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짜장면과 짬뽕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매번 부딪히는 문제이지만 매번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예이츠는 이를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 증상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를 비즈니스에 이용할 수 없을까? 우선 2000년 컬럼비아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원들이 조사한 내용을 보자. “일요일에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의 한 고급 식료품점에 시식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첫 번째 일요일에는 24가지 맛의 잼을 진열하여 고객들이 시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일요일에는 샘플 수를 6개로 줄였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잼을 진열한 매대는 지나가는 행인의 60%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더 적은 종류의 잼은 40%만 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고객들은 제공된 잼 종류에 관계 없이 동일한 개수의 잼(2개)을 시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소비자 행동의 측면은 고객들을 추적 조사하여 실제로 잼 한 병을 구매한 고객 수를 파악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제한된 범위의 6개 잼을 시식한 고객 중 30%가 잼 한 병을 구매한 반면, 24개의 잼을 시식한 고객 중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무엇보다 이 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 타임즈 출신의 베터랑 기자 다이애나 헨릭스(Diana B. Henriques)는 무법지대와 같았던 1920년대 미국 금융시장에 족쇄를 채웠던 프랭크 델라노어 루스벨트 대통령, 아일랜드계 사업가 조셉 케네디 초대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진보주의 시대의 상징과 같았던 윌리엄, O 더글라스 변호사, 그리고 앞선 세 명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내로라하는 금융업계 패밀리 출신인 뉴욕 증권거래소 위원장 리처드 휘트니까지 총 4명을 중심으로 엮은 미국 금융시장 규제 역사 이야기다. 헨릭스는 이미 배터랑 기자이자 베스터셀러 작가다. 그의 전작 《The Wizard of Lies(더 위저드 오브 라이즈)》는 HBO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로버트 드 니로와 미셸 파이퍼가 맡았다. 이 정도면 그가 엮어낸 이야기들이 여느 책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장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위저드 오브 라이즈》는 이른바 폰지 사기를 친 맥도프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이야기인데, 폰지사기란 먼저 투자 받은 사람에게 줄 보상을 다음번 투자자의 돈으로 주고 두 번째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영란은행의 업무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에는 아침 6시, 겨울에는 아침 7시가 되면 정문 경비원인 윌리엄 왓킨스는 은행 내 아파트 주방 근처에 걸려 있던 열쇠 세트를 꺼내 정문을 열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왓킨스가 정문을 열자 두 그룹의 직원, 즉 아웃 텔러와 하우스 포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자는 자신의 집이나 사업장에서 고객과 청구서를 협상하는 일을 하는 사무원이었습니다. 아웃 텔러는 정오 전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청구서를 수집하고 일찍 출발했습니다. 포터는 일찍 도착하여 배정된 사무실을 청소하고 세팅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 남성들은 5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먼 길을 걸어서 출근했을 것입니다. 사무원들은 연간 50파운드의 은행 초봉에서 주당 2실링 6펜스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가구가 비치된 방에서 잠을 청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은행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면 승진의 가능성이 있고 보수가 크게 향상되었지만, 후배 남성들은 사치품을 거의 누릴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앤 L. 머피가 최근에 출간한 『고결한 은행가들: 18세기 영란은행의 하루』의 1장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지난 호에 이어서> 뉴욕타임즈의 기자 지나 스미알렉은 유명한 셀리브리티다. 물론 기자로서 명성을 그 스스로가 쌓은 것이다. 올해 초 출간된 『무한: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직면한 연방준비제도(Limitless : The Federal Reserve Takes On A New Age Of Crisis)』는 스미알렉의 첫 저서이자 그를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어준 책이다. 스미알렉의 책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우리는 딱 두가지만 살펴볼 것이다. 하나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융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시도한 스토리,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연준이 금융안정이나 물가안정만이 아니라 고용문제에 힘을 다하려는 시도, 즉 100년 연준의 정책 프레림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스미알렉의 안내를 받으며 추적해 보려고 한다. 그 중심에 현 연준 의장 파월이 있다. 스미알렉은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경고부터 날린다. “시작하기 전에 경고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준에 대해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은 (a) 연준이 세상을 구했다, (b) 연준이 세상을 망쳤다, (c) 연준이 세상을 장악하려는 일종의 비밀 컬트 집단이다는 주장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최근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는 학자보다는 기자가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역할을 했다. 통화정책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함께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마련하다 보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 긴급하고 더 다양한 고려 속에서 중앙은행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길을 걸어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이 내용들을 추적하고 정리하고 평가하는 것은 경제학자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기자가 더 적절해 보인다. 