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IOTA가입 下] 유럽 화두는 ‘전산 세무감사’…한국, 후발주자에서 동반자로

2021.08.11 08:29:52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 한국을 지목하다
시스템 구축‧부처간 칸막이 제거한 한국, 복지세정 일사천리

 

◇ 유럽을 휩씬 디지털 혁명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하지만 유럽에도 변화의 불씨가 떨어졌다. IOTA 회원국들은 디지털 혁명시대에 디지털 세무조사와 그 수단, 분석방법, 탈세 범죄(tax fraud)에 대한 대응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해외에서 영업을 하려면 해당 국가에 ‘회사’나 ‘사무실’을 차려야 했다. 실제 각국에서는 세법을 통해 ‘사무실’과 일정 규모의 인력이 있어야 정식 사업체(법인)으로 인정한다. 각국의 국세청은 이 ‘사무실’에서 버는 돈에 세금을 매겼다(고정사업장).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디지털 경제의 선도주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회사나 지사 등 ‘사무실’을 없이도 온라인을 통해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사는 사람은 명확했기에 거래에 대한 세금(부가가치세, 소비세 등)은 부과할 수 있었다.

 


반면 소득에 대한 세금(법인세)은 누가 어디에서 파는지를 알아야 부과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영업하는 디지털 기업들은 ‘어디서’ 파는 지가 모호했다. 이런 회사들은 저세율국가나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설립해 과세의무를 회피했다. 건물에 위치한 ‘사무실’에 세금을 매기던 각국의 과세당국은 당황했다.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전 세계적인 세금 연대에 착수했다. OECD 및 전 세계 주요국과 연대한 역외탈세 국제공조 프로그램(BEPS 프로젝트),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 등이 최근 주요국들 사이에서 합의점이 맞춰졌다.

 

제도(머리) 다음은 이를 실행할 손발이 필요했다. 통합전산시스템의 실무 노하우다.

 

 

◇ 절실해진 ‘전산 세무행정’

 

IOTA가 한국에 IOTA 회원국 가입 제안을 하던 시기는 IOTA 신임 사무총장 프란티셰크 이므레체(František Imrecze)의 취임과 맞물려 진행됐다.

 

2019년 IOTA 사무국은 포르투갈 ‘늘공’ 출신인 미구엘 실바 핀토(Miguel Silva Pinto) 사무총장의 뒤를 IT‧경영 민간전문가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를 신임 IOTA 사무총장에 지명했다. 여기에는 디지털 경제에 대응하는 실무 노하우가 절실했던 유럽 국가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2012~2018년 사이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으로 활동했다. 슬로바키아 세무행정에 전산화를 도입하고, 탈세에 대응하는 전산 세무조사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이러한 혁신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본래 공무원 출신이 아닌 슬로바키아 대표 통신사 티-모바일 슬로벤스코(T-Mobile Slovensko)의 고위임원으로 활동한 민간출신 IT전문가란 이력 덕분이었다.

 

슬로바키아는 중부유럽 신흥국(비셰그라드 협의체, 체코‧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통칭 V4 중 하나로 경제성장세는 가파른 유망한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치안이 안정돼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진출한 상태다.

 

그러나 경제적 부패도 심각했다. 탈세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지하경제(Tax Gap) 규모가 전체 경제 규모의 40%에 달할 정도였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슬로바키아 금융청은 90년대 마련된 구식 시스템으로 겨우 운영되는 상황이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은 취임 직후 탈세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사회 제도 전반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청 내 조직과 인력구성 등 과감한 혁신에 착수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2012년 당시 40%가 넘었던 슬로바키아 지하경제는 2018년 26%로 줄어들었다. 이는 EU 각국의 과세당국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슬로바키아는 디지털 혁신으로 탈세를 방어한 ‘유럽의 모범’으로 지목됐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IOTA의 새로운 파트너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통합전산망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을 지목했다. 한국은 통합전산망을 통해 국내외 세원분석, 대민지원, 각 기관과의 정보교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한국의 전산 세무감사 경험이다. 산업 전반에 IT혁신이 이뤄지면서 세무당국은 더 복잡한 양상의 거래를 분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IOTA 비회원국 가운데에는 경제 규모를 따지면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도 많다. 그런데도 IOTA가 굳이 한국을 회원국으로 지목한 것은 한국만큼 전산시스템을 통해 탈세나 신고검증 부문의 노하우를 갖춘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 안창남 강남대 교수 -”

 

 

유럽이 한국을 주목하는 또다른 대목도 있다.

 

2020년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유럽 각국은 침체된 수요를 되살리고, 어려워진 국민 살림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집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분절된 전산망이 발목을 잡았다. 재난지원금은 복지부와 재정당국간 교류를 통해 집행됐는데, 서로 시스템이 나뉘어 있다보니 정보 교류에 적지 않은 애를 먹었던 탓이다. 반면, 한국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각 정부 기관이 빈틈없는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필요한 곳의 부처간 칸막이를 이미 제거한 덕분이었다.

