 권광석 IB그룹장, 신현석 경영기획그룹장이다.
상무 승진자 8명 중 정채봉 WM그룹장, 이종인 자금시장그룹장, 하태중 기업금융단장, 이원덕 미래전략단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며 이창재 연금신탁그룹장, 홍현풍 차세대ICT구축단장, 김정기 대외협력단장, 이대진 검사실장 등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기존 관행대로 ‘탕평책’을 표방한 모습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탕평인사’가 아니라 충남 천안이 고향이고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행장의 ‘코드인사’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먼저 상업은행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무관리 전략 부문을 맡는 경영기획그룹장과 은행 내 사고·검사를 담당하는 검사실장이 상업은행 출신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경영기획그룹은 우리은행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이번에 신설한 미래전략단이 속한 곳이기도 하다.
충청권 출신이 대거 승진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승진자 15명 중 부문장 1명, 부행장 3명, 상무 2명 등 6명이 충청권 인사다. 정원재 영업지원부문장, 조운행 기관그룹장, 박성일 준법감시인, 이원덕 미래전략단장이 충남 출신이며 신현석 경영기획그룹장과 김정기 대외협력단장이 충북 출신이다.
홀로 부문장으로 승진한 정원재 영업지원부문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고향이 충남 천안으로 이 행장과 같다. 지주사 전환 전담부서인 미래전략단은 대표적인 이광구 행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충남 출신의 이원덕 상무가 지휘봉을 잡는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임원인사는 주주총회 전후인 3월경에 실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광구 행장의 연임이 결정된 지 9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며 “이광구 행장이 연임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일찌감치 자신 입맛대로 임원인사의 틀을 짜놓은 것이 아닌가싶다”고 피력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직도 서열이나, 임원 서열에서 보더라도 영업 관련 조직 및 글로벌, 스마트 조직이 상위”라며 “일부 경영기획그룹과 검사실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이유로 ‘코드인사’로 보기에는 객관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우리은행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 간 갈등 또는 충청권 득세 등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