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IOTA가입 上] 역사상 첫 비유럽권 회원국은 ‘KOREA’…디지털 혁명, 룰 바꿨다

2021.08.10 12:09:47

디지털 경제의 대안 ‘통합전산시스템’…최선두는 한국

 

◇ ‘반가워, 한국. 아이오타는 처음이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 국세청이 역사상 최초로 유럽조세행정협의기구, 통칭 아이오타(이하 IOTA, Intra-European Organization of Tax Administrations) 가입국이 됐다.

 

협의체 내 한국의 명칭은 ‘준’ 회원국이지만, 유럽 국가가 아니기에 ‘준’이란 글자가 붙었을 뿐 실질적으로 ‘정식’ 회원국이다.

 

한국의 IOTA 가입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아시아의 SGATAR, 미주의 CIAT, 아프리카의 ATAF, 유럽의 IOTA 등 각 대륙권 국가들은 그들만의 대륙권 세무행정 협의체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떠한 협의체에서도 타 대륙권 국가가 회원국이 되고 싶다고 요청한 사례가 있거나 타 대륙권 국가를 회원국으로 초빙하자고 한 사례도 없다.

 

대륙권 협의체 자체가 지역모임이다보니 타 지역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관례를 깬 건 한국의 IOTA 회원국 가입이 유일하다.

 

한국의 IOTA회원국 가입은 2019년 IOTA 사무국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는 IOTA가 한국을 회원국으로 불러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행정전산망

 

가까이는 민원서류 발부부터 멀게는 국제 금융거래 분석까지. 한국 국세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통합행정전산망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 국세청은 1970~80년대 전산업무 5개년 계획 아래 전산 세무행정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컴퓨터와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세무행정에 속도가 붙었다.

 

본격적인 도약은 1997년 국세통합시스템(TIS)의 도입에서 시작됐다. 내부 전산망뿐만 아니라 각종 국세증명과 등 대민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외부적으로는 8개의 대민 서비스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내부적으로는 성실신고를 파악하는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 통칭 아이카스(ICAS) 시스템(2010년)이 구축되기도 했다.

 

IMF 이후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금융의 바람은 빠르게 세무행정에 스며들었다. 온라인 계좌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종이계산서 대신 전자세금계산서(구 e세로, 2010년 시행)가 등장했다. 고철상에서 시작했던 현금영수증 의무발행도 미용실 등 우리 생활 전반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국 국세청 역사에서 가장 큰 도약은 2015년 차세대 국세통합시스템(NTIS) 구축이었다. 내부 전산망 보안을 유지하는 가운데 8개 민원시스템과 통합하는 한편, 최신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통합전산망 구축 후 국세청은 막대한 전산 데이터, 그리고 다른 기관과의 데이터 교류의 채널을 확보했다.

 

전자는 2019년 국세청 빅데이터 센터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공신경망을 통해 그간의 누적된 신고와 거래 데이터가 매서운 속도로 분석되고 있다.

 

후자는 2013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혐의거래정보, 고액거래정보 교류를 통해 물꼬가 트였다. 최근에는 국토부와 지자체로부터 부동산 탈세 의심정보를 제공받는다. 다자간 정보교환협정을 통해 해외 조세회피처의 금융정보까지 입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렇게 입수한 국제 거래정보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아이카스(ICAS) 시스템 개편에도 착수했다.

 

파리 11대학에서 수학하고, 파리 2대학(구 소르본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한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세무행정 전산화 수준은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다. 한 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IOTA 회원국안 유럽국가들이 한국 수준의 통합전산망을 구축할 능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럽 국가 내 정부는 각 기관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각각 독자적으로 전산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통합전산망을 구축하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는 작업을 꾸준히 한 한국 정부와 대조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차이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유럽은 중앙집권국가를 거쳐 근대를 열었지만, 기본적으로 각 지역의 지역색과 독립성을 인정하며 발달해왔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해서 세금을 걷고 쓸 수 없었고, ‘무엇을 위해 세금을 얼마나 쓸 것이냐’라는 문제는 현대 유럽 정치까지 중요히 다뤄지고 있다. 그 만큼 지방정부의 독자성과 권한이 강하고, 중앙정부의 비대화를 견제해왔다.

 

 

한국은 일제시대와 전쟁을 거치며, 나라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한국 정부는 효율성 문제 등으로 지방분권 대신 중앙정부로 집중화를 선택했다. 일원화된 중앙관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집중화된 통합전산망을 구축하는 가장 큰 토대가 됐다.

 

“한국과 유럽은 세금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유럽은 납세자 권리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대륙법 체계다. 중앙정부가 모든 정보를 쥐고 있으면, 개인 권리보다는 국가 통제가 우선시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반면 한국은 중앙정부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세무행정 전산망 체계를 운영하고 관리해본 경험을 갖게 되었다.

- 안창남 강남대 교수 - ”

 

 

 

<‘인색한데 효율은 높은’ 한국의 세무행정>

 

한국은 투자는 다소 인색하지만, 효율은 대단히 높은 나라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세무공무원 수는 2만5000명꼴인데 한국은 2만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세무공무원당 담당하는 납세인구가 1300명을 훌쩍 뛰어넘는 데 주요국 가운데 세무공무원이 이 정도 인원을 관리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스페인 정도 외에 없다.

 

그나마 미국과 스페인은 IT 등 전산 관련 예산이 전체 국세청 지출의 10%에서 20% 가까이 솟구친다. OECD는 평균 12%를 쓴다. 한국은 7% 정도를 오가는 수준이며 10%를 넘지 못한다.

 

국세청의 핵심기능인 탈세 추적(세무조사‧검증)에서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한국은 전체 국세청 인력의 20% 초중반대 정도를 이 분야에 투입하는 데 OECD 국가들은 한국보다 평균 약 1.7배의 인력을 조사와 검증에 투입한다.

 

한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인원은 80%, 전산투자는 60%, 조사는 70% 정도 투자하지만, 징수에서는 OECD 주요 국가들보다 거의 두 배의 효율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세금 100원을 걷기 위해 들어가는 행정비용의 경우 한국은 0.6원에 불과하다.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은 1원이 넘는 돈을 쓰고, 일본의 경우 1.5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한국이 세무공무원 개인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나라도 아니다. 국세청 전체 예산 중 인적자원 개발에 투입되는 돈은 1%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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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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