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대법원이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사람이 변론이 분리된 다른 공동피고인 재판에서 허위 증언한 경우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건설회사 공무부장으로 일하던 A씨는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하고 조작한 사진을 발주처에 제출해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사장 B씨와 함께 2016년 기소됐다.
A씨는 둘의 소송이 분리된 뒤 B씨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사장이 현장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했다. 하지만 1심은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A씨는 B씨에 대해 거짓을 꾸며 해롭게 할 목적으로 위증했다는 모해위증 혐의로 추가로 기소됐다.
1, 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가 불복해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논의한 결과, 대법관 12명 중 11명의 찬성으로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다수의견 대법관 11명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없지만, 소송절차가 분리돼 피고인 지위에서 벗어나면 증인이 될 수 있다는 현재의 판례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공범이라 해도 분리 진행된 다른 공동피고인의 소송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 지위가 아니므로 증인 적격(적법한 자격)이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관들은 "헌법상 자기부죄거부 특권(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을 보장하고자 형사소송법이 증언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이런 증언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공동피고인에게 증인 적격을 인정해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하더라도 자기부죄거부 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증인석에 선 공동피고인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자기 범죄에 대한 유죄 암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재판절차의 다른 국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증명력 있는 증거가 없는 한 피고인의 이익으로(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마약 범죄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등과 같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이뤄진 범행은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워 사실상 공범 진술에 의해 공소사실을 증명할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주심인 오 대법관은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경우 자기 혐의사실 관련 질문에 대해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허위 증언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진술거부권은 피고인에게 부여된 본질적인 권리"라며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국가적 이익이나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등을 위한 소송 실무의 편의를 내세워 진술거부권의 보호 가치를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소송절차 분리가 일시적으로 이뤄진 경우 공동피고인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일시적 분리는 소송상 기술에 불과하므로 이를 무제한 허용해 답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증언거부권은 '위증죄로부터의 온전한 탈출구'가 아니며, 피고인에게 부여된 진술거부권의 대체물이 될 수도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와 관련한 반대의견에 대해 "소송절차 병합 또는 분리의 선택이나 활용 방법은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며 "일시적 분리가 단지 형식적·관념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 그런 분리 상태에선 증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는 실질적으로 소송절차 진행에 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문제 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으로 구성되지만 이날은 12인의 대법관만으로 판결을 선고했다. 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나 이달 4일 재판 업무에 복귀한 박영재 대법관이 합의에 관여하지 않아서다.
지난 3일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한 뒤 후임 임명 제청이 미뤄지면서 대법원은 '13인 체제'(대법원장 포함)가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박 대법관의 처장직 사퇴 이후 처장을 임명하지 않아 기우종 차장이 대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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