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본격적인 시장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2년 간의 침체기를 지나 실적, 재무, 주가 등 주요 지표가 빠르게 회복되며, 서울과 지방 대도시 정비사업 수주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뢰 회복을 기반으로 한 재도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3년 HDC현산은 연결 기준 매출 4조2562억원, 영업이익 18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9%, 58.6% 증가한 수치로, 실적 반등의 신호탄이 됐다. 올해 매출 목표는 4조3059억원으로 제시됐으며, 상반기 분양 및 정비사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간 목표 초과 달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무 구조도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1조7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고, 부채비율은 137.8%에서 119.5%로 낮아졌다. 현금성 자산은 1조357억원으로 43% 증가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말 HDC현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C현산 주가는 올해 2월 초 1만6000원대에서 7월 중순 2만7000원대까지 상승하며 약 7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건설업 지수 상승률(약 1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도 HDC현산 지분율을 7% 가까이 확대하며, 기관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이후 실적과 재무 안정성을 갖춘 HDC현산이 중장기 투자 대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반등의 핵심 동력은 정비사업 부문이다. HDC현산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지난해 1조333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827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9244억원), 미아9-2구역(2988억원), 신당10구역(3022억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확보했으며, 강원 원주 단계주공(4369억원), 부산 광안4구역(4196억원), 연산10구역(4453억원) 등 지방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단순한 시공 능력만으로는 수주가 어렵고, 조합과의 신뢰가 결정적”이라며 “최근 HDC현산이 주요 현장에서 다시 파트너로 낙점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신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이다. 이 사업지는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으로, 시공사 선정이 특히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조합으로도 알려져 있다. HDC현산이 해당 조합으로부터 책임 시공력과 디벨로퍼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아 파트너로 선택됐다는 점에서, 복귀 흐름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조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에서는 단독 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지정됐고, 오는 7월 26일 조합 총회를 앞두고 있다. 송파한양2차 재건축에서는 글로벌 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제안을 선보이며, 조합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적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실적과 재무, 신용 등 전 부문에서의 회복은 시장의 신뢰를 반영한 결과”라며 “축적된 디벨로퍼 역량과 안정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도권 도심복합개발과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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