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 조위제 엄동설한 긴 겨울밤 창밖은 북풍한설이 울고 간다. 내 작은 방에 촛불 하나 켜놓고 애타는 그리움을 더듬는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불청객에 문풍지가 파르르 운다. 흔들리던 촛불이 눈물을 주르륵 가슴 밑바닥에 잠자던 옛 추억을 깨워서 잠 못 드는 이 밤에 그리움을 켜고 앉았다. [시인] 조위제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이사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부산지회) 저서 : 시집 “작은 감성의 조각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 옛 시절이 몹시 그립고 소꿉친구가 보고픈 날이다. 잘 지내고 있을까? 가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추억에 젖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언제나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이 있어 행복이다. 때로는 그 추억이 위로를 주기도 하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옛 추억으로 자리 잡아 돌아볼 날 있을 것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진달래꽃 / 전남혁 꽃 필 때 그미 눈빛에 치여 떨어진 꽃잎 같은 약속이 생각나는 꽃 구차한 변명 같아 미운 꽃 꽃술에 취하듯 내 머리에 꽂고 싶은 히죽 꽃 봄날 저기 연분홍 삐딱 구두 또각또각 들리지만 기다리다 맥이 빠져 주저앉은 꽃 [시인] 전남혁 전북 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전주전북지회 지회장 <수상> 금주의 시 선정 대한문인협회 이달의 시인 선정 2021 한국문학 올해의 작품상 <저서> 시집 ‘바람과 구름과 시냇물의 노래’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우리에게 참 친숙한 진달래꽃, 그 꽃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꽃의 의미도 다르고 또 저마다 그 꽃에 담긴 사연이 각양각색이니 같은 꽃을 보면서 시심을 풀어내는 것이 참으로 다양하고 새롭다. 오늘의 진달래꽃은, 사랑하는 임과의 약속이 생각나기도 하고, 변명을 늘어놓는 미운 꽃이 되었다가 또 머리에 꽂고 싶은 히죽 꽃이 되기도 하고, 기다림에 지쳐 주저앉은 꽃이 되기도 한다. 하늘거리는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면 한없이 연약해 보이지만, 그 속은 그 어떤 것보다 강인하고 단단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낭송가] 박영애
벚나무 / 박미향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해 보자 굶주림에 허덕인 유년 시절 까맣게 익은 버찌를 먹으러 산으로 달린다 철없던 꼬맹이들 나무에 올라 나뭇가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버찌에 목숨을 걸던 때 입술이 변하도록 따 먹었다 왜 그리 배가 고팠을까 보릿고개 넘던 시절 지금은 추억으로 맴돈다. [시인] 박미향 수원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경기징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山 그림자 시집(2013)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지금은 구전으로 전해 듣거나 책으로 읽어 알게 되는 보릿고개 시절, 그 시간을 견디어 낸 사람은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뼈저리게 안다. 먹고 살기에 충분한 지금 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알게 모르게 보릿고개 시절을 겪고 있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만하기에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고 또 기억할 수 있는 추억으로 자리 잡아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회상할 수 있는 지금이 시적 화자는 행복할 것이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오늘 어릴 때 비 맞으면서도 버찌를 따 먹기도 하고 입술에 빨갛게 발라 귀신 놀이하며 숨바꼭질하던 시간이 떠올라 미소짓게 한다. [
