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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목 세무사, 모친과의 이별 그린 '마지막 여행'으로 수필계 등단

불치병 앓는 모친 치료 위해 병원 전전했던 회한 애잔한 글로 표현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세무법인 정담 박인목 대표세무사(이하 '작가')가 “마지막 여행”으로 계간지 ‘현대수필 제103호(2017년 가을호)’의 신인상에 당선되어 정식 수필가로 등단했다.
 
춘천세무서 법인세과장부터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3국장을 지낸 박 작가는 국세청 내에서도 원칙을 중시하고 합리적인 업무처리로 평가받은 법인‧조사 분야 전문가다.

 

그는 국세청 명예퇴직 후 지난 2012년 2월 가천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고 가천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서울 강남구 강남역 근처에서 세무법인 정담의 대표세무사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흔히 외부에서 세무사를 바라볼 때 딱딱하고 무겁다는 인상이 강한데 박 작가는 이번 ‘마지막 여행’을 통해 젊은 시절 몹쓸 병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용하다는 병원을 전전했으나 결국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회한을 애잔하게 글로 표현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슬픔 감정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그는 신인상 수상 소감에서 “나이 더 먹기 전에 해야지 하면서 일상의 우선순위 처리에 급급하다가, 어느 날 드디어 마음먹었던 것을 이루게 되어 기쁘다”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딘 박 작가는 올해 연말쯤 첫 수필집 발간을 목표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박인목 작가

▲춘천세무서 법인세과장, 국세청 본청 공보계장       
▲강남세무서 법인세과장, 국세청 본청 법인계장
▲홍성세무서장, 중부지방국세청 법인세과장, 조사3국1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1과장, 국세청 본청 감찰담당관
▲국세청 본청 조사2과장, 운영지원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조사2국장, 명예퇴임
▲(現세무법인정담 회장/대표세무사, 가천대대학원 겸임교수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주)세아베스틸 사외이사



마지막 여행
                                                                                                           박인목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은 지 오늘로 18일째 되는 날이다. 그날 시골 막내로부터 ‘어머니 뇌출혈‘이라는 시외전화를 받고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 나섰다. 첫 번째 찾았던 부산의 B신경외과에서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병원장은 ‘어렵다’는 말과 함께, 남은 희망은 서울로 가는 것뿐이라 하였다. 우리 형제는 고민에 빠졌고 친척들도 의견은 반반씩이었다.   우리는 비록 굶는 한이 있어도, 어머니의 완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세브란스병원의 유명하다는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정했다. 새마을호 열차편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이 병원에 입원하실 때까지는 한 가닥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간절함도 한 마당 봄날 꿈처럼 사라지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긴 여름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우리는 낡은 트럭을 개조한 구급차에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문을 나섰다. 고향 집까지는 천릿길, 별일 없이 달리면 내일 아침 밥 때에는 도착할 거라고 운전기사는 말했다. 이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니 모든 것을 체념하고 무사히 고향 집에 가서 운명하시기를 비는 도리 밖에 없었다.  “어머니, 집으로 갑니다.”  어머니를 간이침대에 눕혀드리고, 그 옆에서 형과 나는 링거병과 어머니 손을 번갈아가며 잡았다. 아직은 손끝에 어머니의 체온이 느껴졌다. 농사일에 굳은 어머니의 손이다. 좋은 소식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어린 동생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앞이 캄캄하였다.  18일 동안 병원순례를 하다 보니,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여기저기 여행 아닌 여행을 한 격이 되었다. 실제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닌 기억이 없다. 내가 취직되었다고 그렇게 기뻐하시던 어머니에게, “우리 좋은데 구경 한번 같이 가요.”라고 그 한마디를 왜 못했는지 통탄할 일이다.   스물다섯이나 될 때까지,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것에 마음을 쓴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입학하던 봄, 집에서 쓰던 앉은뱅이책상이 내 차지가 되었다. 어머니는 마산행 첫차에 맞추기 위해 책상을 이고, 고향 읍 버스정류장까지 이십 리 자갈길을 걸으셨다. 그때 무거운 책상은 어머니가 이게 하고, 나는 맨몸으로 걸었던 불효가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차가 추풍령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며칠 전 서울로 갈 때 “여기가 어디쯤이냐?”는 어머니에게 “추풍령고개”라고 말씀드리자, 동행한 당숙모님한테 자랑하셨다.   “형님, 자식들이 날 살리려고 서울까지 데려 간답니다.”   “암. 큰 병원 가면 꼭 나을 거야.”  “내가 얼른 나아서 춤을 덩실덩실 추며 구경하러 다닐 거요.”  이 말을 떠올린 형은 “그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는데...”하며 울먹거렸다. 나도 “너 짝 찾을 때까지 내가 살아야지” 하시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서 요기꺼리로 샀던 김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 주셨다. 모심을 때, 고구마 밭고랑 김 맬 때에도 우리 형제들이 꾀를 부릴라치면, 어머니는 옛날이야기에 우리를 빠져들게 하셨다. 어머니의 이야기보따리에는 장화홍련, 이수일과 심순애, 제삿날 찾아온 머리카락 귀신, 도깨비 이야기 등 권선징악류 부터 ‘전설 따라 삼천리’에 나올 법한 이야기까지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니는 한마디로 인내심이 강한 분이었다. 아버지의 급한 성미에도 절대로 맞서는 일이 없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불같은 아버지의 성격 때문에 어머니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아버지의 밥에서 돌이라도 씹히는 날엔, 밥상이 마루에서 마당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밥에 웬 돌도 그리 많았을까. 그럴 때 어머니는 조용히 마당에 흩어진 그릇들을 주워 담으며, 오히려 아버지의 화가 사라지도록 조절을 하셨다.  어머니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음식에 체한 사람들에 대한 치료였다. 어떻게 터득하셨는지 알 수 없으나, 어머니가 바늘로 따면 체증은 거짓말 같이 나았다. 배가 아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약 5분정도 어깨부터 손끝까지 주욱 훑어 내려 피가 손마디로 흐르게 한 다음, 바늘로 콕 찌른다. 곧 검붉은 피가 솟아나오면 얹혔던 체증이 금방 나았다.   우리 형제 뿐 만 아니라 온 동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머니의 치료를 안 받아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소문을 듣고 고개 너머 사람들까지 찾아왔다. 어머니는 아무리 바빠도 마다않고 치료를 헌신적으로 해 주셨다. 어머니는 항상 옷 춤 속에 바늘을 준비해 다녔고, 급하게 찾아오는 환자는 논두렁에 앉아서도 치료를 해주셨다.
 
  아침 밥 때를 한참 지나, 안개가 자욱한 고향집에 이르렀다. 당신께서 사시던 집이라 편안하셨나 보다. 방에 눕혀드리며 육남매가 작별인사를 고하려 할 때, 입술을 열고 들릴락 말락 하게 한마디를 하셨다.   “집에 와서 편안히 간다....”  돌아가시는 마당에도 자식들 걱정 덜어 주려고 천릿길을 참고 오신 인내의 달인 어머니이시다. 나는 어머니와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어머니, 고생만 하신 우리 어머니. 이제 아프거나 고달픔 없는 그곳에서 편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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