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정부, 금수저 자금출처조사 "후진은 없다"…전방위 탈세 추적

2021.10.20 18:20:00

막다른 골목의 20대, 세대 내 격차 소득 2.5배‧자산 39배
자금출처조사 늘자 세금 없는 부 '움찔'
김대지 “반사회적 탈세‧체납, 엄정하게 대응할 것”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연소자 부동산에 칼을 빼들었다. 젊은 세대간 부의 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출생도 능력’에 대한 사회적 박탈감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이 선봉에 섰고, 자금출처조사도 상시화되고 있다. 일부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경고 효과는 뚜렷하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부의 원천이다.

 

한국은행이 7월 22일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국민순자산 1경7722조원 가운데 주택 등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함께 설문조사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가계 자산의 71.8%가 부동산으로 집계됐다(지난해 3월 기준).

 


이러한 흐름은 세금에도 그대로 포착된다.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한 재산은 43조6100억원으로 2019년보다 15조3600억원 증가했다. 최근 급등하는 부동산 호황만큼 증여도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증여한 재산의 평균 채무비율은 7.4%지만, 같은 액수의 채무라도 서민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부모나 친척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기 때문이다. 금수저들에게 영끌은 딴 나라 이야기다.

 

 

◇ 소득 2.5배‧자산 39배

천정없는 20대 부의 격차

 

부의 대물림은 20대 간 심각한 세대 내 격차를 만들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3일 공개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하위 20% 가구의 자산은 평균 2473만원, 반면 상위 20%는 8억7044만원이었다.

 

둘 사이의 자산격차는 무려 35.20배, 소득증가 폭도 하위 20%는 1년간 64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상위 20%는 무려 7031만원나 증가했다.

 

소득하위 20% 중에서도 20대 세대 내 격차는 더 충격적이다.

 

20대 가구 평균자산은 84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5만원 줄었지만, 상위 20%는 3억2855만 원으로 817만원 늘었다.

 

둘 사이 격차는 무려 38.92배로 30대 가구의 상위 20%-하위 20% 자산 격차(23.82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상위 20% 청년들이 월등한 소득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상위 20% 청년가구의 경상소득은 5262만원, 하위 20%의 경상소득은 2145만원으로 둘 사이 격차는 2.45배 정도였다.

 

소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산의 격차에 대해 국회에서도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20대 가구의 자산 격차가 소득 차이가 아닌 부의 대물림 때문이라는 점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며 “부모의 재력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지는 불공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조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2016년부터 5년 간 조부가 손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7조4738억원이고 이 중 10세 미만 영유아 증여재산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며 “가계와 청년의 자산양극화를 부추기는 부의 대물림에 실효성있는 과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도 “정상적으로 부가 되물림돼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거기에 불법과 편법이 더해지면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 살 맛이 안 난다”며 국세청의 노력을 촉구했다.

 

 

◇ 연소자 자금출처조사, 후진없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건 부의 대물림은 불가피하다. 공정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와의 차이는 부자가 세금을 제대로 내느냐, 내지 않느냐의 차이다.

 

최근 주택매매 흐름을 보면 수상할 정도로 연소자들이 고액 부동산을 매입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거래 건수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서울 전체 주택거래의 4.4%였던 20대 이하 매입 비중은 올해 2분기 6.9%로 뛰어올랐다. 전국 기준2020년 1분기 4.3%에서 2021년 2분기 6.1%로 거의 50% 가까이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미 2017년경 이러한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 들뜬 부동산 경기를 타고 연소자의 주택매입이 부쩍 늘어났던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몰린다는 뜻이다. 돈이 몰리는 곳에 탈세우려도 높아진다. 특히 20대 이하는 증여를 받지 않는 한 서울에 십수억짜리 집을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28일, 국세청은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자금출처조사를 통해 부동산 과열지역 내 연소자와 다주택자의 변칙증여 혐의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공표했다.

 

2017년 614건이었던 국세청 자금출처조사 건수는 2018년에는 2089건으로 훌쩍 뛰었다.

 

국세청 자금출처조사는 고가의 집을 산 사람들이 개인의 능력으로 샀는지, 혹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증여받은 돈으로 샀는지를 살펴보는 조사다. 고가주택 거래가 다량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 곧바로 들어가는 조사가 있는가 하면, 2~3년 시차를 두고 소득이나 차입구조를 보고 들어가는 조사도 있다.

 

조사를 계속해도 부의 격차 속 연소자들의 탈법적 증여는 계속됐고, 국세청 자금출처조사는 2019년 2213건, 2020년 2665건으로 2017년에 비해 3~4배 증가했다.

 

국세청 자금출처조사는 헛수고였을까. 전문가들과 국세청은 그렇지 않다고 전한다.

 

근거는 추징액수다.

 

국세청 자금출처조사 추징실적은 2017년 4713억원이었지만, 연소자 대상 조사를 대폭 늘린 2018년부터는 2585억원, 2019년 1877억원, 2020년 1823억원으로 절반의 실적에 그쳤다.

 

조사건수는 2017년 614건, 2018년에는 2089건, 2019년 2213건, 2020년 2665건으로 조사건수는 늘어났는데 추징액수는 거꾸로 줄어든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자금출처조사 자체의 경고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눈치 안 보고 법을 어기던 사람들이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를 늘리니까 조심하기 시작했고, 낼 세금을 안 내던 사람들이 세금을 내면서 추징액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전에는 들여다보지 않는 곳까지 국세청이 들여다 본다고 하니까 시장에서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추징액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조사를 늘어나서 그 경고효과로 탈세행위가 줄고 그래서 추징실적이 낮아진 것이라면, 계속 엄중히 연소자 부동산조사를 해야 한다. 다만, 조사를 늘리다보면 성실신고한 사람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어 사전에 자료를 접수받는다던지 등의 보완을 통해 이런 사람들에게 주는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의원님의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시장의 움직임은 무섭다. 당기면 팽팽해지지만, 조금만 손을 놓으면 금세 빈틈을 찾아내고 느슨해진다. 국토부, 지자체, 국세청 등 범정부 협력체가 꾸준히 시장에 성실신고하라고 메시지를 주고 있다. 강화된 자금출처조사를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필요한 일이다.” (국세청 본부 자산과세국 관계자)

 

부의 쏠림은 우리 시대의 과제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정유라)

 

 

김대지 현 국세청장은 지난 1월 4일 국세청 시무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실납세 분위기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탈세‧체납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부동산 거래 관련 취득자금 출처, 부채상환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여 변칙적 탈루에 빈틈없이 대응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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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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