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_이은주 아픈 기억의 조각마저 꼬깃꼬깃 주워 담은 배낭을 객차 옆 자리에 앉히고 삶의 변덕스러움과 모자람을 침묵이 주는 사색의 풍성함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자 문명이라는 푹신한 둥지를 떠난다. 어둠 속에서도 차창 밖 도시는 불을 밝히고 산에 둘러싸인 농촌은 빛을 상실한 채 방황하며 자유를 갈구한다. 지속하고 싶은 머무름을 뒤로하고 사라진 간이역을 그리워하는 사이 목적지에 내린 그 날, 한날한시에 현실은 또 다른 그리움이 되고 바다는 나만의 바다가 된다. [시인] 이은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 정회원 대한시낭송가협회 정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2019년 문예창작지도자 자격 취득 [시감상] 박영애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참 행복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더욱이 글쟁이들에게는 더 많은 시제를 얻을 수 있는 값진 기회이기도 하다.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이라도 잠시 일상을 벗어나 떠날 수 있음에도 무엇이 삶을 그리 옭아매 놓고 있는 것인지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그 또한 달라질
풍상의 바다_혜화 한정서 동네 앞바다가 가장 넓은 줄 알았던 어릴 적 밀려오는 파도에 물장구치며 놀던 그것이 전부였는데 희로애락 속에 숙명 같은 고달픈 굴레를 벗어버리고 싶어도 심연에 깊숙이 빠져들어 폭풍에 흔들리는 통통배 같던 삶 나는 안다 온갖 풍상을 짊어진 듯한 너그러움에 6남매가 울고 웃던 추억이 녹아있는 저 바다가 지켜줬다는 것을 바다의 깊은 속내를 어찌 알까마는 바닷속 풍경을 어렴풋이 헤아리며 그 옛적 상념으로 눈물짓는다 그 바다는 오랜 세월 진주를 품더니 감사함을 기억하는 진주들이 세상 속의 보석으로 자리 잡아 멋진 매력을 발산하는 걸 알았나 보다 한 많은 세상을 품던 거룩한 삶마저 끄트머리의 망부석 같던 6남매가 풍상의 바다에 감사함을 전한다 [시인] 한정서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광주 전남지회 총무국장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현)플라톤 아카데미 봉선 독서논술교습소 원장 현) 독서 토론, 논술 지도 교사 [시감상] 박영애 평온한 듯 보이지만 그 잔잔함 속에 무서움이 숨어 있는 바다. 한없이 모든 것을 품어 안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성난 괴물이 되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삼키기도 하고, 휩쓸고 가기도
만추의 길목 / 전병일 만추의 휴일 천변을 걷는다 가는 길 억새는 붉은 옷 갈아입고 흰 모가지 갈바람에 나부끼다 억세 사이 갈대임은 무거운 수술을 달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철모르게 꽃을 피운 뚱딴지 허리 잘려 재생한 개망초와 기생초도 늦은 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흐르는 여울물가 청둥오리 가족들 잠수질에 물살을 가르고 흰 왜가리 먹이 찾아 황소걸음 한다 버드나무 가지 위에 모여든 텃새 겨울맞이 작전 회의 지저귄다 만추의 휴일 겨울의 길목에 가을도 가고 해와 달도 간다 [시인]전병일 대한문학세계 시, 수필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전주전북지회 정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2019년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2020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시감상] 박영애 ‘만추의 길목’ 작품 속에서 가을이 점점 멀어지고 겨울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삶 속에서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작가만의 시각으로 그 속에 의미를 부여하고 저마다의 모습을 보면서 또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시인의 눈은 일반인보다 예리하고 더 깊은 사고력과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버드나무 가지 위에 모여든 텃새 / 겨울맞이 작전 회의 지저귄다