아무래도 경제학자는 경제학이라는 틀에 갇혀 펜데믹과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어떻게 경제학적으로 평가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논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대응한 연준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답을 내놓으려면 하세월이 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할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기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무수한 정보를 갈무리해서 추적해왔던 사람이라면 말이다. 두 기자가 쓴 “전대미문의 팬데믹에 연준이 과연 어떻게 대응하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국제적인 오지랖의 장본인이 된 책, 『1931: 부채, 위기 그리고 히틀러의 부상』 이 책은 서평자로 하여금 독일어로 번역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모자라 번역 출간의 후원에 이탈리아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국제적인 조언 오지랖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쉽사리 이해가지 않지만, 일단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의 전말을 들어보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1955년에 출간했던 고전을 통해 1929년 대공황을 역사의식에 영원히 새겨 넣었다면, 슈트라우만은 유럽의 모든 정책결정권자가 읽어야 할 1931년의 서사를 우리에게 제공했다. 아쉬운 것은 슈트라우만의 역사분석이 10년 전에 나오지 못한 것뿐이다. 이 책이 독일어판으로 빨리 출간된다면 유럽을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아마도 선견지명이 있는 이탈리아의 후원자로 하여금 번역을 후원하도록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곳에 돈을 썼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위 인용은 2019년 출간된 토비아스 슈트라우만(Tobias Straumann)의 『1931: 부채, 위기 그리고 히틀러의 부상(1931: Debt, Crisis and the Rise of Hitler)』(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앨런 블라인더의 통화주의와의 대결, 제목부터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는 벤 버냉키가 연준 의장으로 있던 시절 연준 부의장이자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다. 이런 그가 지난 60여 년 동안의 미국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째로 설명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관심 받을 가치가 있다. A. 블라인더는 이 책을 “이론”이 아니라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하는데, 이 책의 흥미는 제목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살펴볼 A. 블라인더의 《미국 화폐와 재정의 역사: 1961년~2021년》(2022)은 케인스주의를 한 방에 물리쳤다는 전설의 밀턴 프리드먼이 안나 슈워츠와 공동으로 집필하여 통화주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든 《미국 화폐의 역사: 1867년~1960년》(1963년)을 연상시킨다. 프리드먼은 케인스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통화주의의 창시자이다. 안나 슈워츠는 폴 크루그먼의 표현에 따르면 “가장 위대한 통화주의자 중 한 명”이다. A. 블라인더는 책의 제목은 우연이 아니라 프리드먼과 슈워츠에 대한 “의도적인 오마주”라고 밝혔다. 알다시피 오마주는 존경과 존중이란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A. 블라인더는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미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이 책은 믿을만하다. 바로 사라. 읽고 울어라. 그리고 다시 사서 친구와 친척에게 선물해라. 그들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울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당신과 당신 친척들이 할 일은 지금까지 당신들이 했던 바보 같은 여론호도 세력과 자기만 아는 기득권 세력에게 투표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필자가 의역했지만 타임즈(The Times)가 전하는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적어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재정전문가 집단(IFS)의 수장인 폴 존슨(Paul Johnson)의 《돈을 쫓아라 Follow the Money: How much does Britain cost?》(2023.2)를 읽게 되면 너도나도 화가 나서 울게 된다는 말이니까. 출판사와 언론은 아예 “충격과 공포...그러나 위트와 영민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쏟아지는 찬사를 만들어 낸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는 영국이 현재 처한 경제상황과 정부의 재정 대응을 떼어 놓고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해 영국 국민들은 예산 계획을 제출한 신임 총리를 두 번 볼 것도 없이 즉시 갈아 치워버렸다. 불과 취임 몇 개월만이다. 사태는 국민들의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메디치은행과 르네상스를 풍비하였던 여러 예술인들과 상인들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하나 의문이 생깁니다. 이들이 왜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일까요? 사실 이 질문은 르네상스 시대 상인들과 예술인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미 답을 제시드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상인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같이 했던 것이기에 부흥도 함께, 그리고 쇠퇴도 함께 한 것입니다. 이탈리아 상인의 영광스러운 시절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던 예술인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입니다. 메디치은행 가문과 예술가들과의 관계는 여럿 있습니다. 조반니 데 메디치는 브루넬레스키에게 의뢰해서 산 로렌초 성당에 작품을 남겼습니다. 코시모 데 메디치는 프라 안젤리코에게 의뢰해서 산 마르코 성당에 작품을 남겼고요. 그리고 페에로 데 메디치는 베노초 고촐리에게 의뢰해서 메디치 저책의 기도실에 예술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헌사했던 그 유명한 ‘위대한 로렌초’는 산드로 보티첼리에게 의뢰해서 카스텔로 별장에 길이 남을 예술작품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나 같이 예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