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파산에 직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특히 개인회생 채무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3고(高) 시대로 통하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시기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투자한(영끌, 빚투) 청년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청년 파산’ 이슈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원통계월보를 발표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인회생 신청은 작년 3월 7455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50% 가량 늘어난 수준인 1만122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은 월평균 7000건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9218건, 2월 9736건, 3월 1만1228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자도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1만1788명을 기록했던 것에서 11월 1만4579명으로 신청자 수가 늘었고 올해 3월에는 1만7567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한국은행 자금순환표를 바탕으로 계산한 한국의 지난해 4분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1%다”라며 국내 가계부채 총량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채 부담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고 상화이 더 엄중해질 것”이라며 “개인회새 절차 관련 제도개선, 금융당국의 종합 모니터링과 이에 대한 사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빚에 떠밀려 회생 파산을 신청하는 2030세대 역시 최대치라는 점이다.
서울회생법원의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30 세대 비율은 전년 대비 1.5%p 증가한 46.6%를 기록하며 절반에 육박했다. 법원이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서울회생법인은 “30세 미만 청년의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 등 경제활동영역의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를 일으킬 성장엔진이 돼야 할 청년층이 빚투, 영끌로 빚더미에 앉고 있는 상황은 개인회생 신청건수 뿐만 아니라 취약차주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취약차주가 전체 취약차주(126만명) 중 36.5% 수준인 4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때 취약차주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다. 전체 취약차주 수는 1년 간 6만명 증가했는데 30대 이하 청년층에서만 4만명이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연체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 447만4000명 중 2030세대는 141만9000명이었다. 1년 사이 2030세대 다중채무자는 6만5000명이늘었다. 40대는 3만4000명 줄었고, 50대는 5000명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60대 이상은 4만명 증가했다.
그간 개인회생과 파산은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든 노년층의 문제로 치부돼 왔으나 이제 2030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국내 경제 근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경제상황 회복에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 영끌로 집을 산 2030세대 중 계속되는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주도의 저신용,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회생불능 수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선제적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 법조계, 정치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진 의원은 “고금리 추세에서 취약차주의 대출과 연체가 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민생금융 위기 대응책을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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