단풍나무 아래서 / 강순옥 언젠가는 너처럼 화려한 날이 올 거란 생각에 물들이는 이 순간에도 상한 마음 곱씹지 않아 좋다 푸르던 잎새에 쏟아지는 햇살도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다 꽃잎처럼 말라 버린다 해도 눈 앞에 펼쳐진 생의 빛깔이 참 좋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숲에 머무는 바람소리 사연 달고 낮술 취한 듯 벌겋게 달아올라 낙엽 되어 떨어지는 가을은 그리움 담아내는 모가의 법칙 험담해도 쉬어가라 해서 좋다 산등에 곱게 그려내는 빗살무늬 정 묻은 굴뚝 연기처럼 피어올라 한 줌 재로 남긴 벗이어서 참 좋다. [시인]강순옥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혐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서울지회 정회원 2018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2018 전국 짧은 시 짓기 동상 2018 한국문학 발전상 [시감상] 박영애 ‘단풍나무 아래서’ 시적 화자의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변화되어가는 계절 속 가을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내면서, 시각적으로 또 청각적으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어로 물들어가는 가을을 표현하기도 했다. 거기다 가을의 특징인 풍요로움과 여유로운 마음도 담아 유유자적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좋다. 나의 모든 허물을 알고도 그것까지 품을 수
그리움_이정원 송골송골 빗방울 맺힌 유리창에 임의 얼굴 그려져 있습니다 만져도 보고 뭉클한 가슴 쳐보며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 바라봅니다 어찌할 바 몰라 창문을 열어 한 움큼 쥔 빗방울 사방으로 흩뿌려도 가슴만 아려집니다 이러는 내 모습 힐끔거리던 먹구름이 실컷 울어버리라는 듯 거센 빗줄기로 보듬어줍니다 가늘게 떨리는 뿌연 내 영혼이 먹구름을 거둔 희뿌연 달빛처럼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버린 이 마음 한 줄기 희망이 솟구치듯 가슴속에 일렁이는 용광로 빗방울 몽글몽글 맺혀있는 꽃잎에 물어보며 사랑하는 임의 얼굴 생각합니다. [시인]이정원 일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현)고양시 일산튼튼정형외과 특수치료실 근무 중 [시감상] 박영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에 빗대어서 그리고 자연과 소통하면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그리고 시인이 누릴 수 있는 복이라고 생각한다. 가슴 깊이 묻어둔 그리움 한 조각 꺼내어 오늘은 쏟아지는 빗방울에 마음 실어 보내고 보고픔 마음 잠시 달래어 본다. 흐르는 빗줄기에 참았던 눈물도 흘려보내고 애잔한 마음 꽃잎에 담아 살포시 그리운 이의 얼
어머니의 첫 忌日 / 김정윤 겨울비가 나목을 적시는 어머니의 첫 기일 고이 간직한 살아생전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때 이른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겨울 삼베 수의 곱게 차려입으시고 잠자는 공주처럼 하얀 미소를 머금고 떠나시는 날을 생각합니다 어머니! 세상에 보고 듣는 모든 것 헛되고 헛된 것이요 먹고 마시고 취하는 모든 것 허공에 피는 꽃이니 잊고 가소서 세간을 둘러보면 살아온 자취가 꿈속에 일과 같습니다. 이제 높은 곳에서 먼저 가신 선친들과 함께 할 것이니 모두 잊고 가소서 고요하고 적막하나 어둠의 빛이 비추어 허공을 밝힐 것이니 두려워 마시고 고이 가시옵소서 마지막 착 관의 수의 자락을 얼굴에 내리고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가신 어머니! 오늘 어머니의 첫 기일입니다 보잘 것 없는 정성을 드리오니 높은 곳에서 내려와 저희와 함께하소서! [시인] 김정윤 울산거주( 울릉도 출생) 대한문학세계 시부문 등단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울산지회 정회원 * 수상 2019년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2020년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2020년 3월 이달의 시인 선정 [시감상] 박영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그 이름만 들어도 지
