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나재철 금투협회장의 용퇴, ‘덕장‧용장’ 리더십 평판 비결은

2022.12.29 18:25:31

나재철 금투협회장 3년 임기 끝 오는 31일 퇴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ATS설립‧금투세 등 성과로 꼽혀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3년간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했던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오는 31일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업계에선 나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시각도 많았다. 금투협이 2009년 출범한 후 한 차례도 회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었지만, 민간 증권사 CEO 출신으로서의 역량을 감안하면 금투업계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줄 뚝심 있는 리더라는 평가가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나 회장은 여러 회원사 CEO의 재출마 권유에도 결국 차기 회장직 불출마를 선언했다.그는 새로운 회장이 자본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하며 ‘단임’ 약속을 지켜냈다. 앞서 나 회장은 제5대 금투협회장 선거 당일 “연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나 회장의 임기 만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임기 중 어떤 회장이었을까.

 


나 회장은 정부와 국회에 업계를 대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건의했고, 디폴트옵션 도입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 개편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의 이름 뒤로 그림자처럼 남은, 주요 실적들을 살펴본다.

 

◇ 국민자산 증대…디폴트옵션 도입‧ISA 확대 개편

 

나 회장의 임기 내 주요 성과 중 하나는 디폴트옵션 등 선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 국민자산 증대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DC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및 시행이 있었고, 지난 4월에는 300인 인상 사업장의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운용계획서(IPS) 의무화를 담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및 시행이 있었다. 같은 달 30인 이하 중소기업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을 적립해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용하는 중퇴기금 제도도입 및 위탁운용사에 증권사‧운용사 참여도 허용됐다.

 

또 나 회장 임기 중 중개형 ISA 출시와 투자형 ISA 활성화 기반도 마련됐다. 하나의 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모두 담을 수 있도록 주식에도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 ISA가 지난해 2월 출시된 것이다.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법 제외를 위한 방판법 개정도 있었는데, 지난해 11월 금융투자상품 등을 방문판매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방문 판매법 개정이 그것이다.

 

개인연금 세제혜택 확대 차원에서 개인연금 세액공제 한도를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하고 분리과세 선택(15%세율)을 가능하게 했으며, 추납사유(1주택 고령가구 이사)도 확대했다. 해당 내용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반영됐다.

 

◇ 미래역량 확보…금투세 도입 위한 입법지원

 

나 회장은 임기 내 금투업계의 미래역량 확보를 위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투자 유인을 높이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가 기존 0.25%에서 0.23%로 0.02%p 인하됐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입법지원도 있었다. 2020년 12월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실현 소득을 분류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 지원을 실시했다.

 

대체거래소(ATS) 설립기반 마련을 위해 다자간매매체결회사 인가 준법법인인 넥스트레이드를 지난해 11월 설립했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비상장 혁신 기업 투자 및 융자 활성화 차원에서 BDC제도 입법도 지원했다.

 

◇ 業경쟁력 강화…증권사 해외 현지법인 신용공여 허용

 

나 회장은 금융투자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힘썼다.

 

차이니즈월 및 업무위탁 규제개선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선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2020년 5월 그간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차이니즈월을 내부통제를 통해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됐으며, 같은 달 핀테크 및 다른 금융회사와 업무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업무 위탁규제를 대폭 완화나는 자본시장법도 개정됐다.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금지되고 있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이 2020년 12월 개정됐고, 2020년 7월부터 증권회사가 초기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엑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업무 겸용도 허용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아닌 즈권회사가 벤처기업에 직접 대출할 수 있도록 벤처대출 업무도 지난해 12월부터 허용됐다.

 

또 2020년 8월 데이터 3법이 개정됨에 따라 금융투자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기회로 포착할 수 있도록 업무 지원도 실행했다. 같은 달 개방형 금융 생태계인 오픈뱅킹이 자산관리 서비스에 신동력으로 작동되도록 참가금 축소 등 오픈뱅킹 업부개시를 지원했다.

 

공모펀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지난 8월 개정됐다. 여기에는 외화MMF를 도입하고 성과보수방식을 다양화 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부동산신탁회사 업무 외연 확대도 나 회장의 업적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신탁을 통한 주택 개발 및 공급이 허용됐으며, 같은 해 5월 공업지역정비사업 시행자 업무가 허용됐다. 2개월 뒤에는 소규모재개발사업 대행자 업무 참여도 허용됐다. 나아가 올해 9월에는 사업시행자 요건 완화와 정비‧사업계획 통합처리 등 신탁방식 정비사업 규제완화 및 인센티브확대를 부동사신탁사 의견으로 국토부 주택공급 정책에 반영했다.

 

 

◇ 위기극복…코로나發 단기자금시작 경색 대응

 

나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했고 향후 글로벌 경제위기 까지 겹치며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였지만, 다방면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위기극복에 최선을 다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 관련 업계 공동 대응체계를 2020년 2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고, 코로나발(發)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해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금융투자회사 콜차입과 운용규제를 완화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한국은행 측에 RP‧긴급대출‧CP매입 프로그램 시행도 건의했다.

 

부동산 침체와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증권사 개별방문을 통해 부동산PF와 단기자금 현황을 점검했고 원활화 방안을 건의했다.

 

주식시장 공매도 이슈에 대응하기위해 지난해 9월 개인 대주서비스 제공 확대를 지원하고, 신용공여 한도 산정기준이 개선되도록 했다.

 

나 회장은 은행권의 금융투자업 진출 확대에도 대응했다. 지난해 7월 은행권 일임업 겸영‧ETF 추진에 ‘증권업 고유 업무 영역으로 은행권 영위 불가’ 유권해석 등을 도출했다. 올해 5월과 9월 은행권 투자일임 및 자문업 확대를 저지한 것이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사모펀드 규제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 10월 고난도 상품 규제완화를 유도했다.

 

이밖에도 나 회장은 2020년 1월 임기 초기 불안했던 협회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기 위해 혁신TF를 가동, 조직혁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조직재편 등 협회 조직 운영 관련 3개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개선방안 마련이 포함됐다.

 

또 미래 핵심인력이 될 주니어급 직원들이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인 이노보드를 구성해 운영토록 했다.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인사제도도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2020년 12월 임금피크 개선 및 희망퇴직 정례화 추진을 통해 인력운용의 효율화와 근로의욕이 높아질 수 있도록 유도했고 역량 중심의 인사정책 시행을 위해 부서평가 도입, 연 2회 평가 실시, 등급제 도입 등을 지난해 6월 도입했다.

 

금투협회장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당국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나 회장은 금리인상과 증시 위측 등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3년 농사를 잘 마쳤다.

 

3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는 나 회장을 두고 업계에선 ‘덕장(德將, 덕이 있는 장수)’이자 ‘용장(宂將, 용렬한 장수)’이란 평가가 나온다.

 

10년여간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 수장을 맡아 많은 공을 세운 나 회장이 협회를 떠난 후 자본시장과 금투업계 발전을 위해 어떤 행보를 걸을지 업계는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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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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