어머니 / 심성옥 새벽 아침을 열고 밭에 나가시는 어머니 길 떠난 자식들 기다리며 기다란 고랑에 감자, 고구마 심는다 머위 꺾어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 밥상에 따뜻한 사랑 나누어 주시고 마음속 고운 향기 넣고 토란국 끓여 다섯 남매 키우신 어머니 구름처럼 먼저 가신 아버지 그리움에 날마다 눈에 눈물로 채우시다 언어장애와 신체의 절반이 굳는 나쁜 질병을 앓고 계시는 어머니 몸부림치도록 진한 그리움 겨울 찬바람 같은 숨소리가 무서운 눈보라를 불러오고 멍하니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가족 앞에서는 좋아하는 찰밥 드시며 해맑게 미소 지으며 웃으시던 어머니 이제는 좋아하셨던 음식들 보면 마음속 어머니 그리움에 저녁노을이 눈물바다로 변합니다. [시인] 심성옥 경기 안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힘이 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어머니’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의 위로가 되고, 기대고 싶어지면서 눈물이 난다. 기쁠 때도 생각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고단하고 아플 때 더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기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품으며 모든 것을 내어준 희생적인 사랑
봄이라 부른다 / 김옥순 어느 날 창문 밖 봄꽃 향기가 들어와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내봅니다. 문득 바람이 꽃향기를 가져올 때면 언제나 맘껏 뛰어놀던 기억이 물결과 강물이 되어 흐르고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찾아들고 파릇파릇한 초록 잎새는 수줍듯 말을 걸어옵니다. 이렇게 봄이 시작되는 날에는 걸어가는 길마다 아름다움이 즐거운 노래로 순간순간 눈부시게 펼쳐집니다. 오늘처럼 예고 없는 기억의 조각은 저 멀리서 도란도란 웃음소리로 그날의 한 폭의 수채화를 소환하며 다가오는 삶의 희망을 기대해 봅니다. [시인] 김옥순 경북 안동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대구경북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추억을 끄집어내어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참 소중한 시간이다. 때로는 친구를 만나면서 또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아니면 가족이나 친지와의 만남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들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김옥순 시인은 그 행복했던 시절을 ‘봄’이라는 생동감 있고 푸릇푸릇한 그리고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이라는 시기에 표현하면서 옛 시간을 즐겁게 만끽하고 있다. 그 추억들이 하
초대장 / 유영서 들녘에 초대되어 오월 푸른 둑길 가장자리에 앉았습니다 들꽃들이 소박하게 차려준 밥상 향기롭게 먹었습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로 갈증 난 목도 축였습니다 새들은 또 어찌 그리 청아하게 노래를 부르는지요 재 넘어가는 구름도 산마루에 걸터앉아 박수 치며 쉬었다 갑니다 눈 호강 귀 호강하다가 하루해가 저뭅니다 초대받은 나그네 논 가장자리 맨 앞줄에 증표로 이름 석 자 심어 놓고 갑니다 [시인] 유영서 충북 진천 출생 인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지회장 인천시 남동문학회 회원 [저서]1시집 탐하다 시를 2시집 지우는 마음도 푸른 물든다 3시집 구름 정거장 [수상] 2019년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향토문학상 경연대회 은상 2019년 한국문학 향토문학상 수상 2020년 짧은 시 짓기 전국공모전 동상 2021년 짧은 시 짓기 전국공모전 대상 2021년 한국문화 예술인 금상 2022년 신춘문학상 공모전 금상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자연으로부터 초대장을 받는다는 것을 아는 것은 참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주어진 초대장이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유
사랑합니다 / 김락호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함에 있어 난 이름 없는 한 조각 구름이고 싶습니다 때론 그리움의 비 때론 슬픔의 비가 되어 메마른 당신 가슴을 적셔주고 좋은 날에는 은은한 무지개로 피어나 당신 가슴에 환한 미소를 안겨주는 만 가지 형상의 구름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행여나 이 말 한마디에 겪어야 하는 고통이 있다 해도 고통이 주는 쓰라린 마음까지도 혼자서 감당할 번뇌와 내 몫의 고뇌라 여기며 가식 없는 하나의 마음으로 사랑하렵니다. [시인] 김락호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이사장 대한문인협회 회장 도서출판 시음사 대표 대한문학세계 종합문화 예술잡지 발행인 저서 《눈먼 벽화》외 11권 편저 《인터넷에 꽃 피운 사랑시》외 250여권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매년 저자로 발행 시극 <내게 당신은 행복입니다> 원작 및 총감독 (CMB 대전방송 케이블TV 26회 방송) [詩 감상] 박영애 시인 무더위에 지치고 계속 오르는 물가에 많은 사람이 힘겨운 날들이다. 넉넉한 사랑으로 쉼 하고 싶은 그런 날 그 사랑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고, 맑은 구름이 시커먼 먹구름이 되어 가슴에 슬픔의 비로 내리는 오늘 참 아프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시간이 행복의 시간이
