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건설업계가 건자재 가격 안정 흐름을 바탕으로 원가 부담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건설업 비용 구조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유연탄과 철근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며 건설사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었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원가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자재 가격 안정 흐름…원가 부담 완화 기대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주요 건자재 가격이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 원가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유연탄 가격은 톤당 약 91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19% 하락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의 핵심 연료로 사용되는 원자재로 가격 하락은 시멘트 제조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 자재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지수 기준 시멘트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3% 하락했고 레미콘 가격도 약 6.1% 떨어졌다. 철근 시장가격 역시 전년 대비 약 8.3% 하락하는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건설사 실적 전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고원가 시기에 착공했던 프로젝트들이 점차 마무리되면서 주택 사업부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또 일부 건설사들이 지난해 미분양 관련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향후 실적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건설업 실적이 바닥을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건설 공사비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기준할 때 최근 약 130 수준을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중동 전쟁에 유가 급등…건설 원가 변수 부상
그러나 최근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러한 기대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국제 유가는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며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은 에너지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꼽힌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연료비와 운송비는 물론 시멘트와 철강 등 건자재 생산 과정에서도 에너지 비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 상승은 건설 현장 장비 연료비와 물류비뿐 아니라 시멘트 생산 연료비와 아스콘 등 석유 기반 건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 원가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동 리스크가 고환율을 동반할 경우 건자재 수입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가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환율 상승은 원화 기준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용 불확실성 확대…“공사비 반영에는 시차”
업계에서는 당장 건자재 가격이 급등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비용 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건설사 실적 회복 기대는 건자재 가격 안정과 고원가 프로젝트 종료라는 두 가지 전제 위에서 형성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물류비와 제조 비용 등을 통해 건설 원가에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는 건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건설사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용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상승이 곧바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건설 원가 부담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건설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가 상승하면 공공공사나 정비사업에서 예정된 사업비보다 실제 공사비가 커질 수 있어 일부 사업의 유찰이나 사업 지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중동 지역의 경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부 국가에서 공사 발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 국내 건설사의 중동 건설 수주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 산업 인프라가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에 따라 향후 재건 사업 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산업 인프라 재건은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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