배롱나무 연정 / 백승운 봄부터 피어난 그리움이 마음 언저리 배고픈 사랑 되어 보고 싶다 편지를 쓰고 세월이 지나온 애절함 바쁘게 달려간 그곳엔 소복이 쌓여있는 슬픔만 부서지고 강렬한 태양 아래 무더위에 지쳐 헐떡이며 첫사랑 헤어짐의 추억 떠도는 철자들이 봉글봉글 물방울 되어 여름 내내 그리움으로 달려서 붉은 꽃으로 피고 있다 [시인] 백승운 현재 알에스오토메이션(주) 전략영업팀 재직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입협회 서울지회 사무국장 대한문인협회 2019년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19년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게시용 詩 공모전 당선 대한문입협회 2020년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시감상] 박영애 가슴 깊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것 행복이면서 때로는 진한 아픔이다. 그 그리움의 조각들이 하나둘 모여 퍼즐이 맞추어 가듯 우리의 삶도 제각각 다양하게 만들어 간다. 시간이 흘러 훗날 삶을 돌아볼 때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도 마음껏 사랑하고 그리워하련다. 그 아픔까지도.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
숲 속으로 달려간다 / 김수용 새벽부터 휘몰아친 세찬 비바람에 촉촉한 아카시아 꽃잎 하나 둘 떨어지고 때 이른 작별 인사에 못다 한 사랑 가득 상처만 남았을 뿐이라며 짧았던 인연이었지만 잊을 수 없노라고 이렇게 떠날 수 없노라고 마지막 남은 꽃잎의 힘겨운 춤사위에 향기마저 사라지니 앙상한 가지 서걱서걱 흐느껴 우는 아카시아 숲 속에서 그리움이 나를 부른다 가던 걸음 멈추고 숲 속으로 달려간다 [시인] 김수용 인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아직 이별 준비를 못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이별 앞에 아픔과 그리움이 비가 되어 내린다. 언젠가는 떠날 시간 앞에서 무엇이 그리 미련이 많은지 이승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애잔하여 나를 끌어당긴다. 바쁜 삶 잠시 내려놓고 나를 깊이 돌아본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
초록 마음으로 / 이상노 땅속 꿈 많은 사랑씨 한알 한알 싹틔운 초록 마음 얼었던 땅 들고 솟은 봄 산과 들의 산뜻한 모습처럼 우리 초록 마음으로 살아가요. 초록 마음속에는 욕망도, 시기도, 미움도 온갖 거짓된 마음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초록 마음으로 이해하고 초록 마음으로 용서하고 초록 마음으로 사랑하며 우리 초록 마음으로 살아가요. 초록 마음으로 살다가 숲이 부르면 그때 초록 마음 안고 숲으로 가요. 탯줄 하나 잡고 태어났던 그 마음으로... [시인] 이상노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초록 마음으로 살아가는 세상 참 아름다움으로 빛날 것 같다. 맑고 깨끗한 시심 속에 복잡했던 마음 하나 잠시 내려놓는다. ‘탯줄 하나 잡고 태어났던 그 마음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좀 더 살기 좋고 풍족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알게 모르게 치장되었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숲의 공기를 마시면서 숲길을 걷는 오늘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
이 봄이 가기 전에 / 염규식 이 봄이 가기 전에 나는 그대에게 봄 향기 가득한 고운 손편지 하나 보내고 싶습니다. 온갖 들풀이 만발한 그곳에서 그대를 만나게 되면 당신에게 향기 가득한 사랑 하나 드리렵니다. 하지만 봄 길에 나서는 나의 영혼은 조금은 쓸쓸한 혼자입니다. 어느새 걷다 보니 홀로인 것을 알았습니다. 걷다가 그대를 만나게 되면 당신의 봄꽃 같은 귀한 사랑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주실 수 있을는지요. 춥고 눈이 내리는 거리도 싫고 낙엽 뒹구는 가을도 외로우니까요 이 봄이 가기 전에 따스한 봄 사랑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인] 염규식 부산 거주 한울문학 시 부분 등단 대한문학세계 수필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봄이 지나 여름이 문턱에 와 있다. 올봄은 참 길게 느껴지는 아픔 가득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소통과 동행이라는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동감이 넘치는 봄의 계절이 가기 전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시적 화자의 마음을 엿보면서 누군가에게 따듯함을 전해 주고 사랑을 나누는 꽃처럼 아름다운 삶이고 싶다. 꽃의 향기가 곳곳에 퍼지듯 ‘이 봄이 가기 전에’ 시향이 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