행복한 봄날 / 박희홍 괜한 심술을 부려도 입춘에 맞추어 계절의 근위병 교대식이 열린다 신기하다 날씨 변화의 시기를 어찌 그리 알고 고개를 쑥쑥 내밀까 신비롭다 해도 달도 아닌데 덩두렷하게 빠르게도 떠오르니 꾸물대다 마중이 늦었다 그렇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반가움에 눈과 입가에 번지는 환한 미소에 행복의 꽃이 피어난다 [시인] 박희홍 광주광역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시집 : 제1 시집 “쫓기는 여우가 뒤를 돌아보는 이유” 제2 시집 “아따 뭔 일로” 제3 시집 “허허, 참 그렇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정말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어쩌면 계절의 변화는 자기의 자리를 그리 잘 알고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오는지 참 궁금하다. 박희홍 시인의 ‘행복한 봄날’ 시에 표현한 것처럼 ‘계절의 근위병 교대식이라 표현이 참 재미있고, 공감된다. 그것도 시기에 어긋나지 않고 제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정말 자연의 신비롭고 위대한 힘은 우리 인간이 넘을 수 없는 넘사벽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장마철에 들어섰다. 인간이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잘 준비하여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지만, 놀라운 자연의 힘은 거스를
천년의 꿈 / 전병일 우리 하늘 아래 최고봉 비도 바람도 쉬어가는 백록담은 메마른 젖가슴 보여주기 싫은 듯 하루에도 열두 번씩 가슴을 열었다 가렸다 한다 정상 주변의 식생들 혹독한 추위와 비바람에 상흔으로 얼룩진 억겁의 세월 속 반쯤 넘어진 채 백골이 되었다 사후(死後) 극락 세상에 가 보지도 못하고 쓰라린 고통을 떠안은 체 또 한 세기를 살아간다 백골 사이 새 생명 유구한 세월 배운 학습으로 날개 꺾인 새처럼 낮은 포복으로 꼭 움츠린 체 천년의 꿈을 꾸면서 살아간다. [시인] 전병일 전북 무주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수필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시집 “거꾸로 사는 세상이 편하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제주에 있는 백록담에 물이 바짝 말랐다. 금지되어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가까이서 보는 사계절의 풍광이 정말 장관이다. 다녀온 지 정말 오래되어 다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는 오늘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연 또한 얼마나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전병일 시인의 ‘천년의 꿈’ 작품을 보면서 메마른 젖가슴 보여주기 싫은 듯 / 하루에도 열두 번씩 / 가슴을 열었다 가렸다 / 하는 비도 바
좋은 사람 / 송용기 따스한 햇살이 창문으로 비치 울 때 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떠오르는 얼굴 하나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혼자 인양 우두커니 있을 때 허공에 있는 얼굴 하나 일상의 반복적인 생활에서 웃을 수 있는 꿈틀꿈틀 마음 깨우는 얼굴 하나 침묵에 잠긴 밤하늘 바라보며 쓸쓸한 가슴에 그리움이 물들 때면 창 너머로 꺼질 줄 모르는 네온사인 불빛마저 눈먼 사랑이 되어 그리움의 빛을 길게 늘어뜨린다 침묵의 밤도 마음으로만 마음으로만 부르짖는 내 사랑에 달빛조차 숨어들어 그리움을 가두고 있다 오로지 그리움밖에 모르는 사랑이지만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 좋다 그 사람 곁에 내가 있어 좋다 [시인] 송용기 경기 광주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질문해 본다. 거기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면서도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간다는 것에 작은 위로가 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대상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고 또 필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깊은 인연을 맺은 관계가 아니라면 더군다나 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