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굴비 이야기- 영광 법성포 월봉재 식당

2022.12.30 14:05:25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대들보에 굴비 한 마리 매달아 놓고 밥 한 숟갈 뜨고 굴비 한번 쳐다보며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 인색하기 짝이 없는 구두쇠를 회화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굴비가 그만큼 맛있다는 역설적 표현이 바로 자린고비 이야기이다.

 

영광 법성포 앞바다인 칠산바다는 예로부터 조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였고, 그로 인해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조기 파시(波市)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은 어획량이 줄어 먼바다까지 나가서 조기를 잡아 오지만 염장하고 건조하는 것은 여전히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법성포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법성포 굴비

 

 

영광 법성포의 굴비는 고려 때부터 유래되어 온 것으로 임금님 수라상에 으뜸으로 올랐던 진상품이자 수백 년 동안 한국인에게 사랑받아 온 최고의 찬거리이다. 법성포 굴비는 참조기만을 엄선하여 1년 이상 간수가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고 법성포의 해풍으로 건조함으로써 최고의 굴비로 재탄생된다.

 


과메기의 최적지는 구룡포이고 황태 덕장의 최적지는 대관령이듯 영광 갯벌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과 적당한 해풍 등 굴비 건조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춘 법성포는 굴비 건조의 최적지이다. 그러기에 법성포에서 건조되는 조기만이 ‘법성포 영광굴비’라는 고유명사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법성포는 말 그대로 동네가 온통 굴비 천지이다. 사방이 굴비 덕장이고 식당 대부분에서는 주요리가 굴비요리다. 항구로 드나드는 배들 역시 대부분 굴비를 실은 배들이다. 동네에 들어서면 특유의 굴비 비린내가 진동한다. 하지만 나쁘지 않고 외려 식욕을 자극한다.

 

월봉재 식당은 법성포 초입에 있다. 메뉴는 법성포의 굴비 식당들과 큰 차이는 없으나 주인댁의 손맛은 야무지다. 굴비 전문점이니 쓰이는 굴비가 싱싱하다. 또한 곁들여 나오는 고추장 굴비며, 간장게장 역시 직접 담가 손님상에 내놓는다. 비릿하지 않고 시원하며 칼칼한 굴비 매운탕은 이 집의 백미다.

 

굴비 정식

 

남도 음식의 특징은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기본 찬이 풍성하다는 것, 이는 빈약한 밥상을 내놓는다는 것은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전라도 지역 특유의 오래된 친절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굴비 정식을 시키니 굴비 두 마리와 부세, 일명 보리굴비도 나오고 굴비 매운탕에 고추장 굴비, 그리고 큼지막한 간장게장까지 나온다. 양도 양이지만 입에 착 붙는 것이 어느 것 하나 물릴 수 없어 먹다 보면 결국 과식하게 된다.

 

 

동네 초입부터 그리고 작은 골목 안까지 굴비 집들이 지천인 법성포, 근처를 지나는 기회가 있다면 꼭 들러서 굴비 정식도 맛보고 꾸덕꾸덕 말라가는 굴비 한 두름 사서 식탁을 풍성하게 차려 보시길 권한다.

 

법성포 인근 둘러볼 만한 곳

 

법성포 굴비 한 상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와 불갑사, 그리고 영광 대교 건너 백수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바닷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좋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는 1998년 학계의 고증을 통해 법성포가 백제불교 전파의 최초 도래지임을 확인하였고 이를 기념하여 조성한 관광단지다. 법성포 지명 역시 법성(法聖) 즉 불교 성인을 뜻하는 말로 이곳이 불교와 상당히 연관된 지역임을 의미하고 있다.

 

 

 

불두화와 함께 사찰 주변에서 눈에 많이 띄는 꽃으로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 있다. 법성포 인근에 있는 불갑사는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조계종 18교구 본사인 백양사의 말사이며 마라난타가 법성포를 통해 최초로 불교를 들여와 불갑사를 창건했다는 설도 있으나 고증되지는 않았다. 꽃 창살이 정교한 대웅전(보물 제830호)을 비롯하여 15동의 유서 깊은 당우가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700여 년의 참식나무 군락지가 있다.

 

 

 

백수해안도로

 

대한민국 경관 대상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던 백수해안도로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16여km 굽잇길을 따라 기암괴석과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특히 이곳에서 만나는 석양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바닷길을 따라 데크로 놓인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으며 바다를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잘 조성되어 있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현)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현)창작집단 '슈가 볼트 크리에이티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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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여행작가 ceo@anitou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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