 

최근 한국 국세청은 전 국민 고용보험의 중심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용보험을 하려면 정확한 소득 파악이 관건인데 한국 국세청은 연 단위로 파악하던 소득을 월 단위까지 좁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단순히 징수하는 기관이 아니라 복지 등 국민 생활 곳곳을 지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몇몇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 과정에서 기관 간 정보교류 문제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런데 복지 영역에서 한국 국세청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그런 부분에 IOTA도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전자정부를 지향하면서 국세청 역시 빠른 속도로 전산시스템을 발전시켰다”라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디지털 혁명이 급가속하는 가운데 한국 국세청은 과학화 부문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 ‘뒤따라가던 국가’에서 ‘동반자’로

(Learnig follwer) (Lead partner)

 

지난 6월 30일 김대지 국세청장은 IOTA 회원국 가입 연설에서 세무행정의 과학화와 복지지원을 언급했다.

 

김 국세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전통적인 징세행정 이외에도 세정지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복지분야에서도 보다 확대된 역할이 요구된다”며 “국세행정 효율화를 위해 국세행정에 디지털 신기술 등 최신 과학기술을 적기에 도입하고 활용할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세청은 이번 IOTA 가입으로 탈세정보 국제공조와 유럽 진출 기업 지원의 물꼬가 트였다고 밝히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국세청은 연구나 국제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 유럽의 역외탈세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서로 교류할 예정이다”라며 “유럽에 진출한 우리기업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열렸다”라고 전했다.

 

한국의 해외투자의 18.3%가 유럽투자이고, 특히 IOTA 사무국(헝가리 부다페스트)이 위치한 중앙-동부 유럽의 투자액은 전체 유럽 투자액의 18%를 차지한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의 모국인 슬로바키아가 유치한 해외투자액의 약 절반가량이 한국기업에서의 투자다.

 

한국은 그간 근로장려세제 등 선진국에서 앞선 조세체계를 배워오는 나라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김 국세청장의 발언이 한국이 배우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 주요국과 함께 서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파트너로 거듭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한국의 발전은 그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라며 “한국은 역외탈세 국제공조에서 중요한 축으로 이번 IOTA 가입으로 탈세방지를 위한 한국과 유럽 국가 간 정보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디지털 경제와 관련해 글로벌 국제조세 흐름은 다자간 교류 협력”이라며 “IOTA 한국 가입은 한국이 단순히 배우고 뒤따라가는 나라(Learnig follwer)가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 서로 이끌고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Lead partner)로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 그는 누구인가>

 

프란티셰크 이므레체(František Imrecze) IOTA 사무총장은 한국의 IOTA 회원국 가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원래 공무원 출신이 아니었다. 그는 티-모바일 슬로벤스코(T-Mobile Slovensko) 등 주요 통신회사의 고위임원으로 활동한 민간 전문가였다.

 

전임 IOTA 사무총장인 미구엘 실바 핀토(Miguel Silva Pinto)가 포르투갈의 세무공무원에서 출발해 EU집행국에서 경력을 쌓은 행정가란 것과 크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슬로바키아는 동유럽권 중 치안‧경제가 준수한 가운데 부의 양극화가 작은 나라로 손꼽힌다.

 

다만, 거듭된 정치부패로 염증이 난 민중들은 민간전문가의 공직 진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 발탁된 인물이 프란티셰크 이므레체이며, 금융회사 대표였던 안드레이 키스카(2014.6~2019.6)도 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뽑혔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는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에 발탁된 건 2012년 5월의 일이다. 그의 임무는 슬로바키아에 만연된 탈세범죄와의 전쟁이었다. 20년 가량 유지된 구식의 시스템을 치우고, 그 빈자리에 IT와 전산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탈세범죄 추적을 위한 전문 분석툴을 마련하는 등 조직에 강인한 근육을 붙였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가 2018년까지 슬로바키아 금융청을 지휘하는 동안 슬로바키아는 유럽의 롤모델이 되었다. 2012~2017년까지 37억 유로의 추가세입, 지하경제(Tax Gap) 비중이 2012년 41%에서 2018년 26%로 줄었다. 그 힘은 누가 뭐라 해도 통합전산망과 IT, 이를 운용하는 능력에 있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는 2018년 유럽을 휩쓴 관세범죄 사건이 발단되어 사퇴했지만, 사퇴 후에도 슬로바키아 차기 중앙은행장으로 지목될 만큼 영향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한국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나, 통합전산망 분야에서 특장점을 가진 한국의 사례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슬로바키아는 전산 세무조사 시스템을 더 완벽히 구축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한국 국세청과 같은 목표를 쫓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세무행정 통합전산시스템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들보다도 압도적인 우위와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슬로바키아와 한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구에게 슬로바키아는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 이어 EU회원국 내 4위 수출국이고, 직접 투자규모도 상당하다. 삼성전자, 현대기아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슬로바키아에 진출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전달하기도 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는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을 떠난 후 2019년 2월 비셰그라드(Visegrad) 4개국,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를 담당하는 유럽투자은행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V4는 현재 동유럽권역에서 가장 견실한 신흥 경제권이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의 임기는 3년이며,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3년간 직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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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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