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역외 탈세 창구로 악용되는 해외신탁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국방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 보유한 해외신탁 내역을 국세청에 자진신고 하도록 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세청의 역외탈세 감시망은 당사자 명의 재산 파악에 집중돼 있다. 해외금융계좌와 해외부동산 및 해외투자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국가간 납세자 금융정보를 교환하는 ‘다자간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MCAA)’을 통해 다국가 공조망을 구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5년간 역외탈세 분야에서 6조원의 세금이 걷혔고, 2011년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 규모도 시행 첫해 23조원에서 2020년 59조원으로 신고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신탁재산을 파악하는 기능은 다소 미약하다.
신탁은 재산을 맡긴 사람과 그 재산의 수익자가 서로 다르다. 신탁은 애초에 재산을 맡긴 사람(보통 부모)을 대리해 수익자(자녀)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금융업의 일종이다.
해외신탁은 명의가 서로 다르고 금융업자가 해외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탈세의 주된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정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역외탈세 사례에 따르면 조세회피처에 해외신탁을 만들어 140억원을 가족들 재산으로 빼돌리고, 생전에 몰래 522억원 규모의 해외신탁을 만들어 둔 후 사망 후 몰래 상속하는 등 온갖 편법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회피 자료를 토대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호주 등 몇몇 국가에는 한국인 법률가가 운영하는 1인 신탁회사 등 소위 탈세 브로커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주요국은 의무신고 범위에 두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오래 전부터 국세청 역외탈세 업무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었다.
정 의원 개정안은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시 처벌 내용과 포상금 제도를 두어 탈세제보를 촉진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해외신탁의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은 매년 6월 신탁 보유현황 신고 의무 ▲미신고 또는 허위신고에 따라 적발되는 경우 20%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위반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명단공개 및 조세범 처벌 ▲신고의무 위반행위 적발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20억 원의 범위 내에서 포상금 지급 등이다.
정 의원은 “재산은닉 방법이 고도화되면서 역외탈세 적발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며 “해외신탁은 소수의 고액자산가가 이용하는 만큼 신고제도 도입을 통해 반사회적 역외탈세를 방지하고 공정과세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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